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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빈의 스포테인먼트
소싯적 꿈은 축구선수였지만 정작 배구선수를 하고 만, 당근 기자노릇은 축구였으되 야구 육상 사격 역도 배드민턴 농구를 섭렵하다 방송영화계를 출입하며 연예와 씨름한 방랑의 취재인생. 전직 스포츠신문 기자가 전하는 스포츠와 연예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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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프로야구에 양동이물을 끼얹고 싶다

글쓴이 : 로빈 날짜 : 2013-05-31 (금) 11:55:58

 

며칠전 인터넷 검색을 하다 왠 여성이 물을 뒤집어쓴 사진을 보았다. 정인영이라는 이름이었는데 연예인인가보네..하고 넘어갔다. 요즘 ‘듣보잡’ 인터넷매체들이 뉴스같지 않은 뉴스를 올리는 세상 아닌가. TV 드라마를 보고 내용이 어쩌구저쩌구하는 것도 뉴스라고 포탈을 점령하니까 클릭질도 아까웠던게다.

 


 

그런데 다음날 어느 포탈에선가 프로야구 선수협이 KBS기자의 징계(懲戒)와 야구계 퇴출(退出)을 요구한다는 뉴스에 눈길이 갔다. 선수협의회가 왜 기자 징계와 퇴출을 요구하나? 선수를 잘못 썼나 싶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알고보니 정인영은 KBS의 잘나가는 아나운서였고 야구장에 갔다가 양동이물을 뒤집어 쓰는 봉변으로 시작된 일이었다.

 

처음부터 되짚어보자. LG와 SK의 경기가 열린 5월 26일 잠실 구장에서 0-0으로 팽팽하던 9회말 정의윤의 끝내기 안타로 LG가 1대0 승리를 거뒀다. 경기 후 수훈선수 정의윤과 KBS N 스포츠 정인영 아나운서의 생방송 인터뷰가 운동장에서 진행됐다.

 

그런데 인터뷰 도중 LG의 임찬규가 슬금슬금 접근해 갑자기 양동이로 물을 끼얹는 망나니같은 짓(본인은 장난)을 저질렀다. 그런데 정작 물벼락은 정의윤보다 옆에 있는 정인영 아나운서가 다 뒤집어쓴 것이다.

 

 


photo by NEWSIS 김인철기자

 

 

봉변을 당하고도 정 아나운서는 “죄송합니다”라는 말과 함께 머리카락과 옷이 흠씬 젖은 채 인터뷰를 진행했다. 프로답게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생방송 인터뷰를 마무리했지만 이 장면을 지켜본 야구팬들은 임찬규를 맹비난했다. 특히 임찬규는 지난해 5월에도 이진영과 인터뷰하던 정인영 아나운서에게 물을 끼얹은 ‘전력’이 있어서 더욱 비난의 강도가 높았다.

 

이튿날 KBS N 김성태 스포츠 PD는 27일 트위터를 통해 “야구선수들 인성(人性)교육이 진짜 필요하다. 축하는 당신들끼리 하든지. 너네 야구 하는데 누가 방해하면 기분 좋으냐”고 비판했다. 김 PD는 SNS를 통해 "LG팬들껜 죄송하지만 KBS N에서는 더 이상 경기 후 LG선수 인터뷰를 볼 수 없을 것"이라고 불쾌감을 표했다

 

그는 “속상했겠다”는 지인의 위로에 “저보다야 당사자가 더 그렇겠지요. 감전사고라도 나면 어쩌려고”라고 적었다

 

이어 프로야구를 취재하는 KBS 한성윤 기자도 쓴소리에 가담했다. 페이스북에 “야구인들, I goed 같은 영어실력은 못배워서 그렇다고 치고, 기본적인 개념은 찾아라”며 “여자 아나운서가 만만하지? 검찰 취재 중 그랬으면 과연 어떻게 되었을까”라는 글을 올렸다.

 

이에 야구계가 발끈하며 논란이 확산되자 한 기자는 “불편을 끼친 분들에게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그럼에도 선수협은 한성윤 기자가 야구선수들을 못 배우고 형편없는 사람들로 모욕했다며 “소속 방송사의 공식적인 징계와 앞으로 야구계에서 퇴출시킬 것을 요구한다. 야구인들과 야구팬들을 위해서라도 한 기자의 취재에 응하지 않기로 했다”고 선언했다.

