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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세계수행자, IT전문가, 영화감독, 연극배우, 라디오방송기자 등 다양한 인생 여정을 거쳐 현재 뉴욕에서 옐로캡을 운전하고 있다. 뉴욕시내 곳곳을 누비며 뉴요커들의 삶을 지척에서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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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럭은 작은 차가 무섭다

진땀나는 실전
글쓴이 : 황길재 날짜 : 2018-04-21 (토) 08:54:10

 

0403 프리트립2.jpg

 

만우절이자 부활절 일요일.

드디어 내가 운전하는 날이다. 오늘부터는 내가 줄곧 운전하게 될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 트럭 점검하고 트럭스탑을 출발했다. 중간에 월마트를 들르기로 해서 GPS를 그쪽으로 잡았다. 아침은 안 먹은 상태였다. Nathan이 지시하는대로 방향을 잡아 트럭을 몰았다. 차폭이 넓기 때문에 주의하지 않으면 옆 차선을 밟기 일쑤였다. 곡선구간에서는 바깥쪽 차선을 따라가도록 조심해야 했다. 고속도로 구간은 크게 문제될 것이 없었다. 문제는 시내구간에서 좌우회전 할 때와 주차장에서 차를 댈 때였다. Nathan은 내 운전에 대해 만족스러워 했다.

 

월마트에 들러 필요한 물품을 샀다. 나는 이미 운행 전 날 월마트에서 먹을 것을 샀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더 살 것은 없었다. Nathan은 내 베개가 작은 것을 보고 진짜 베개가 필요하다며 큰 것을 사줬다. 나는 옷가지가 많지 않아 굳이 필요도 없는데 더러워진 옷을 담을 빨래망도 사줬다. 먹을 것 필요한 게 있냐길래 시리얼을 한통 샀다. 나는 월마트 주차장에서 아침을 먹고 출발할 줄 알았는데 바로 떠났다. 트럭스탑에서 바나나 1개라도 먹은 것이 다행이었다. Nathan은 밥을 잘 먹지 않는 것 같았다. 어제도 서브웨이 샌드위치 한끼가 다였다. 그러면서도 비타민을 비롯한 각종 알약은 엄청 챙겨먹었다.

 

4시간 여를 달렸다. 제한속도보다 조금 아래로 크루즈 세팅해놓고 핸들만 움직이는게 다였다. 미국의 평원은 광활했다. 영하(零下)의 날씨였지만 비는 오지 않아 땅은 말라 있었다. 살짝 졸렸다. 슬슬 배도 고파졌다. 시카고에 이르자 교통이 복잡해졌다. 좀 더 주의해서 달려야 했다. 우리 차는 다른 트럭들이 추월할 정도로 천천히 달렸다. 최고 속도가 65마일 이상은 안 나오도록 제한이 걸려 있었다. 다른 차를 추월한 적은 딱 한 번이었다. 우리 차는 보통 트럭보다 크기가 살짝 작은 것이다. 연비향상에는 좋지만 속도는 좀 느리다. 풀사이즈 트럭에 비해서 천정이 조금 낮다. 그래서 2층 침대에서는 앉아서 허리를 완전히 펴지 못한다. 그래도 내게는 충분히 빠른 차였다.

 

Nathan의 목소리가 살짝 높아진 경우가 두 번 있었는데 모두 차선을 변경할 때였다. 트레일러가 워낙 길다보니 사이드 미러로는 뒷차와 거리가 어느 정도 떨어졌는지 감이 오지 않았다. 내가 머뭇거리고 있으니 뒷차량이 상향등(上向燈)을 깜박였다. 들어와도 좋다는 신호다. 그제서야 안심하고 차선을 변경했다. 53피트 트레일러를 끌고 차선을 변경하기란 여간 신경 쓰이는 일이 아니다. 승용차를 몰 때는 트럭 옆을 지나갈 때 위압감을 느꼈는데 사실은 트럭 운전사들이 작은 차를 더 무서워한다. 자신보다 항상 빨리 움직이는 승용차가 언제 어디로 치고 들어올지 몰라 신경을 곤두세운다.


 

0403 프리트립3.jpg

   

화물 배달지에 도착했다. 화물은 늦어서는 절대 안 되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일찍 가서도 안 된다. 약속 시간에 맞춰 조금 일찍 가야 한다. 물건을 받는 쪽에서도 일정이 있기 때문이다. 일요일이라 일도 하지 않았다. 위치만 확인하고 근처 5마일 떨어진 트럭스탑으로 갔다. 후진 주차를 해야 했다. 그래도 공간이 충분해 직선 후진을 할 수 있었다. Nathan의 적립 카드를 이용해 샤워를 했다. 1인당 12달러였다. 주유소에는 50갤런 이상을 넣으면 샤워 쿠폰을 준다. 샤워실은 일반 모텔 화장실과 비슷했다. 변기가 있고 세면대, 샤워칸이 따로 있었다. 놀랍게도 수건도 있었다.

 

샤워를 마치고 늦은 점심을 먹었다. 월마트에서 산 브리또를 전자렌지에 데워 먹었다. 컵라면도 하나 끓여먹었는데 월마트에서 산 포크 세트가 보이지 않아 그냥 입으로 먹었다. Nathan은 식빵에 치즈를 얹어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었다. 저 덩치로 저거 하나로 되나? 프리트립 연습을 마치고 휴식을 취했다. 내일 아침 6시30분에 일어나 7시 조금 넘어 출발하기로 했다. 우리는 바로 잠자리에 들었다. 내 침대칸은 정리가 좀 필요했다. 수납공간이 없다보니 온갖 물건들이 비닐에 담겨 있어 뭐가 어디에 있는지 찾기가 어려웠다. 피곤하다보니 누웠는데 바로 잠이 들었다.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황길재의 길에서 본 세상’

 

http://newsroh.com/bbs/board.php?bo_table=hg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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