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15년의 강제노동(强制勞動) 교화형을 선고받은 한국계 미국인 케네스 배(45 배준호)씨가 억류된지 9개월이 되가고 있다.
배씨의 억류기간은 이전에 북한에 억류(抑留)된 미국시민중에 최장기간을 이미 돌파했다. 아이잘론 말리 곰즈(2010년 1~8월, 7개월)와 전용수 목사(2010년 11월~2011년 5월, 6개월), 미국인 여기자 로라 링과 유나 리(2009년 3월말~8월초, 4개월)이다.
더구나 그의 건강상태가 급속히 악화된 것으로 알려져 우려가 일고 있다. 배준호씨는 최근 아버지가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의 창단감독이었던 배성서씨로 알려져 본국 국민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반면 미국 정부는 과거 케이스에 비해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지 않느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와 관련 배씨의 여동생 테리 정 씨는 최근 시애틀 타임스에 미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도록 시민들의 성원이 필요하다고 호소하는 편지를 게재해 눈길을 끌었다.
북한정부가 자진해서 풀어줄 가능성이 없다는 점에서 미국 정부가 언제까지 관망의 자세로 나올지 궁금증이 일고 있다. 테리 정씨의 편지 전문(全文)을 번역 소개한다.
"제 오빠 케네스 배를 도와주세요"
전 얼마전 엄마가 북한의 강제노동수용소에 있는 오빠의 비디오를 보면서 고통스럽게 울던 모습을 평생 잊을 수 없을겁니다. 오빠가 북한에서 15년의 노동교화형을 받은뒤 우리 가족은 엄청난 충격속에 만신창이가 돼 있습니다.
엄마는 행여 오빠가 잘못될까봐 눈물로 나날을 지내고 있습니다. 지난해 11월 이후 오랜 수감으로 지병인 당뇨와 심장질환 허리디스크로 인해 건강이 크게 악화된 오빠를 위해 미국 정부에 도와줄 것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오빠는 체중도 급격히 줄었고 건강문제도 심각한데도 얼마전 70회 생신을 맞으신 아버지를 축하해드리지 못하는 것을 가슴 아파했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케네스 배는 영웅이 아닙니다. 80년대엔 드라마 ‘마이애미 바이스’를 좋아하고 소매를 끌어올린 흰색 블레이저를 입고 머리엔 젤을 바르고 다닌 평범한 10대였습니다. 그는 항상 집에 친구들을 데려와 엄마가 만든 음식을 먹으며 재미난 얘기를 하고 엘비스 프레슬리 음악을 연주하곤 했습니다.
오빠는 어린 조카들을 귀여워하며 장난치길 좋아했습니다. 가족들이 에드몬즈 킹스턴 페리를 타고 놀러갈 때 조카를 안고 갑판에 나가 같이 놀아주는 다정한 삼촌이었습니다.
한편으로 진지한 면도 있었습니다. 오빠는 그것이 쉽지 않은 길이었다해도 항상 옳은 것을 선택했습니다. 가족들에게 경제적인 부담을 주기 싫다는 이유로 스물두살 때 대학을 휴학하고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돈을 벌러 나갔습니다. 두가지 일을 하고 집에 늦게 돌아온 후엔 자고있는 아들을 사랑스런 눈길로 몇시간을 바라보곤 했습니다.
오빠는 천성이 낙천적인 사람입니다. 아주 성실한 남편이자 아빠였고 신앙심 강한 사람이었습니다. 몇 년전 오빠는 자신의 기독교적 신앙과 사업을 연결하는 기회를 갖게 되었습니다. 북한전문 여행사를 통해 사업도 하고 북한 경제에 기여도 하겠다는 포부로 중국에 회사를 차렸습니다.
외부 세계에 북한의 때묻지 않은 아름다운 자연과 북한주민들을 소개하는 일을 오빠는 열정을 갖고 했습니다. 지난 2년간 라선경제특구에 15번이나 오빠는 여행단을 데리고 갔습니다. 그런데 그곳에서 오빠는 북한당국에 체포되었습니다.
