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정 조금 넘어 월마트 물류센터에 도착했다. 입구 경비실에 50대 후반으로 보이는 아주머니 두 명이 있었다. 나를 보더니 대뜸 신참(rookie)이냐고 묻는다. 신참 티가 나나? 아니면 처음 보는 얼굴이어서 그런가? 내가 신참이라고 답하니 이런저런 조언을 해준다. 월마트 DC에는 항상 먼저 전화를 해. 약속시간과 상관 없이 말이야. 일찍 물건을 받을 수도 있다고. DC? DC가 뭐지? 워싱턴 디씨는 아닐테고. 생각해보니 Distribution Center 인가보다. 우리가 월마트 일반 매장에 물건을 배달할 일은 없다.
짐이 든 트레일러 내려놓고 빈 트레일러를 연결해서 나왔다. 3시간 거리의 발송처로 향했다. 처음 가는 길이고 밤이다 보니 몇 번 진출로를 놓칠뻔 했다. 그때마다 네이슨의 질책(叱責)은 이어졌다. 길, 어느 길로 가는 지 미리 확인해야 해. 길, 곡선에 들어가기 전에 속도를 줄여. 너무 일찍 브레이크 밟지마. 귀가 따갑도록 매번 듣는다. 나한테 필요한 것이니까 고깝게 여기지 말고 잘 새겨들어야지.
발송처에 도착하니 이곳 경비도 60대로 보이는 아주머니다. 꼬장꼬장 하시다. 뭐라 하는데 반도 못 알아 듣겠다. 큰 일이다. 네이슨이 있어서 다행이지. 이 회사는 야드자키도 여자였다. 야드자키는 구내에서 작은 트랙터로 컨테이너를 옮기는 사람이다. 네이슨은 야드독이라고 부른다. 20대로 보이는데 얌전하게 생겼다. 컨테이너를 옮기는 일 뿐 아니라 오가며 짐이 실린 것을 알려주기도 했다. 신기해서 내려서 쳐다보니 웃으며 손을 흔들어 준다.
발송처나 배달처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남녀 비율이 절반 정도 되는 것 같다. 그만큼 일하는 여성이 많다. 나이도 대개 중년 이상이다.
기다리며 불닭떡볶이를 데워먹었다. 네이슨은 지난 번 먹은 불닭볶음면보다 더 맵다고 했다. 여전히 잘 먹는다. 국물이 남아 햇반을 데워서 비벼 먹었다. 먹고 나니 분위기가 화기애애해졌다. 네이슨은 떡볶이가 신기한지 이것저것 물었다.
이제 남은 것은 열심히 동쪽으로 달리는 일이다. 낮밤으로 교대하며 쉴새 없이 달린다. 내일 오후 4시경에는 핏스톤에 도착한다는 계산이 나왔다. 약 10마일 떨어진 도시에서 3시간 간격으로 있는 뉴욕행 버스를 타면 포트 오서리티 터미널까지 3시간 걸린다. 거기서 집까지는 또 1시간 반정도. 잘 하면 자정 전에는 집에 들어간다.
집에 오니 좋구나
밤새 달렸다. 될 수 있는 한 멀리 가려고 했다. 운전 가능 시간 11시간 중 50분 정도를 남기고 오하이오 주의 어느 트럭스탑에 멈춰야 했다. 한 10분만 시간이 더 있었으면 다음 휴게소까지 갈 수 있었다. 450마일 정도 남았다.
네이슨이 운전을 이어 받았다. 나는 침대칸에서 잤다. 중간에 네이슨이 휴식을 위해 트럭스탑에 들렀을 때 일어나 화장실 다녀오고 계속 잤다.
오후 3시경 핏스톤 프라임 터미널에 도착했다. 예정 보다 한 시간 일찍이다. 네이슨이 확실히 나보다 빠르다.
핏스톤 프라임 터미널은 솔트레이크시티 터미널 보다 작았다. 카페테리아 음식도 별로였다. 네이슨은 일년 전에 왔을 때는 지금보다 음식이 나았다고 했다. 하늘빛이 요상하다 했더니 네이슨은 토네이도가 올 때 하늘색이 저렇다고 했다. 아닌게 아니라 식당 TV에서는 토네이도 경보 방송이 나왔다. 오클라호마 출신인 네이슨은 토네이도를 많이 봤다고 한다. 한때는 토네이도 추격자였단다. 네이슨은 여기서 목요일 오전 6시에 출발할 예정이다. 그 전까지 이곳으로 돌아오거나 그 이후에는 다른 곳에서 약속을 정해 만나기로 했다.
약 10마일 거리의 윌크스 베어(Wilkes-Barre)에 버스터미널이 있다. 다행히 셔틀 버스가 있었다. 전화를 하니 5시에 출발한다고 했다. 리스 사무실 옆 후문에서 기다리고 했는데 나는 다른 후문에서 기다렸다. 5시가 되어도 안 오길래 전화를 하고서야 위치가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 셔틀버스는 프라임 본사에서 운영하는 것보다 작은 밴이었다. 나 말고 다른 두 명이 더 탔다. 그들은 호텔로 갔다. 운전사 영감님에게 버스터미널에서 회사 터미널로 가는 마지막 셔틀버스가 몇시냐고 물어보니 24시간 운행이란다. 전화만 하라고 했다. 다만 밤에는 좀 오래 걸릴 수 있다고 했다.
오늘 뉴욕으로 가는 버스는 6시 5분과 8시 두 편이 남았다. 나는 혹시나 싶어 스마트폰으로 e-ticket을 미리 구입했다. 요금은 48달러였다. 왕복으로 끊으면 4달러가 할인된다. 어찌될 지 몰라서 편도로만 샀다. 운전기사는 중년의 아주머니였다. 버스 탑승객은 적었다. 서너 번을 더 선 다음 예정된 시간에 뉴욕에 도착했다.
뉴욕에 도착해 7번 전철을 탔다. 한 정거장 가더니 멈춘다. 한참 후에 고장이란다. 내려서 6번 전철을 타고 59가에서 W 전철로 갈아탔다. 한 정거장 간 후 내려서 7번 전철을 탔다. 아까 고장났던 그 열차인지 다른 열차인지 모르겠다. 메인스트릿에서 17번 버스를 타고 집에 도착하니 11시다. 저녁을 먹고 면도와 샤워 후 부모님께 화상통화를 드렸다.
아내는 다음 주부터 새로 문을 연 반찬가게에 취업을 해 일을 나간다고 했다. 캐셔로 취직된 줄 알았더니 회계란다. 직원이 여러 명이고 규모가 되나보다. 따로 회계를 뽑다니. 아내는 회계 일을 해본 경험이 있어 별 문제는 없을 것이다. 다만 주 6일을 풀타임으로 일하다보니 자신과 아이들 병원가는 시간을 어떻게 낼 것인지 궁리(窮理)가 필요하다. 급여는 뉴욕주 최저 임금 수준이었다.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황길재의 길에서 본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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