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 정리가 안 돼 쑥대밭인 네이슨 집 소파에서 잤다. 일어 나니 네이슨은 벌써 아이들을 데리고 왔다. 며칠 전 고등학교를 졸업한 큰 딸 카테사, 아들 미첼, 폴란드에서 온 교환학생 티나다. 다른 두 아들은 학교에 갔다.
TV를 보며 아이들 학교 마칠 시간을 기다렸다. 나는 그 사이 세탁기에 빨래를 돌렸다. 건조(乾燥)까지 할 시간은 없어 비닐 봉투에 넣고 출발했다.
먼저 네이슨 부모님 집에 들렀다. 네이슨 엄마는 이번에도 반갑게 포옹해 주셨다. 집 한쪽 건물에 차린 가게에 손님이 있었다. 들어가보니 손으로 만든 여러 소품이 있었다. 옷이나 신발 같은 애기 용품이 주로 많다. 솜씨가 뛰어났다. 목 좋은 곳에다 더 큰 가게를 곧 열 계획이란다.
전처 집에 들러 큰 아들 제이제이를 픽업하고 학교에서 콜튼을 픽업했다. 이복 형제가 분명한 콜튼과 미첼 중에 누가 더 나이가 많은 지 모르겠다. 내 눈에는 동갑으로 보인다. 콜튼은 내가 별장에 같이 간다는 얘기를 듣고 앗싸 좋아했다. 아이들이 순박하고 착했다.
월마트, 리쿼스토어, 딕스 등을 차례로 들러 필요한 물건을 샀다. 딕스에서는 낚시 허가증을 받았다. 사흘 동안 16달러. 아이들은 퍼밋이 필요 없다. 그린카드가 있으면 될 줄 알았더니 안 된단다. 소셜 카드가 있으면 된다고. 다행히 있다. 평소에는 안 가지고 다니는데 최근 CDL 라이센스를 뉴욕으로 바꾸는데 필요해 지갑에 넣어 두었다. 취소된 뉴욕 운전면허도 있다. 그걸로 문제 해결.
점심을 위해 파이어 하우스에 들렀다. 소방서 컨셉으로 된 샌드위치 매장이다. 서브웨이보다 훨씬 낫다고 했는데 과연 그랬다. 뉴욕에도 생겼으면 좋겠다.
세 시간 거리의 호수가 별장으로 향했다. 아칸소 주의 히버스프링스(Heber Springs)에 있다. 원래 이 곳은 강이 흐르던 곳인데 1960년대에 댐을 지어 수몰로 생긴 인공호수다. 크기가 엄청났다. 이곳 주택의 80% 이상이 주말에만 찾는 별장이란다. 네이슨 부모님도 가끔 재충전을 위해 이곳에 온다고 했다. 언덕 중턱에 자리한 레이크 하우스에서는 숲 너머로 호수가 보였다.
네이슨 부모님은 일 마치고 밤에 오실 것이다. 아내와 전화 통화를 하며 앞으로 내가 만들 요리들에 대해 강의를 들었다. 저녁에 아이들을 먹여야 해서 일단 짜장면을 만들었다. 큰 솥에 8인분 면을 한 번에 끓이려니 화력이 약하다. 소스는 괜찮은데 면이 불었다. 찬물에 박박 씻어야 한다는 얘기를 나중에 아내에게 들었다. 아이들은 맛있다고 잘 먹는데 퉁퉁 불은 면이 이상했는지 많이 남겼다. 절반의 성공이다. 그래도 신에게는 아직 떡볶이와 카레, 파전, 라면, 만두 등이 있나이다. 콜튼은 내일은 뭐 만들거냐고 물었다. 카레 좋아하냐고 물으니 좋단다.
네이슨이 소주를 꺼내 마시길래 소맥을 만들어줬다. 맛있다고 마신다.
네이슨 부모님이 오셨다. 케익을 만들어 컨테이너에 담아 왔다. 제이제이와 콜튼이 최근 생일이었는지 촛불을 꽂아 생일파티를 했다.
아이들이 자러 간 후 발코니에서 네이슨 부모님과 네이슨, 나 이렇게 넷이 맥주를 마시며 대화를 나눴다. 중간에 네이슨이 복분자주를 가지고 왔다. 네이슨 엄마는 병째 한모금 마셨다. 헐.. 잔에 따라 마셔야 제 맛인데. 그래도 맛있다며 다들 돌려가며 한모금씩. 내친김에 네이슨은 아예 내게 배운 소맥 제조술을 발휘해 한잔씩 돌렸다.
네이슨과 부모님이 주로 대화를 나눴다. 처음에는 가족 간의 이야기니 나는 참견하지 않고 주로 들었다. 내가 이해할 수 없을 법한 부분에서는 네이슨 엄마가 배경 지식을 설명해줬다. 나중에는 대화가 무르익다보니 한반도 문제까지 갔다. 북한 지도자 김정은이 알려진 것처럼 미치광이가 아니며 북미간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다는 얘기를 알고 있었다. 핵무기와 화학무기 같은 대량살상 무기는 지구상에서 없어져야 한다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 더 나아가 현재로서 폐기물(廢棄物) 처리 기술이 없는 핵발전소도 없애고 천연재생 에너지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점에도 동의했다. 내 영어 수준으로 이런 대화까지 가능하다니. 솔직히 얘기하면 쉬운 단어를 쓰는 일상대화가 더 어렵다. 새벽 2시가 넘어 자리를 파했다.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황길재의 길에서 본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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