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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야인시대

글쓴이 : 신재영 날짜 : 2010-11-30 (화) 14:25:13


종로 주먹 김두한(金斗漢)의 일대기를 영화로 만든 ‘장군의 아들’을 세 번이나, TV로 방영된 '야인시대'를 빠짐없이 봤을 정도로 나는 ‘인간 김두환’의 매력에 푹 빠졌던 적이 있었다.

김두환이 놀던 나와바리 였던 종로 2가의 ‘우미관’, ‘명월관’ 그리고 종로의 뒷골목들은 또한 나의 구역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영화에서 보았던 것과 비슷한 우미관 앞을 나는 무수히 지나 다녔던 것이다.

 

www.ko.wikipedia.org

종로의 뒷골목에 있었던 영수학원 E.M.I.도 추억이 서린 곳이다. 경기도 여주에서 초등학교를 다니던 내가 당대의 명문 교동으로 전학을 간 것은 순전히 어머니의 놀라운 교육열 덕이다. 신사임당 못지않은 교육철학을 갖고 계신 모친께서 그 학교로 전학을 보내 주셨기 때문이다.

당시 학교를 가려면 종로 2가 YMCA 앞에서 하차하여 지금의 3.1 문 탑골공원 정문으로 들어가서 후문으로 나가는 지름길을 택했는데 1960 년 대 당시만 해도 탑골공원 뒷부분 담장에는 3.1운동의 거사장면이 양각되어 있었다.

총 칼 든 왜놈 순사들이 말을 탄 채 태극기를 든 조선의 시위대를 무자비하게 진압하는 장면이었다. 그러니 어린 마음에도 조국이니, 왜놈이니, 독립운동이니 하는 개념들이 매일처럼 주입이 되는 것이었다.

해서 몽골에 가서 한글학교를 세우고 교장노릇을 할 때는 조회 때 마다 애국가를 4절까지 다 불렀다. 나의 기억으로는 애국가에는 그 어떤 상서로운 기가 흐르고 있는데 노래를 부를 때 그 기가 몸과 마음속으로 들어오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서울에 갈 일이 생기면 그래서 탑골공원을 찾아 가 보곤 하는데 작년에 가보니 한용운이 쓴 독립선언문이 멋지게 양각되어 있어서 마치 민족대표 33인중의 대표가 된 기분으로 조용히 읽어 보았다.

<오등(吾等)은 자에 아 조선의 자유민임을 선포하노라..>

고교시절에는 달달달 전문과 부칙 3장까지도 암송을 했건만 지금은 그 해석조차 가물가물하다.

우리 민족은 전통적으로 제도권 안에 들어가서 출세하고 사는 그룹이 있는 가하면 아예 세상에 나가는 것 자체를 거부하고 재야에 머무는 삶을 으뜸의 가치로 여기는 그룹이 있었다.

영남유학(嶺南儒學)파 중에서 안동지역이 전자라면 진주권은 후자였다. 그 영향으로 오늘날 경북출신들이 정계를 주름잡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조정(朝廷)에 나가서 왕에게 아부를 떨다가 어느 날 갑자기 3족이 멸문지화를 당하는 것 보다는 차라리 촌부(村夫)의 삶을 즐기겠노라는 철학을 가진 그룹들이 어떤 의미에서는 더 멋있어 보인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에게 학문이 없나, 풍류가 없나, 재물이 없나, 기개가 없나.....

종로의 교동(校洞)은 전통적으로 조정에 나가서 한자리 하는 양반들의 애첩들이 사는 동네다. 그래서 그런지 교동초등학교의 아이들은 다 잘 생겼고 똑똑했고 부자들이다. 당시 명문 경기중학교에 가장 많은 입학생을 내는 학교 중의 하나였는데 여학생들은 왜 그리도 이쁘게 생긴 소녀들이 많았던지.....

