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roh=황길재 칼럼니스트
부지런히 달려야 했다. 프리트립 연습을 한 후 트럭을 출발시켰다.
(Pre-trip inspection은 의무적으로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이다. 차량 전반에 걸쳐 어떤 문제도 없는 지 세세하게 확인하는 과정이다. CDL 실습시험에도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Nathan은 하루에 두 번씩 이 과정을 연습해야 한다고 했다. 차량 안팎으로 100개가 넘는 트럭 부품들을 보면서 이름을 대고 각 부품의 상태가 어떠해야 하는지 검사관에게 말로 설명해야 한다. 그리고 브레이크 테스트까지 마쳐야 한다. 어떤 이는 실습 시험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이라고도 한다. 지금은 교재를 보면서 하고 있지만 모두 외워야 한다.)
운전이 한결 편해졌다. Nathan은 오늘은 내게 새로운 숙제를 줬다. 도로 표지판을 모두 읽으라는 것이다. 그리고 뒤나 옆에서 접근하는 차가 있으면 말로 알리라는 것이었다. 운전 중 주의를 기울이기 위한 연습이었다. 제한속도, 트럭에 허용된 차선, 출구 번호, 공사 안내 등 읽어야 할 것은 많았다. 그러다보니 전혀 졸릴 틈이 없었다.
중간에 비가 왔다. 얼마나 세차게 내리는 지 앞이 잘 안 보일 지경이었다. 속도를 살짝 줄이고 계속 주행했다. 평원 멀리서 천둥이 쳤다.
Nathan은 트럭 속도를 60마일로 제한했다. 최고 65마일로 달릴 수 있지만 화물을 실었을 경우 연비(燃費) 때문에 60마일로 달린다는 것이다. 또 제한속도가 그 이하면 거기에 맞춰 달리라고 했다. 사실 미국에서 제한속도 5마일 초과까지는 대부분 관용적으로 허용한다. 내가 학생이다보니 FM대로 하는 모양이었다.
Nathan이 내게 가장 자주 지적하는 것은 코너링 시 외곽을 따라 달리라는 것이다. 안쪽으로 달리면 트레일러 바퀴가 옆 차선을 넘어간다. 평소 차를 운전하면서 코너링은 안쪽으로 하는 것이 버릇이다 보니 트럭을 몰면서도 간혹 안쪽으로 몰리는 경향이 있는 모양이었다.
Nathan에게 내가 몇 번째 학생이냐고 물어봤다. 두 번째란다. 첫 번째 학생은 7개월 전에 다른 트럭으로 가르쳤다고 한다. Nathan은 프라임에는 1년 4개월 정도 다녔다고 했다. 언제부터 트럭을 몰았냐 물으니 18살때부터란다. 오일 필드에서 큰 차들을 몰았다고 했다. 트럭 경력이 22년이다. 중간에 아들하고 통화를 하기에 애가 몇이나 물어보니 딸 18살, 아들 16살, 13살, 11살 모두 네 명이라 했다. Nathan은 자기와의 수련 기간이 끝나 솔로 운전사가 되더라도 필요하면 언제든지 자신에게 전화해서 물어보라고 했다.
인디애나 주를 지나 테네시 주에 들어서니 봄이 느껴졌다. 어느 곳은 초여름 분위기까지 났다. 중간에 대도시 주변을 지날 때는 교통혼잡을 피하기 위해 다른 길로 빠지기도 했는데 오늘도 시내 구간을 지나게 됐다. 어제보다는 훨씬 도로가 넓어 편했다. 구글맵을 보고 교통사고가 난 구간이 있으면 다른 경로로 우회(迂回)하기도 했다.
중간에 쉼터(Rest Area)에 들러 운전을 교대했다. 트럭스탑의 경우에는 고속도로에서 일단 빠져나와야 하고 주차하기도 복잡하지만 쉼터는 고속도로 내에 있는데다 트럭을 주차하고 빠지기도 편했다. 물론 편의시설은 화장실과 자판기 정도다. Nathan이 이때부터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연비는 무시하고 제한속도 내에서 최대한 달렸다. 계산해보니 내일 아침 8시까지 배달이 불가능했다. 트럭 드라이버는 하루에 14시간 이상 일할 수 없다. 온라인으로 시간표에 일을 시작하면 무조건 14시간 후에는 멈추고 10시간 이상 쉬어야 운행이 가능하다. 또 하루에 11시간 이상 운전할 수도 없다. 8시간을 연속 운전하면 30분을 쉬어야 한다. Nathan과 내가 팀 드라이버 였다면 한 명이 자는 동안 다른 한 명이 운전해서 갈 수 있지만 PSD기간에는 솔로 시간표로 운행한다. 즉 한 사람이 운전하면 다른 사람은 조수석에서 있어야 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목적지까지 못 가고 중간에 차를 세워야 했다. Nathan은 플릿 매니저에게 문자를 보내 약속시간을 1시간 뒤로 미룰 수 있냐고 물었다. 프라임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가 제 시간에 배달하는 것이다. 정시 배달률이 98% 이상으로 그해의 트럭 운수 회사 상을 받기도 했다. 그렇다고 시간이 안 됐는데 차를 운행하면 벌금을 받게 된다. 진퇴양난(進退兩難)인 것이다. 우리가 묵기로 예약한 트럭스탑까지 가기도 빡빡했다. 여유시간이 몇 시간 없었다. Nathan은 평소 실력대로 운전을 하면서 내게 상급자 레벨의 강습을 해줬다. 이럴 때는 이러고 저럴 때는 저래라.
서부 대평원 지대를 지나 동부로 오려면 아팔라치안 산맥을 넘어야 한다. 록키 산맥만큼 험준하진 않지만 한국 산처럼 아기자기한 맛이 있다. 테네시 주 동쪽 끝 조지아 주 접경 부분 쯤 오니 입이 벌어지는 절경(絕景)이 펼쳐졌다. 미처 사진을 찍지도 못했다.
목적지를 70마일 정도 남겨두고 조지아 주의 트럭스탑에 들어섰다. 거의 제한 시간을 다 쓴 상태였다. 시간은 9시 15분 정도였다. 중부시간에서 동부시간으로 시간대를 넘어와서 1시간이 더 지나갔다. 트럭스탑에는 세울 공간이 없었는데 Nathan이 오면서 전화로 미리 예약을 해뒀다. 예약은 15달러다. 근데 문제는 예약석에도 자리가 없었다. 다른 누군가가 무단으로 지정석에 세운 것이다. 카운터로 들어가 얘기를 하니 안전요원이 확인을 하고 안내방송을 한다. 어디 회사 트럭 빨리 빼라고. 몇 분 후에 자리가 났다. 오늘은 실수 없이 Nathan이 잘 댔다. 샤워하고 간단한 밥요리를 데워 저녁을 먹었다. 역시 별로 맛이 없었다. Nathan은 저녁을 먹지 않고 잠자리에 들었다. 오면서 너는 한끼만 먹는 것 같다고 물어보니 그렇단다. 자기는 먹는 것을 좋아해 절제하지 않으면 엄청 살이 찐다고 했다. 과거에 280파운드 까지 나갔다고. 지금은 230 정도 나간다고 했다. 내가 190 정도인데. Nathan은 트럭 운전하면 오히려 체중이 준다고 했다. 집에 가면 엄청 먹어서 찐다고.
내일 휴식 10시간이 끝나는 오전 7시 15분에 출발하기로 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황길재의 길에서 본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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