지금까지 9개월이 지난동안 우리 가족은 아주 많은 분들로부터 받은 지원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때로는 예상치 않은 분들의 도움도 받았습니다. 빌 리차드슨 전 뉴멕시코 주지사는 오빠의 석방을 위한 적극적인 대변자였습니다. 과거에 북한에 억류된 유나 리와 로라 링 두명의 여기자들도 오빠를 위한 편지쓰기 캠페인도 해주었습니다. 두 사람은 북한에 억류된 동안 외부 사람들의 편지가 지탱할 수 있는 힘이 되었다고 합니다.
<사진=조선신보>
세계 곳곳에서 전혀 모르는 분들이 오빠를 걱정하며 보내주신 편지를 읽으며 저희 가족들은 감사의 눈물을 쏟았습니다. NBA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데니스 로드먼도 북한 지도자 김정은에게 오빠를 석방시켜 달라는 요청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우리 가장 기대하고 믿는 곳에서의 도움은 아직 오지 않고 있습니다.
(However, support has not come from the places we counted on the most.)
우리는 워싱턴 DC의 국무성 대표자와 워싱턴주 연방하원 릭 라센 의원에게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이분들이야말로 오빠를 실질적으로 도와줄 수 있는 분들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분들도 워싱턴주 마리아 켄트웰 상원의원(민주) 사무실에서도 전혀 응답이 없었습니다. 오직 패티 머레이(민주) 상원의원사무실에서 오빠의 상황을 면밀히 지켜보겠다는 희미한 응답을 한 것외엔 이렇다할 반응이 없었습니다.
우리는 정말 낙심하고 말았습니다. 평생을 민주당원이었고 미국교사연맹의 회원인 저는 의회와 시민단체의 힘을 믿어왔지만 이제 그 믿음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우리 가족은 오빠를 도와줄 분들을 얻기 위해 분투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보통의 미국인들입니다. 우리는 정치적 힘도 미디어와의 관계도 없습니다.
2009년 유나 리와 로라 링은 기자로 취재를 하다가 북한에 5개월간 구금되었습니다. 그분들은 클린턴 전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한 후에야 자유의 몸이 될 수 있었습니다. 그분들은 소속된 커런트TV를 세운 알 고어 전 부통령과 같은 거물 시민운동가의 도움도 받았습니다. 로라 링의 언니는 내셔널지오그래픽TV의 ‘더 뷰’에 나오는 방송기자로 강력한 구명운동을 벌였습니다.
그러나 우리 가족은 오빠의 생환을 위해 주위의 관심을 촉발하기엔 너무나 힘이 없습니다. 우리 가족은 사람들의 관심이 적은 것에 낙담하고 있습니다.
7월에 리차드슨 전 주지사는 뉴욕서 열린 아시아 소사이어티 행사에 참석하여 “캐네스 배의 석방을 위한 호소는 과거 북한에 억류된 미국 시민들에 비해 목소리가 작다...나는 여러분이 케네스 배를 잊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그분의 말은 저와 가족들에게 자극이 되었습니다. 오빠가 집에 돌아올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는 편지들을 받으면서 힘도 났습니다. 저는 지금이야말로 여러분의 도움이 필요한 시간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오빠의 건강은 시간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습니다. 북한 정부는 대화를 하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 가족은 정부가 케네스 배가 돌아올 수 있도록 시급하고 직접적인 노력을 기울이도록 여러분께서 도움을 주시길 간절히 바랍니다. 케네스 배의 아들 조나단이 하고 있는 온라인 서명운동(www.change.org/FreeKenNow)에 참여해 주실 것을 호소합니다.
8월 10일 오후 7시 시애틀 퀘스트 처치에서 케네스 석방을 위한 촛불기도회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photo by LINDSEY WASSON THE SEATTLE TIMES
* 이 편지를 쓴 테리 정은 노스 시애틀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남편과 두 아이와 함께 에드몬즈에 거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