당시 한 반에서 공부했던 수재중의 하나가 서울대학교에서 교수를 하다가 최근 이화여대의 석좌교수로 옮겨 간 C 교수이다. 그 친구가 여성 호주제를 옹호하는 발언을 해서 유림의 호된 질책을 받았는데 아마도 교동출신과 무관하지 않을 듯도 싶다.

구약에도 야인그룹이 있었고 신약에도 있었고 물론 지금도 있다. 구약시대의 야인그룹의 대표주자는 아마도 ‘예언자 아모스’를 시작으로 하여 엘리야 엘리사같은 거물급 인물들이 수두룩하고 신약에는 ‘세례요한’을 중심으로 한 야인그룹이 또 다수가 있었고 그리고 현재는 이름 없이 빛도 없이 살아가는 수많은 목사님들이리라.

그중에는 아마도 곰 산(Bear Mountain)에 은거하는(?) 나도 포함이 될 것 같지만 이렇게 글나부랑이를 끄적거려서 여러 사람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드니 온전한 야인은 될 수 없을 터이다.

신학을 하면서 나는 나의 모델로 Amos를 염두에 두었었다. 초야에 머물면서 자연과 벗하여 살다가 가라면 가서 선포하는 아모스의 모습이 너무나 맘에 들었다. 물론 양을 치며 뽕나무를 배양하는 그의 본업도 마음에 들었고...

각설하고 나는 아모스(Amos)를 좋아한다. 아니 아모스의 삶을 좋아한다.

그래서 아들의 미국 이름을 아모스라고 작명했더니 어느날인가 학교에 갔다 오더니 씩씩거린다.

“ 아빠, 이름을 바꿔주세요. ”

“ 아니, 왜? 아모스가 얼마나 좋은 이름인데....”

“아이들이 똥구멍(Anus) 이라고 놀린단 말예요...씨..."

“ 엉? 그러고 보니 발음이 비슷하네... ”

7학년 때의 일이다. 그랬더니 옆에 있던 5학년 딸이 까르르 웃으며 끼어든다.

“아빠, 똥구멍이 맞아요? 아니면 똥 구녁이 맞아요?”

“엥...?

결국 우리 식구는 똥구멍이 맞는다는 파와 똥구녁도 맞는다는 파로 갈라져서 한 참 논쟁을 벌였다. 아마 1993년쯤 되는 가 보다.

그래서 나는 서울에 간 김에 거금 십 오 만 원을 주고 한글대사전 전집 4권을 샀다. 그 사전에 의하면 자그만치 정답이 열 개 이상이나 된다. 참고로 똥구넝, 똥구녁, 똥구녕, 똥구먹,똥구무, 똥구뭉, 똥구영....다 정답이다.

그래도 아들은 그 이름을 가지고 그 학교에서 학생회장에 두 번이나 당선되었으니 하늘에 계신 Amos 님께서 역사(?)하신 것 같다.

아들이 장가를 들어서 25살에 아들을 보았는데 그 이름이 그래도 마음에 드는지 자기 아들의 이름은 Amos Jr.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그러면 나는 Amos Sr.가 되네...손자는 아모스 3세, 증손은 4세...고손은 아모스 5세다."

“그럼 나는 한국인 아모스 원조네...”

나는 또 하나의 원조(?)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 바로 영산(靈山) 신(辛) 씨 태사공파 뉴욕계의 원조타이틀 말이다.

나는 그 아들과 신학적인 토론을 하는 것이 무척이나 기쁘고 감사하다. 나는 밤새 시국을 논하며 울분을 토하는 대학생활을 했을 뿐인데 아들은 밤새워 공부하는 것을 많이 보았기에... 그의 신학적 소재는 애비보다는 무궁무진하다.

그 아들이 목사 안수를 받으니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예언자 Amos 께서 빽이 되어 주시는 것 같다.

예언자 아모스가 예언을 했던 여로보암 2세(주전 787-747년) 시절 아모스의 예언에 대해서 언제나 딴지를 거는 또 하나의 예언자가 있었으니 그의 이름은 아마샤(Amaziah)였다.

