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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빈의 스포테인먼트
소싯적 꿈은 축구선수였지만 정작 배구선수를 하고 만, 당근 기자노릇은 축구였으되 야구 육상 사격 역도 배드민턴 농구를 섭렵하다 방송영화계를 출입하며 연예와 씨름한 방랑의 취재인생. 전직 스포츠신문 기자가 전하는 스포츠와 연예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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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이 시티컵? 바글바글 월드컵

글쓴이 : 로빈 날짜 : 2010-12-05 (일) 09:49:59

“월드컵이 아니라 시티컵!” “사상 최악의 바글바글 월드컵!”

월드컵 개최지 선정결과로 인해 세계 축구팬들이 당혹해 하고 있다. 지난 2일 스위스 취리히의 FIFA(국제축구연맹) 하우스에서 2018년 월드컵과 2022년 월드컵 개최지가 동시에 결정됐다.

 

2018년은 러시아, 2022년은 중동의 카타르다. 우선 궁금증이 인다. 왜 4년 간격의 두 대회를 동시에 선정했을까. FIFA는 2014년 브라질 대회까지 한번에 하나씩 선정하는 원칙을 지켜나갔다.

얼마전 개최지 선정과 관련,. 어마어마한 뒷돈을 받은 집행위원 스캔들도 발생했다시피 과열 경쟁을 막기위해서라는 말이 나온다. 하지만 12년 뒤의 대회까지 결정한 것은 너무 지나친 감이 없지 않다.

잉글랜드와 러시아, 공동개최로 신청한 스페인-포르투갈, 네덜란드-벨기에 등 4자가 경합한 2018년 대회는 크게 놀랄 일은 아니지만 2022년의 카타르 선정에 대부분의 팬들은 경악에 가까운 반응을 보였다.

 

이하 사진 CBS 캡처

우선 카타르는 땅덩어리가 경기도만한 중동의 미니국가다. 인구도 170만명일뿐더러 카타르 국민은 40만명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에서 온 이주노동자들이다.

어찌보면 도시국가 수준의 나라가 거대 월드컵을 유치한 셈이다. 게다가 월드컵에 한 번도 출전한 적이 없고 FIFA 랭킹도 113위에 불과한 축구변방이다. 카타르를 무시할 생각은 없지만 이런 나라가 아시아의 첫 단독 월드컵을 개최한 것은 애오라지 월드컵 개최를 바라던 많은 축구강국들에게 박탈감을 심어주었다.

 

결선투표에서 쓴잔을 들이킨 미국의 체면은 말이 아니다. 50개주라기 보다는 50개 나라라고 해야 적절한 미국이 중동의 소국에 완패했으니 말이다. 다윗이 골리앗을 이길 수도 있는 것이고 약자가 강자를 누르면 세상도 공평해 보이는건 사실이다.

하지만 카타르의 경우는 좀 다르다. 지난 9월 현지를 조사한 FIFA의 실사단이 부적절 판정을 내렸다. 12개의 경기장 중 10개 반경 25km 안에 위치해 엄청난 대혼잡이 우려됐기 때문이다.

카타르 유치위원회는 대회전까지 4개의 전철이 완공되기 때문에 교통문제는 걱정없다고 말한다. 글쎄 그럴까. 월드컵 경기장은 물론, 연습장, 호텔들이 촘촘히 자리하고 해당 경기들로 인한 수많은 해외 관광객들이 좁아터진 공간에서 이동을 한다는 것이 물리적으로 가능할지 상상이 가지 않는다.

유치위원회는 경기장간 1시간안 이동이 가능해서 이 구장에서 저 구장으로 옮겨 다니며 볼 수 있다고 자랑했다. 같은 날 두시간 간격으로 열리는 경기의 복수관전(複數觀戰)이 가능하다는 것은 결국 가진 사람들의 관전특혜가 늘어난다는 것을 의미할뿐이다.

 

카타르의 살인적인 폭염(暴炎)도 쟁점이다. 월드컵이 개최되는 6-7월 한낮 기온이 섭씨 50도에 육박하고 아침도 35도 수준으로 알려졌다. 뛰기는 커녕 땡볕에 잠시 서있어도 어지러워 졸도할 수도 있다.

카타르 유치위는 태양 전지패널을 이용한 친환경 냉방시스템을 통해 경기장 내 온도를 27도로 유지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를테면 최첨단의 쿨링 존을 만들겠다는 것인데 최소 4만석에 최대 8만석의 경기장 전체를 냉방화한다고? 과연 그게 제대로 될지 우려스럽다. 경기장은 그렇다치고 연습장과 부대 설비를 이용할 때의 더위는 어찌 해결할텐가?

대회 후 경기장 활용방안에 대해선 스탠드 상단 관중석 일부를 분리해 저소득 국가로 반출, 해당 국가의 축구장 건설에 지원한다는 기상천외한 아이디어를 내놨다. 하지만 그럴 노력과 돈으로 새로 경기장을 지어주는게 낫지 않을까 싶다.

 

2022년 대회 유치에 도전한 한국으로선 2002년 월드컵의 기억이 엊그제같은 시점상의 불리도 있었지만 전략적 고려가 부족했다는 생각이다. 정몽준 FIFA부회장은 애당초 아시아국가의 연대를 강조, 유일한 비아시아 후보인 미국을 견제하고 조기탈락하는 다른 아시아 국가의 표를 흡수한다는 전략이었다.

그러나 1차 투표 4표(호주 탈락), 2차투표 5표(일본 탈락)에 이어 3차 투표에서 5표에 그쳐 일본으로 추정되는 한표를 추가한 미국(6표)에 밀려 결선에 나가지도 못했다. 혹자는 일본 표를 흡수하지 못한게 패인이라고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1차투표부터 줄곧 선두에 랭크된 카타르를 너무 안일하게 봤다는 점이다.

일본과 연대해서 “결선투표전까지는 공동의 적수들을 물리치고 결선에서 페어플레이의 성전(?)을 갖자”고 묵계(黙契)했어야 한다. 이와 함께 한국과 일본이 2002년에 못다한 승부를 20년만에 다시 벌인다는 흥미로운 메뉴를 강력하게 이슈화 했다면 카타르의 돌풍과 미국의 끼어들기는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어설픈 ‘아시아 연대’를 외쳐 스스로 발목을 잡은 것도 뼈아프다. 결선에서 도리없이 아시아 국가인 카타르를 지지함으로써 월드컵 유치 재수의 기회가 당분간 봉쇄됐기 때문이다.

이번 월드컵 유치 실패로 한국은 거의 40년간 월드컵을 유치할 가능성이 사라졌다. 월드컵은 대륙별 순환원칙이라는 보이지 않는 질서가 있다. 물론 FIFA가 이전 두 대회를 개최한 대륙을 제외한 모든 나라가 유치신청을 할 수 있도록 규정을 손질, 이론상으로는 2030년대회부터 신청할 수 있지만 차기 아시아의 몫은 중국이 차지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미 중국은 월드컵 유치의 속내를 공공연하게 드러내고 있다. 만일 중국이 2032년 혹은 2036년 대회를 유치할 경우 한국이 신청을 할 수 있는 시점은 빨라야 2048년 혹은 2052년이 될 것이다.

그때라면 통일된 코리아에서 월드컵을 열 수도 있겠다는 희망으로 위안(慰安)을 삼아야 할까.


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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