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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빈의 스포테인먼트
소싯적 꿈은 축구선수였지만 정작 배구선수를 하고 만, 당근 기자노릇은 축구였으되 야구 육상 사격 역도 배드민턴 농구를 섭렵하다 방송영화계를 출입하며 연예와 씨름한 방랑의 취재인생. 전직 스포츠신문 기자가 전하는 스포츠와 연예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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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 수 없는 세치혀의 가벼움..위키릭스와 한국관리

글쓴이 : 로빈 날짜 : 2010-12-02 (목) 06:34:23

‘특종없는 신문은 투수없는 야구다!’

수습기자(修習記者)로 입사한 스포츠신문사 편집국 정중앙 벽에는 대형 액자가 걸려 있었다. 그걸 처음 본 순간 스포츠신문다운 슬로건이 아닐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의 서예작품이었던 그 액자가 지금도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침저녁으로(스포츠신문은 사실상 조석간제였으므로) 특종경쟁(特種競爭)을 벌이는 취재 기자들에게 무언의 압력과 채찍질의 강도는 적지 않았다.

취재기자라면 누구나 특종을 꿈꾼다. 특종만큼 기자에게 뿌듯한 자긍심을 심어주는 것도 없다. 세인이 놀랄 단독보도를 한 뒤의 성취감, 뭇 경쟁지들이 꼼짝없이 베껴 쓰는 모습을 볼 때면 사각의 링에서 통렬한 카운터 펀치로 케이오승을 거둔 파이터의 위풍당당함이 그려진다.

기자에게 특종의 유혹은 어찌나 달콤한지 때로는 자료를 절취(截取)하거나 특정인을 사칭(詐稱)하는 등 부적절한 행동을 해서라도 기사를 쓰기도 한다.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위법을 저지를 수도 있다고 합리화하지만 기자로서 특종의 욕심없이 이런 일을 하기 어렵다.

특종은 운좋게 건지는 것이 있는가하면 오랜 노력과 집념으로 발굴하는 것도 있다. 세계를 뒤흔든 특종 중 대표적인 워터게이트 사건은 ‘딥 쓰로우트’라는 익명의 제보자(提報者)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지만 워싱턴 포스트의 두 신출내기 기자의 용기와 발행인의 의지가 아니었다면 결코 햇빛을 볼 수 없을만큼 권력의 협박은 집요했다.

그래서 기자들은 각기 출입처에 일정한 정보원을 두기 위해 공을 들이고 이같은 네트워크가 잘 구축된 기자일수록(대개는 영향력있는 언론사가 힘안들이고 정보를 얻지만) 특종기사를 많이 쓰게 된다.

전 세계적인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위키릭스(wikileaks)의 비밀외교전문 보도를 접한 기자들은 이런 상상을 한번쯤 해봤을 것 같다. ‘만일 저 자료를 내가 혼자 입수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아마 로또에 몇 번은 당첨된 기분일 것이다. 위키릭스가 공개한 수십만건의 외교전문은 메가톤급의 파장을 몰고 올 민감한 내용들이 수두룩했다. 전 세계를 주무르는 미 국무부의 몇 년치 정보들이 한꺼번에 노출됐으니 세계가 벌집 쑤신듯 요란해질 것은 당연하다.

오죽하면 천하의 뉴욕타임스가 뉴스거리들을 주체하지 못해 며칠째 여러면의 특집기사로 소개할까. 세계 각국의 지도자와 주요 인물들에 대한 평가, 현안분석, 온갖 루머까지 집대성한 위키릭스의 폭로는 유사 이래 최대의 정보공개 파문을 불러 일으켰다.

역시 우리의 관심사는 한반도에 대한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연일 북한에 관한 위키릭스의 전문들을 주요 기사로 소개하고 있다. 뇌졸중 치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 김정일이 여전히 두주불사(斗酒不辭)의 면모를 자랑하고 세 아들에 대한 원색적인 표현도 눈길을 끌었다.

북한과 중국에 관련된 우리 관리들의 발언도 상당수 등장했는데 놀라운 것은 대개의 발언들이 너무 경박하고 비밀로 유지해야 할 부분까지 거침없이 입을 놀렸다는 점이다.

지난 1월 외교부 장관 유명환은 미국의 대북인권특사 로버트 킹과 만나 해외에 근무하던 다수의 북한 고위관리가 최근 한국으로 망명했다고 말했다. 대북인권특사를 CIA 국장으로 착각한 것도 아닐테고 특급 기밀을 대놓고 말한 유명환은 대체 무슨 생각이었을까.