아마샤가 아모스에게 하는 말을 좀 보소. 완전히 악화(惡貨)가 양화(良貨)를 구축(驅逐)한다는 경제 용어 그 자체이다.

“아모스야, 너는 유다로 도망가서 거기서나 떡을 먹고 거기서나 예언하고 다시는 벧엘에서 예언하지 말라 이는 왕의 성소요 왕의 궁임이니라.” (아모스서 7:12-13)

아마샤는 누구인가? 왕궁에서 살면서 왕에게 언제나 좋은 말만 해주는 직업예언자의 대표주자가 아니던가? 아마샤는 이스라엘 백성에게 임할 진노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는 그저 월급만 잘 나오면 되는 것이었다.

거짓 예언자들, 부패한 관리들은 아모스나 미가같은 예언자들이 미웠다. 그래서 그들은 아모스나 미가같은 진짜 예언자들에게 협박하고 공갈을 친 것이다.

“너희는 예언하지 말라 이것은 예언할 것이 아니다.” 미가서 2:6

참다못한 아모스는 아마샤에게 이렇게 말한다.

“여호와께서 말씀하시기를, 네 아내는 성읍 중에서 창기가 될 것이요 네 자녀들은 칼에 엎드러지며 네 땅은 ....너는 더러운 땅에서 죽을 것이요....” 아모스 7:16-17

이것이 모든 거짓 예언자들의 종말이다.

입신출세를 하려고 인재들이 중앙으로 모여 드는 시대는 좋은 시대가 아니다. 입신양명을 위해서 조정의 인사들에게 줄을 대려고 애를 쓰며 조정 대신들의 애첩들에게 뇌물을 안기는 세상은 썩은 세상인 것이다.

목사들도 목회하는 교회가 좀 커지면 총회장이 되어 보려고 난리 부르스를 추고 자빠진다. 안 좋아졌다는 세상의 표징이다.

사실 교계의 인물은 추대를 받아서 되는 것이다. 선배들이 추천하고 후배들이 추대해서 할 만 한 분들이 한다면 얼마나 좋겠냐마는 요즘의 총회장은 뇌물을 써야만 되는 것이다.

뇌물을 쓰고 당선된 위인들이다보니 스님의 흉내를 내는 것이다. 불가에 입문이라도 하는 듯 집단 삭발 쑈 같은 짓을 하는 것이다.

“야, 김목사, 나가 이번에 총회장에 한번 나 갈려고 하는데 작전 좀 짜보라...”

“네, 존경하는 이 목사님, 이번 총회의 총대는 모두 1,300명입니다. 두당 200,000만원을 뿌린다면 총 2억6천원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아무 아무개측 표가 확실한 총대들에게는 실탄을 낭비할 필요가 없습니다. 당선이 되려면 600표만 확실하게 챙기면 됩니다.

아무개 아무개측 표로 분류되는 5,600표를 제외하면 뿌릴 실탄만 2억이 필요합니다. 게다가 각 지방의 중간 보스급 아이들에게 활동비조로 얼마가 필요합니다. 해서 총 3억 정도가 필요하겠습니다.”

“ 따르르릉,”

“여보세요, 이번에 총회장에 출마하신 이 목사님이시지요, 안 녕하세여? 저는 전주의 박아무개인데 제가 50표는 조종할 수 있습니다. ”

“아, 박 목사님, 감사합니다. 이번에 저를 좀 도와주세요. 제가 당선 되면 한자리 보장하겠습니다.”

“네, 총회장님, 감사합니다......그러면 언제 전주의 뭐 호텔에서 뵙겠습니다. 물론, 총대 50명을 데리고 나가겠습니다.”

“ 총대가 50이라... 두당 20 만 원짜리 10개에다가 중간 오야붕 활동비조로 100만원이라...”

