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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민의 재미있는인류학
서강대학 영어영문학과 졸 1988년 도미 뉴욕정착. 뉴욕시립대 석사, 인류학박사 수료. 1998년부터 라과디아 대학에서 인류학, 사회학, 도시학을 강의하고 있다. 인류학이라는 학문은 꿈을 쫒는 사람의 집합처이다. 전세계 인종과 문화가 혼재된 뉴욕에서 신명난 인류학 연구의 기쁨을 독자들과 나누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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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노예후손이 아냐’ 나이지리안 아메리칸

글쓴이 : 서영민 날짜 : 2010-06-24 (목) 06:59:17


며칠전 월드컵에서 한국과 일전을 벌인 나이지리아는 아프리카 대륙의 초강대국이지만 대부분의 우리들은 그저 아프리카의 못사는 나라 정도로만 알고 있는게 사실이다.


필자의 개인적인 경험과 연구를 바탕으로 나이지리아와 나이지리아 계 미국인들을 살펴보겠다.


우선 나이지리아는 최북단의 이집트를 제외하면 아프리카 대륙에서 월드컵 개최국인 남아공(South Africa) 다음 가는 강대국이다.


한반도 면적의 4배가 넘는 땅덩어리에 인구수는 1억 6천만명으로 남북한 인구수의 두배가 넘는다. 그리고 부존자원 특히 석유와 광물은 제대로만 운용한다면 몇 년 이내에 전 세계에서 손꼽는 강대국으로 만들어 줄 수 있을 정도로 풍부하다.


실제 나이지리아 국민의 삶의 수준은 어떨까? 국민소득 2300 달러 수준의 빈국이다. 많은 설명이 있겠지만 사회인류학적 접근은 이 나라의 민족 갈등을 첫 손에 꼽는다.


목축이 생활 수단인 Hausa족, 상업에 많이 종사하는 Igbo족 농경인인 Yoruba족이 대표적인 3대 민족인데 이들이 사용하는 방언이 무려 250개이다. 나이지리아 내에서도 다른 민족들 서로 간에 의사소통을 하려면 영어를 사용해야한다고 한다. 현실이 이러하니 통일된 나라로 힘을 합치는 일이 용이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미국에 이민 온 나이지리아 계 미국인들의 경우는 본국의 현실과 조금 다르다. 현재 미국에 약 100 만명의 나지지리아 이민자들이 있다고 추산되는데 이들은 중산층에 속하는 비교적 잘 사는 사람들이다.


사실 나이지리아에서 미국으로 이민 올 수 있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다. 유학을 오는 지식층이거나 미국과 무역을 하는 사업가 등 교육 수준이 높고 부유한 사람들이 미국내 나이지리아인들의 주류였다.


실제 미국 학계에서 나이지리아 출신 교수의 비율이 다른 나라 출신 교수 비율에 비해 월등히 높다는 통계도 있다. 최근에는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업계에 전문인들의 취업이민도 크게 눈에 뜨인다.


그리고 이들의 2세들의 고등교육율이나 대학진학율도 여타 이민 집단에 비해 눈에 띄게 높다고 하니 21세기 중반에 나이지리안 아메리칸의 활약이 기대된다.


하지만 이들은 미국내 전통적인 흑인, 즉 아프리칸 아메리칸으로 취급되는 사실에 대해 크게 거부감을 나타내고 있다. 실제로는 ‘소수계 우대정책(Affirmative Action)’을 통해 미국 내 취업 시장에서 매우 큰 혜택을 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얼굴이 서구적 형태의 미국내 흑인들과 달리 둥글둥글하고 쓰는 영어에도 아프리카 식의 액센트가 있어 흑인들 사이에서 놀림을 당하기도 하지만 자신들은 노예의 후예가 아닌 자발적인 이민 집단이라는 주장을 하는 것이 보통이다.


필자의 견해로는 이민 혹은 역사의 문제가 아니라 미국 사회 내에서 거론되지 않는 빈부격차의 문제가 아닌가 싶다.


만일 미국내 흑인들이 정치적 경제적으로 파워가 있고 잘사는 사람들이라면 이들 이민자들이 자신들의 정체성을 부정할 필요는 없을 것이나 미국 사회의 고질적 병폐인 인종 차별과 빈부격차의 피해자인 아프리칸 아메리칸의 정체성과는 선을 긋겠다는 뜻일 것이다.


특이한 것은 이들 나이지리안 아메리칸이 가장 많이 몰려 사는 지역은 워싱턴 DC와 볼티모어 사이 북부 메릴랜드라는 것이다. 뉴욕은 두 번째로 많은 나이지리안 어메리칸이 사는 곳으로 약 10만 명이 거주하고 있다.


주로 브루클린의 크라운 하이트 지역과 브롱스의 팰함 팍지역에 나이지리안 커뮤니티가 있다고 하는데 이들 중 잘사는 사람들은 전형적인 중산층 지역인 롱아일랜드의 낫소 카운티와 브롱스 북부 웨스체스터 카운티에 몰려 살고 있다고 하니 한국 동포 사회 주거 형태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본다.


이들 나이지리안 아메리칸의 먹거리 문화는 외부인들에게는 비교적 생경하다. 야자유와 땅콩과 비슷한 Ground Nut의 기름을 듬뿍 두른 음식은 처음 접하는 사람들 눈에는 기름이 둥둥 떠 그리 먹음직스럽지 않다. 게다가 나이지리아 본토에서 수입한 특이한 향신료
때문에 접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코를 막기 일쑤이다.


하지만 사실은 나이지리아 음식으로 분류되는 많은 음식의 재료들이 최근 500년 유럽의 팽창이후 이 지역에 들어간 새로운 먹거리 문화이다. Jollef라 불리는 음식의 기본은 중국과 인도에서 들어간 쌀을 주 자료로 한 것이고 나이지리아 식사에서 매끼 빠질 수 없다는 Akara는 완두콩 비슷한 녹두로 만든 음식으로 유럽을 통해 소개된 남미 곡식이다.


그리고 매콤한 맛은 역시 중남미에서 들어간 고추가 주 재료이다. 그나마 전통음식을 꼽으라면 목축민 Hausa족의 꼬치구이 Suya와 양고기 스튜 Maafe를 꼽을 수 있는데 이 두 가지 전통음식도 고기를 절이고 양념을 하는데 고추(칠리 페퍼)가 꼭 들어간다고 한다.


나이지리아와의 월드컵 경기를 계기로 그동안 우리가 잘 몰랐던 나이지리아계 미국인의 삶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가져보면 어떨까.


yseo@lagcc.cuny.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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