그가 딸 특혜공채 파문으로 사퇴한 후 후임장관에 오른 김성환은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으로 있던 2월 3일 국무부 차관보 커트 캠벨에게 한국 정부가 지난해 가을부터 북한과 정상회담을 위해 접촉했다고 털어놓았다.

당시 발언 중 김정일이 경제적 지원을 요청하려고 중국을 방문하는데 평양에서 베이징으로 가는 열차에서 폭탄을 찾아냈다는 정보당국의 분석도 고스란히 전달됐다.

이들 발언이 충격적인 것은 CIA가 아니라 국무부의 상황보고 수준의 전문에서 발견됐다는 사실이다. 되짚어 생각하면 우리 관료들은 미국의 관리들에게 뭔가 말해주고 싶어 안달이 난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몸이 달았던 모양이다. ‘큰형님’ 미국에게 아는 체도 하고 싶고 은근슬쩍 비밀스런 내용을 흘려 출장비라도 벌게 해줘야겠다는 배려였을까.

지난해 여름이후 미국은 이미 북한의 도발징후를 감지했다는 사실이 이번 전문공개로 드러났다. 이런 정보를 한국이 감지못했을리도 없는데 북한 사태를 안일하게 바라보고 ‘북한 정권이 무너지면 이걸 어떻게 접수할까’ 즐거운 고민을 하던 것이 한국 관리들의 수준이었다. 천안함 사태가 일어나기 불과 한달전까지 말이다.

누구라고 적시(摘示)하지는 않았지만 통일이 한국 주도로 이뤄지면 중국의 불만을 무마하기 위해 북한 북부 광산개발권 등을 보장해줘야 한다는 말을 건넨 자도 있었다. 우물가에서 숭늉 찾는 것도 아니고 김칫국도 이 정도면 챔피언급이다.

북한의 광산이 창고에 넣어든 개인 재산이라도 되는가. 할 말 못할 말 가리지 않고 했다는 흔적은 여기저기서 보인다. 중국측 인사에 대한 인신모독(人身冒瀆)적 언사도 입을 벌리게 만든다.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천영우는 외교부 제2차관이던 지난 2월 캐슬린 스티븐스 주한 미국대사와 점심식사를 하며 중국 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무대위(武大偉 우다웨이)에 대해 ‘가장 무능하고 오만한 관리다. 북한과 비핵화에 대해서는 아는게 아무것도 없는 홍위병 출신’이라며 원색적으로 빈정댔다.

막말로 우리끼리 모여 술 한잔 하는 자리에서 나온게 취중 객담(醉中客談)이었다면 모르지만 미국대사 앞에서 뭘 믿고 이런 소리를 했는지 이해불능이다. 한국말도 능숙한 여성대사 앞에서 ‘우리가 남이가’, 그만 기분이 업(?)된 탓이었을까. 이때문에 중국과의 외교가 난처해지는 것은 물론이고 혹여 호구라도 잡혀 국익이 손상되는 일이 없을까 걱정된다.

그런데 스티븐스는 점심식사 중에도 일을 쉬지 않는 마당쇠 스타일의 공무원인 모양이다. 2월말엔 한국 정부의 한 고위관리와 점심을 먹으며 김정일 사후 2-3년 안에 북한이 붕괴할 것으로 전망했다는 말을 듣자마자 낼름 국무부에 보고했으니 말이다.

이 정도야 한국의 장삼이사(張三李四)도 할 수 있는 ‘아니면말고’ 수준이지만 고위관리의 말이니 무슨 근거가 있을 터이고 어쨌든 열심히 메모해 보고한 스티븐스를 힐러리 클린턴은 어엿비 봤을지도 모르겠다.

통일부 장관 현인택도 실속없는 한마디로 매스컴을 탔다. 지난 7월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커트 캠벨을 만난 자리에서 김정일이 지금 북한에서 굳건한 통제력을 갖고 있지만 한국 전문가들은 그가 2015년을 넘기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한 것이다.

결국 미국 대사를 비롯, 국무부 관계자들은 한국의 고위관리들을 만날 때마다 정보가치를 떠나 모든 발언들을 꼬박꼬박 보고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과연 한국 관리들은 이것을 몰랐을까. 당연히 알고 있을 것이다. 어쩌면 이들 중에는 내심 ‘영양가있는 정보를 줬으니 미국에서 나를 중요한 인물로 평가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지 않았을까.

세치 혀를 놀린만큼 상대의 세치 혀로부터 쓸만한 정보를 얻었으면 좋으련만 한국판 위키릭스는 없으니 희망사항으로만 그칠 일이다. 하지만 아무리 좋게 봐도 우리 관리들이 ‘남는 장사’는 도저히 못할 위인들이라는 생각이 드는건 왜일까.


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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