 

여기까지가 이번 사태의 개괄적인 스토리다. 개인적으로 프로야구를 취재한게 어언 20여년이 되어 요즘 분위기가 어떤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임찬규의 짓거리는 도저히 해프닝으로 봐줄 수 없는 어이없는 망동(妄動)이다.

 

김성태 PD의 말마따나 승리에 도취한 세리머니를 선수들끼리 하는 것은 지들 자유다. 그런데 중계팀까지 피해자로 왜 만드나. 더구나 TV생방송이었다. 전국의 시청자들이 보고 있었다. 양동이 물을 끼얹으면 시청자가 좋아라하고 박장대소(拍掌大笑)할줄 알았나?

 

궁금해서 임찬규의 프로필을 찾아보았다. 1992년생. 휘문고를 졸업하고 2010년 입단한 만 21세. 사진을 보니 홍안에 아직 어린티가 가시지 않았다. 양동이물을 끼얹은 선배 정의윤은 86년생, 물벼락을 맞은 정인영 아나운서는 85년생이다.

 

의문이 들었다. 정인영 아나운서는 그렇다치고 야구계의 선후배 위계질서(位階秩序)가 있는데 여섯 살이나 어린 막내동생뻘이 선배의 생방송 인터뷰에 물을 뿌려? 이런 천둥벌거숭이가 있나? 요령부득이었다.

 

팬들의 비난이 쇄도하자 임찬규가 한 매체를 통해 정인영에게 사과하고 뒤이어 김기태 감독도 사과는 했지만 LG선수단은 잘못을 저지른 선수를 감싸는 분위기였다. 풀죽은 막내를 격려하듯 선배들이 머리를 쓰다듬는가하면 며칠뒤 경기에 나와 1이닝을 던진 임찬규에 대해 감독은 “임찬규가 씩씩하게 극복하고 있다”는 멘트를 날렸다. 마치 큰 불행을 당한 피해자가 시련을 극복한다는 투다.

 

헛웃음이 나왔다. 선수에게 징계는 주지 않고 기가 죽을까봐 걱정한다구? 한국 야구계가 이 정도로 경우가 없나? LG는 해당선수를 징계하고 정인영과 방송사에 대한 사과는 물론, 시청자와 팬들에게 정중한 사과를 했어야 한다.

 

이건 장난도 해프닝도 아니다. 자기들끼리는 재미였는지 몰라도 피해당사자와 시청자, 야구팬들은 우롱(愚弄)당한 것이다. 더구나 임찬규는 변명(?) 과정에서 거짓말까지 했다. “처음에 뿌릴 땐 정인영 아나운서가 인터뷰하는지도 몰랐고 양동이가 무거워서 조준(照準)이 잘 안됐다”고 한 것이다.

 

태어나서 야구장 처음 구경한 사람도 아니고 눈이 장식품도 아닐진대 현역 선수가 승리후 홈구장에서 백보드판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생방송 인터뷰를 몰랐다는게 말이 되나? 더구나 1년전 똑같은 일을 똑같은 사람에게 한 전력까지 있는데? (나중에 한 팬이 촬영한 동영상에서 방송관계자가 임찬규를 향해 그러지말라고 수신호를 보내는 장면까지 나와 거짓말인게 들통이 났다.)

 

백보 양보해서 몰랐다치자. 물을 뿌리려는 순간 인터뷰하는줄 알았으면 그때라도 “스톱”해야 하는 것 아닌가? 변명 축에도 못끼는 말을 하기는..쩝...

 

또 한가지 의문은 임찬규의 오조준 핑계다.

 

바로 옆에서 양동이물을 퍼붓는데 목표물인 선수는 거의 젖지 않고 옆에 있던 여자아나운서가 옴팡 뒤집어 썼을까. 임찬규는 양동이가 무거워서 조준이 안됐다고 변명했지만 ‘솔까’ 의심이 든다. 여기서부터는 내 추론이다.

