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시 45분 어김 없이 알람콜이 왔다. 룸메이트는 씻고 있었다. 6시 출발하는 셔틀 버스를 타야 한다. 그와 작별 인사를 한 후 나도 샤워를 했다. 변함 없이 아메리칸 스타일 아침을 먹고 7시 수업에 들어갔다. 비가 오고 있었다.
어제 신체검사를 같이 안 했기 때문에 메디컬 카드를 본사에 가서 받아야 하나 생각하고 있었는데 강사가 내 이름을 부른다. 왕이라고 불러서 못 알아 들었다. 길재황이냐고 물으니 맞단다. 메디컬 카드 사본이었다. 지난 12일자로 내가 작성한 것이다. 시작이 좋다.
9시 셔틀버스를 타고 DMV로 갈까 했지만 밖에 비가 오는데다, 1시30분에 시뮬레이터 수업이 있는 D조를 위해 양보하기로 했다. 일기예보에 내일은 비가 오지 않는다고 했으니 내일 가자. 급할 건 없다. 대신 얼마 남지 않은 CBT 과정을 끝냈다.
빗발이 약해졌다. 나는 생각을 바꿔 11시 셔틀버스를 타고 DMV로 갔다. 1층 시험장으로 가는 다른 학생들과 달리 나는 2층 면허증 발급 사무실로 바로 향했다. 시험이야 이미 지난 번에 합격했다. 사람이 별로 없어 10분도 걸리지 않고 임시 퍼밋과 임시 미주리 운전면허증을 받았다. 정식 퍼밋과 면허증은 2주 내로 호텔로 보내준다. 뉴저지, 뉴욕에 이은 세 번째 미국 면허다. 이거 두 장을 받기 위해 뉴욕과 미주리를 오가며 그 고생을 했다니. 이걸로 연습하고 실습 나간 후 상용차 운전면허증인 CDL을 따게 된다. 그 후에 다시 뉴욕주로 가서 뉴욕 면허증으로 바꾸면 된다. 재미 있는 것은 면허증 사진을 찍는데 모자를 쓰고 찍어도 된다는 사실이다. 앞서 사람이 모자를 쓰고 찍길래 나도 모자를 쓰고 찍었다. 뉴욕에서는 모자를 벗고 찍어야 한다.
셔틀 버스는 1시 20분 쯤에 오는데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았다. 빗발이 굵어지기 시작했다. 시내버스를 타도 되지만 언제 올지도 모르는데다 월마트에서 내려서 5분 이상을 걸어야 한다. 우산도 없이 서류를 들고 빗속을 걷기는 별로 현명한 생각이 아니다. 막 건물을 나서는데 프라임 학생들이 승용차를 타는 것이 보인다. 우버를 부른 모양이다. 나는 가까이 가서 나도 타도 되겠냐고 물었다. 자리가 없단다. 나이가 지긋한 운전수가 자리가 더 있다며 내려서 짐칸 트렁크를 열더니 바닥에서 좌석을 끄집어 올려 세번째 열을 만들었다. 링컨 SUV였다. 운이 좋았다. 호텔에 도착해 요금을 지불한 학생에게 5달러를 줬다. 11시 45분, 아직 점심 시간 전이다. 오리엔테이션 사무실로 가서 퍼밋을 내밀었더니 여직원이 반색을 한다. 지난 번에 이것을 받지 못해 다시 집에 가야했다며 나를 위로했다. 나는 그것도 좋은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화요일 오전이 끝나지 않았는데 할 일을 거의 다 마쳤다. 남은 것은 저녁에 시작하는 시뮬레이터 수업 뿐이다. 점심을 먹고 방으로 가서 휴식을 취했다.
사실 3시 30분에 수업이 하나 더 있었는데 깜박 잊고 있었다. 지난 번에 들었던 건강 관련 강좌라 안 들어도 되는 것이었다. 따로 출석을 부르지도 않는다. 저녁에 듣기로는 이 수업은 오늘 취소 됐다는 것 같았다.
저녁 식사 후 시뮬레이터 수업에 들어갔다. 이 수업은 빠져서는 안 되는데다 마지막에 테스트를 통과해야 한다. 비디오 게임기 같이 생겼지만 기기 한 대의 가격이 실제 트럭 가격과 비슷한 13만 달러란다. 이 장비 덕분에 다른 곳에서는 4~5주 걸리는 실습기간을 2~3주로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오늘도 혼자 연습했다. 우리 조에 있던 여자 한 명은 집으로 가야 해서 수업에서 제외됐다. 지난 번 나하고 같은 신세다. 여자 강사는 내게는 오늘 아무런 상관도 하지 않았다. 잘 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했다. 나는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하나 전혀 관심 갖지 않고 내 연습에만 열중했다. 어제 업쉬프팅을 연습한데 이어 오늘은 다운 쉬프팅과 스킵 다운 쉬프팅을 연습했다. 업쉬프팅은 RPM(엔진속도)과 관련 있고 다운 쉬프팅은 차량 속도와 주로 관련이 있다. 기어를 갈아 먹지 않으려면 여기에 능숙해져야 한다.
그런데 사실 오토 트랜스미션 차량에는 필요 없는 과정이다. 예전에는 대형 트럭은 거의 수동이었지만 요즘에는 오토도 많다. 프라임도 현재 과도기로 절반 정도는 오토 트랜스미션이라고 했다. 이 말은 실습을 나갈 때 자동과 수동을 만날 확률이 반반이라는 뜻이다. 시험은 수동 차량으로 본다. 2주 가량 실습을 나간 후에는 호텔로 돌아와 이틀 정도 실습장에서 수동 차량으로 연습한 후 시험을 본다. 오토로도 시험을 볼 수 있지만 그 경우에는 오토 차량 밖에는 운전을 못 한다.
수업은 목요일까지 예정돼 있지만 수요일 수업에서 자신 있으면 테스트를 받을 수도 있다. 목요일 수업은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한 학생들만 듣는 것 같았다. 현재까지의 진척 사항으로 봐서는 통과는 무난할 것 같다.
내일은 오전 7시 수업을 마치면 저녁 9시까지 일이 없다. 다른 학생들은 시험 보랴, 퍼밋 받으러 DMV 갔다 오랴 바쁘겠지만 나하고는 상관 없는 일이다.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황길재의 길에서 본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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