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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민의 재미있는인류학
서강대학 영어영문학과 졸 1988년 도미 뉴욕정착. 뉴욕시립대 석사, 인류학박사 수료. 1998년부터 라과디아 대학에서 인류학, 사회학, 도시학을 강의하고 있다. 인류학이라는 학문은 꿈을 쫒는 사람의 집합처이다. 전세계 인종과 문화가 혼재된 뉴욕에서 신명난 인류학 연구의 기쁨을 독자들과 나누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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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어둠의 축제 ‘디왈리’와 할로윈 그리고 순교자의 날

글쓴이 : 서영민 날짜 : 2010-10-27 (수) 10:48:57

 

한인 사회에도 친숙하나 그 유래(由來)가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두 축제가 가을의 절정에 있다.

인도인 가정에 걸려있는 주황색 초록색의 전등불로 더 널리 알려진 빛의 축제 ‘디왈리(Diwali)’와 기괴한 복장과 어린 아이들 쵸콜렛 캔디를 받으러 돌아다니는 어둠의 축제 ‘할로윈(Halloween)’이다. 이에 더해 매년 11월 1일에 거행되는 카톨릭 교회 전통 ‘순교자의 날(All Saint Day)’도 두 축제와 관련 있다는 것도 흥미롭다.

디왈리는 인도에서 시작된 빛을 숭배하는 축제이다. 디발리, 딥바힐리 등 발음도 다양하다. 아마도 이 축제의 이름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매우 생경(生硬)하지만 플러싱이나 롱아일랜드, 뉴저지에 거주하는 우리 동포들이 관심을 갖지 않아서지 사실 이 축제를 쉽게 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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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여러분의 집 가까운 곳에 인도 사람들이 산다면 지난 주말부터 집에 빨강, 노랑, 초록 전등을 밝히는 것을 봤을 것이다. 촌스럽게 무슨 치장(治粧)이야 하고 지나쳤을 수도 있고 더러는 인도 사람들이 할로윈 치장을 이상하게 하는 것으로 오해할지도 모르겠다.

이 모두가 인도 문화와 미국의 다문화 전통에 대한 무지의 소치이다. 이들이 지키는 다왈리는 인도의 음력에 따르기 때문에 날짜가 조금씩 다르지만 올해 축제날은 11월 5일이다.

촛불, 밝음을 뜻하는 디왈리는 인간 세상에서 선(善)이 악(惡)을 이긴 것을 기념하는 빛의 축제로 무려 2천5백년전부터 이어진 것이다. 또 인도의 음력 상으로 이날을 새해의 첫날로 지켜왔다고 한다.

지난달 유태인 설날인 로쉬 하산나와 인도의 디왈리 모두 자체 음력 설인데 이런 증거로 고고학에서는 이들이 인도인들이 유럽 문화권에서 파생되어 나왔을 것으로 추정하는 중요한 단서(端緖)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인류학적으로는 우선 널리 알려진 할로윈도 유태인 로쉬 하산나, 인도 디왈리와 기원(起源)이 같을 수도 있다는 설이 유력하다. 보통 아일랜드에서 유래된 것으로 알려진 할로윈은 어둠을 숭배하는 축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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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는 물론 미국, 캐나다, 영국 심지어는 일본 그리고 이제 대한민국 서울 한복판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기괴한 복장을 하고 축제를 즐긴다. 특히 뉴욕에서는 1990년대 초부터 맨하튼 남단 빌리지에서 10월 31일 오후 8시부터 퍼레이드가 펼쳐지는데 별의별 분장(扮裝)을 한 사람들이 어우려져 이제는 관광 상품 중 하나가 됬다.

역사를 살펴보자. 할로윈 데이는 고대 영국 원주민 가울(Gael)족 혹은 켈트 족으로 알려진 이들의 무속 신앙에서 유래되었다. 로마 시대부터 핍박을 받았던 이 고대 민족은 강대국에 시달리는 자신들의 불행을 주술(呪術)의 조화라며 스스로를 위로했다. 밤과 낮의 길이가 바뀌는 10월 마지막 주는 삶과 죽음이 교차를 하는 시기라며 특히 10월 31일 밤을 기려 어둠의 축제를 벌였다.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자연의 법칙 중 어둠으로 들어가는 길목에서 죽은 자들의 영혼을 추모(追慕)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었다. 기독교 신앙이 유럽에 전파되었던 시기에 교회에서는 이 이교도(Pagan) 축제를 악마의 축제로 규정하고 단속을 하기도 했다.