후보목사는 007가방에다 현찰을 챙겨 쑤셔 넣는다.

한편 총회장 후보 이목사에게 전화를 건 부산의 정치목사 아무개는 또 다른 후보인 박목사에 전화를 한다.

“따르르릉..."

"아, 여보세요, 박목사님, 전데요, 여기 20표를 제가 확보하고 있습니다. 언제 해운대호텔로 총대 20놈을 데리고 나갑지요...”

그래서 이번 총회장 선거를 통해서 전주의 정치목사 아무개가 챙긴 부수입은 총 일금 천만 원이었고 부산의 정치장로 아무개가 챙긴 부수입은 거금 이천만원이라고 하더라....

전년도 수입대비 50% 더 늘었으니 이것은 분명 주님의 은혜입니다. 할렐루야!

평균 1년에 한번 꼴로 이런 부수입이 생기는 총회장 선거는 그야말로 정치목사 정치장로들에게는 봉중의 봉이로다. 대접받고 돈 챙기고...누이좋고 매부좋고......

성총회 회원들을 파락호로 날려 보내는 총회장 선거판이 하루 속히 개혁 되기를 바란다마는한국 교회가 해마다 치루는 총회장선거가 이리 오랫동안 존속할 수 있는 것은 이런 콩고물이 짭짤하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제비로 뽑는다는데 돈 봉투를 돌릴 멍청한 목사는 없기때문이다.

그렇다면 총회장 후보들은 그 많은 실탄을 어디에서 조달을 하는가? 대략 두 가지로 볼 수 있는데 교회 재정을 사용하는 경우이다. 이럴 경우, 선거에서 실패하면 당회장자리도 내놓아야 한다. 대개 그런 경우 그의 목회인생은 그렇게 허접스럽게 막을 내린다.

두 번째는 후보자의 개인능력인데 그를 따르는 주변 인사들(그래봐야 교인들이지만)이 실탄을 공급해 준다.

“ 목사님, 이번에 총회장 선거에 출마하신다는데, 교계를 위해서 목사님이 꼭 당선되셔야 한다고 믿습니다. 이거 얼마 안됩니다. 천 만 원인데요. 요긴하게 사용하십시오.”

한국교회는 이런 교인들이 줄을 잇는다.

"음, 아무개 집사, 고맙소. 다음 번 공동의회에서 당신은 장로 0순위요, 물론 당신 부인은 권사 후보 0순위이고..."

이래서 지금의 한국 교계는 총체적으로 썩었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1년에 한 번씩 모여서 돈 잔치를 벌이는데 거기서 떨어지는 팥고물이 얼마인데... 어디 그 뿐인가?

총회 돈으로 서울관광을 하고 호텔에서 주무시기도 하는데... 이것이 깡촌에서 사는 촌로들에게는 그야말로 하나님의 특별하신 은혜요 특권이요 특혜인데...어찌 그 기회를 놓칠 수 있으랴...

돈을 써 가면서 한 표를 달라고 애원해서 총회장이 된 최근 2,30 년 간의 위인들은 대체로 돈회장 조금 강하게 발음하면 똥회장이 될 것이다. 그런 위인들을 통해서 주님께서 무슨 영광을 보시려고 그냥 두시는가를 이 죄인은 알 수가 없도다.

그래서 나는 그냥 야인으로 남기로 작정했다. 총대들이 혹시 찾아와서 사정사정하며 신목사, 총회장이 되십시오 하면 모를까...

그런데 그런 일은 아마도 생기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감사한 것은 아직 이민교회의 총회장은 돈으로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 이민교회의 신선한 바람이 조국의 교계에 돌풍을 일으키게 되기를 염원하면서...

아니 벌써 곰 산에 오르기로 약조한 시간이 되었나 보다.

이 목사님의 경적이 울리네.....

야인들과 야인목사들이 많은 세상이 좋은 세상인데...


글=신재영 (포트리 한사랑교회 담임목사) moneu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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