 

인터넷을 뒤져보니 정인영 아나운서는 미모와 이른바 ‘기럭지’가 장난이 아니다. 흔히 야구장을 출입하는 미모의 리포터와 아나운서들을 ‘야구장의 여신’이라 부르던데 충분히 그럴만한 외모였다.

 


 

 

더구나 지난해 12월엔 방한한 뉴욕 양키스의 커티스 그랜더슨의 인터뷰 통역을 맡을만큼 영어실력도 수준급인 ‘스마트한 여신’이다.

 



 

그러니 정의윤의 축하 세리머니를 핑계삼아 어여쁜 아나운서에게 물을 흠씬 퍼부어 옷이 몸에 착 달라붙은 섹시한(?) 자태(姿態)를 의도한게 아닐까 싶다.아마도 누군가 “야, 찬규야, 너 양동이 물 들고가서 정의윤이한테 뿌리는척 하면서 아나운서한테 뿌려, 알았지?” 하지는 않았을까.

 

186cm의 체구 당당한 스포츠맨이 조그만 플라스틱 통 물이 무겁다구? 게다가 명색이 투수인데 바로 옆 사람도 못맞추고 조준을 잘못했다걸 믿으라는 말인가. 처음부터 정인영 아나운서를 노린게 아니냐고 의심이 가는 대목이다.  

 

임찬규를 감싸는 팀 분위기를 보고 이번 사건은 단독범행(?)이 아니라 고참들이 배후(背後)에서 조종한게 아니냐는 의심이 들었다. 사실 고참이 시킨 일인데 욕을 막내가 혼자 얻어먹는다면 감싸는게 당연하다. 섹시한 아나운서의 물벼락 노출을 위해 온 몸 바쳐 희생한 갸륵한 막내가 포상은 고사하고 비난의 융단폭격을 받다니 이건 말도 안되는 것이다.

 

내가 너무 음모론(陰謀論)적으로 이번 사건을 보는게 아닌지 반성이 됐다. 아니 그런데 27일 인터넷에서 임찬규의 물벼락 행패를 지시한건 “바로 나였다”고 말한 장본인이 나오는게 아닌가. 다름아닌 주장 이병규였다.

 

‘국대’ 출신의 최고참 이병규? 1974년생, 올해 만으로 39세로 코치급인 그의 조종이었다는 말에 ‘그럼 그렇지’ 하고 고개가 끄덕여졌다. 아무리 천둥벌거숭일지언정 여섯 살 많은 선배가 아나운서와 생방송 인터뷰를 하는데 물 뿌릴 생각을 어떻게 한다는 말인가.

 


▲임찬규는 지난해 5월에도 이병규의 지시로 이진영 인터뷰때 양동이세례를 퍼부었다. <photo by NEWSIS 김인철기자>

 

알고보니 지난해 이진영과 정인영 아나운서가 인터뷰를 할 때 저지른 임찬규의 양동이 물세례도 이병규의 지시였다고 한다. 사실 이진영은 임찬규보다 열두살이나 많은 띠동갑선배였다. 축하세리머니라도 그렇지 하늘같은 선배한테 물을 뿌린다는걸 상상하기 힘들다. 어쨌든 한번 해도 한심한 짓거릴 두 번 연속 이병규-임찬규 콤비는 저질렀다. 프로야구 이면사에 길이 남을 추태가 아닐 수 없다.

 


▲ 물세례를 하려면 이렇게 하든지..이병규가 지난 5월19일 승리투수가 된 LG류제국에게 물을 쏟아붓고 있다. <photo by NEWSIS 김인철 기자>

 

 

한 매체는 이번 사건에 대한 이병규의 입장을 다음과 같이 전했다.