여기서 11월 1일 카톨릭 교회 전통 순교자 기념일인 All Saint Day가 탄생을 했다. 지금부터 1천1백년 전인 9세기에 교황 그레고리 4세가 이교도를 기독교인으로 개종시키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이들의 축제를 교회 축제로 승화시키려 했던데서 출발한다.

 

www.wikipedia.com

셀틱족의 어둠과 죽음을 카톨릭 교회가 사실로 받아들이고 순교자를 기리는 날로 정한 특이한 역사가 있는 것이다. 결국 할로윈을 악마 숭배로 규정하고 이 전통를 배척하는 현대 일부 기독교인들의 생각은 잘못된 것이다.

간단히 정리를 해보면 유태계, 인도계 등과 역사를 공유하는 고대 가울족이 로마 병정들에게 고향에서 쫒겨나 섬나라 영국으로 흘러들어간 것 2천년 전이었고 이후 계속되는 열강의 싸움에 영국 남부에서도 쫒겨나 스코틀랜드의 험한 산악 지역과 더 척박(瘠薄)한 아일랜드 섬으로 약 1천5백년 경에 밀려들어가게 되었다.

아일랜드 섬에 이르러 단순히 무장 군인으로 생명을 위협하는 것을 지나 당시 로마 제국이 기독교로 개종한 후 자신들의 정신까지 말살하려는 행위라고 반발하며 문화전통 수호에 나섰는데 할로윈 축제는 로마 기독교에 대항했던 대표적인 저항문화(抵抗文化)였다고 한다.

이것이 19세기 미국으로 대거 이민 온 아일랜드 사람들에 의해 전파된 것이다. 사실 미국의 할로윈은 100년 전만 해도 아일랜드계 이민자들 간에 안부를 주고받는 정도의 하찮은 전통이었다.

 

1930년대에 들어서 현재 기괴한 복장들을 - 악마, 주술사, 마녀 등 대량 생산 판매하는 업체들이 생겨났고 현재 이 할로윈 코스츔 인더스트리는 미국에서만 매년 50억 달러를 벌어들이는 엄청난 산업으로 성장을 했다.

또 할로윈의 밤 어린아이들이 이웃집을 돌아다니며 캔디와 쵸콜렛을 받는, 소위 Trick or Treating은 1950년대 미국 쵸콜렛 산업의 대부 허쉬스(Hershey's) 사의 마케팅으로 생겨난 것이다. 이후 아이들에게 사탕과 과자 쵸콜렛 등 달콤한 것을 먹는 풍습으로 고착화 되었다니 우리가 알고 있는 전통이 사실은 매우 일천(日淺)하기 짝이 없다.

 

그러나 미국은 자본주의의 총아(寵兒)답게 할로윈을 대중문화 상업문화로 재포장해 원산지 아일랜드와 영국까지 건너가 유럽, 호주 그리고 일본과 한국으로 수출이 되어 마치 세계인이 즐기는 축제처럼 명성을 얻게 된 것이다. 작년에 접한 뉴스에 따르면 한국에서도 할로윈 퍼레이드를 하는 사람들이 신촌 지역을 중심으로 생겨나기 시작했다고 한다.

 

뉴욕의 할로윈 퍼레이드는 90년대 초 게이 앤드 레스비안 그룹들을 중심으로 웨스트 빌리지에서 시작되었으나 현재는 이것도 상업화되어 거의 모든 계층의 사람들, 심지어는 어린애들까지 즐기는 축제로 승화(昇華)되었다.

뉴욕 일원에 계신 독자 중에 뉴욕의 특이한 문화를 체험해 보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31일 일요일 밤 웨스트 빌리지 4번가로 가시기를 바란다.

인간의 본성을 들여다보면 선과 악, 밝음과 어두움이 공존을 한다. 인간의 염원(念願)을 반영한 종교관에서도 빛과 어둠, 선과 악의 끊임없는 갈등이 그려진다. 단 어떤 종교는 선과 악을 적과 아군으로 규정하는 전투적 표현을 하고 어떤 종교는 서로가 공존하는 필수 요소로 받아들인다.

거의 비슷한 시기에 미국 특히 뉴욕에서 쉽게 접하는 두 가지 축제에서 인간 심연(深淵)의 모습을 잠시나마 들여다보는 시간을 갖는 여유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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