 

<이병규는 “내가 시킨 건데 일이 커져서 죄송하다”며 “임찬규가 마음의 상처를 입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병규는 “위험하지 않은 다른 방법으로 세리머니는 계속 할 것”이라면서 팀 분위기에 대해 “흔들리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하던 대로 하면 된다. 그저 우리 팀이 즐겁게 할 것”이라며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와 함께 이병규는 해당 방송 관계자들의 발언에 섭섭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미안한건 미안한 거고, 인격까지 이야기하는 건 이해할 수 없다”며 “모욕감을 주는 발언은 삼가 달라”고 전했다.>

 

메이저리그도 재미있는 승리세리머니를 한다. 극적인 승리를 따낸 주역의 얼굴에 크림파이를 묻힌다든지, 악의없는 장난으로 즐거워한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클럽하우스에서 자기들끼리 즐기는 일이다.

 

가끔은 짖궂은 장난에 얼굴을 붉히기도 한다. 박찬호가 LA 다저스 신인 시절 승리를 따낸 후 라커에 왔다가 새 양복바지를 반바지로 잘라놓은 것을 보고 불같이 화를 내서 팀분위기가 썰렁하게 된 적이 있다. 축하의 장난이 좀 과도했고 박찬호 또한 문화의 차이로 과잉 반응을 보인 것이다.

 

아무튼 남들 눈에도 장난으로 비치려면 지켜야 할 선이 분명히 존재한다. 양동이가 아니라 드럼통 구정물에 빠뜨려도 자기들끼리라면 무슨 상관인가. 왜 애꿎은 아나운서에게 봉변을 주며 방송사와 시청자까지 황당하게 만드냐는 것이다.

 


 

처음 있는 일도 아니고 1년전 써먹은 재미없는 장난질을 리바이벌했다니, 생각이 없는건지 집착이 강한건지 모르겠다. 이병규는 주장으로서 팀분위기를 부드럽게 끌고 가기 위한 여러 방법을 궁리하려다 생긴 실수라고 변명하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장난의 경계(境界)를 한참 오바한 것이다. 80년대 언젠가, 가수 배철수가 생방송중에 전기기타를 들고 연주를 시작하다 감전사고로 쓰러진 사례가 있다. 마이크를 들고 있는 아나운서가 물벼락으로 감전사고를 당했다면 어떻게 될뻔 했는가.

 

이병규같은 고참이라면 후배들이 과도한 축하세리머니를 하려 해도 오히려 말려야 하는게 정상이다. 그런데 되레 부추겼다니….

 

그럼에도 이병규는 “미안한건 미안한거고 인격까지 이야기하는건 이해할 수 없다. 모욕감을 주는 발언은 삼가 달라”고 했다. 오죽하면 인격까지 거론했겠는가. 문제의 심각성을 아직도 모르는 것 같아 안타깝다. 모욕을 고까워하기전에 원인제공 한 것을 겸허히 반성해야 하는게 아닌가. 이럴 때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죄송하다. 사과드린다”고 하는게 도리다.

 

그런 판에 인격을 무시했다고 기자의 퇴출까지 요구한 선수협의 오만불손에 대해선 할 말이 없다. ‘한국프로야구 참 큰일이구나’ 싶게 어이상실이다.

 

그들에겐 다시 한번 KBS 김성태 PD의 말을 들려주고 싶다. “축하는 당신들끼리 하든지. 너네 야구 하는데 누가 방해하면 기분 좋으냐?”

 


 

끝으로 하나 더, 프로야구 최고령 감독이자 삼성 라이온스 사장까지 지낸 김응룡(72) 감독에 대해 걱정스런 한 말씀 드리지 않을 수 없다.

 

김 감독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물벼락 세리머니? 글쎄. 뭐 고의로 그랬겠나. 흥분해서 그런 것 같은데. 나한테 그런 것 좀 해주지”라고 말했다. 이어 “예전엔 그런 것 자체가 없었다. 한국시리즈 우승해야 물 한번씩 맞고 그러지. 요즘은 경기 끝나고도 한번씩 그런 것 하더라고. 보기 나쁘지 않아”라고 웃었다.

 

김감독님, 연세도 많으신데 행여 부럽다는 생각 마십시오. 그말 곧이 듣고 누가 진짜 장난칠까 무섭습니다. 미 NFL에서 수퍼볼 우승하는 순간, 얼음 들어간 게토레이 드럼통을 승리감독에게 퍼붓는 전통 때문에 폐렴으로 시름시름 앓다 돌아가신 분도 계시거든요.

 

 

 


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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