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출구 한 번 놓쳤다. 멀쩡하게 잘 가는데 GPS가 전방에 길이 막혔다며 다른 코스로 유도(誘導)한다. 차량에 달린 퀄컴 단말기와 다른 길이다. 네이슨에게 확인하니 우회하라고 했다. 그러고 가는데 공사 중이라 길이 좀 막혔다. 퀄컴은 또 다른 길로 가라고 한다. 가민 GPS가 시키는대로 그냥 직전해서 갔다. 드디어 턴을 해야 되는데 뭔가 이상하다. GPS 상의 경로와 실제 길의 표지판 방향이 다르다. 우물쭈물할 틈이 없다. 얼른 결정을 내려야 한다. 내가 아는 길이 아니므로 GPS를 따라 일단 왼쪽으로 틀었다. 출구가 막혀 있다. 이런 젠장. 다음 출구에서 빠져 유턴한 다음 한참을 올라가 퀄컴이 처음 안내한 출구로 나갔다. 지방도로를 얼마간 달렸다. 신호등 간격이 안 맞아 번번히 빨간불에 섰다. 그 다음 고속도로에 올라 간 이후에는 다음 경유지까지 계속 직진이다. 중간에 한번 트럭스탑에 들러 30분 휴식하고 다시 출발해 주유하기로 돼 있는 트럭스탑에 들렀다.
트럭은 연료 값이 가장 싼 트럭스탑을 찾는다. 항상 가득 주유하지 않고 필요한 만큼만 넣는다. 연료도 무게에 포함되니 불필요하게 가득 넣고 다니지 않는다. 남아 있는 연료량을 계산하니 35갤런만 넣으면 된다. 그런데 50갤런 이상부터 샤워 쿠폰이 나온다. 그래서 50갤런을 넣었다.
내 운전 시간이 1시간 40분 가량 남아 있어 계속 운전했다. 그 시간 내에 최대한 갈 수 있는 트럭스탑으로 향했다. 15분 정도를 남기고 도착했다.
자다 일어나니 플로리다 주의 고속도로 휴게소다. 주말이라 사람이 많았다. 관광안내 센터 규모도 크고 홍보 자료도 많았다. 플로리다가 변변한 산업이 없는지라 관광산업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플로리다는 근 일주일만에 다시 방문이다. 지난 번과 비교해 길가에 물기가 많이 줄었다. 웅덩이처럼 물이 고였던 곳은 진흙으로 변했다. 도로변 풀도 더 자랐다. 날씨가 맑아서 그런지 습기도 덜 했다. 3분 카레를 데워 햇반에 올려 김치와 함께 먹었다. 맛있다.
운전해 가면서 네이슨은 후진 시 신경 써야 할 핵심 사항을 강의했다. 그리고는 옆에서 지켜보기만 하겠다. 혼자서 해봐라.
Macclenny 월마트 물류센터는 다행히 한산(閑散)했다. 전에 간 어떤 곳은 정신이 없을 정도로 번잡했다. 136번 닥을 배정 받았는데 양 옆으로 비어 있다. 전방 공간도 넉넉한 편이다. 후진 연습의 최상 조건이다. 배운 대로 후진 해 도킹했다. 85%~90% 정도 한 느낌이다.
많이 좋아졌다고 네이슨도 칭찬했다. 내 성에는 아직 차지 않는다. 양쪽에 트럭이 있고, 주차선도 잘 보이지도 않는 깜깜한 밤에 비마저 세차게 내리는 상황에서도 할 수 있을 정도로 숙련 돼야 한다. 네이슨은 어느 순간 이거다 하고 느낌이 올 것이라 했다. 돈오돈수인가? 돈오점수인가? 헷갈린다.
월마트는 항상 물건을 싣거나 내릴 때 트럭과 트레일러를 분리한 상태로 한다. 이곳 같은 경우는 다른 장소에서 기다릴 필요는 없고 그저 트레일러 앞에 트럭을 세워 놓고 기다리면 된다.
덥다. 트럭 외부 온도계는 102도를 가리킨다. 섭씨 40도다. 실제 기온은 90도 정도 될거다. 물건 내려놓고 트럭스탑 가서 샤워해야지.
다음 화물은 조지아에서 사우스캐롤라이나로 간다. 내일 아침에 받아 모레 오후까지 배달한다. 출발지에서 목적지까지 7시간 정도 운전 거리라 시간은 널널하다.
플로리다에서 물건 받아 나오기는 역시 힘들군. 지난 번 물건이 대박이었는데.
다음 화물을 싣기 전에 트레일러 세척부터 해야 한다. 근처 트럭 세차장 알아 보고 전화로 예약한 후 출발했다. 가는 데 도로 저쪽 편에 비가 내리는 것이 보였다. 비가 샤워기 틀어 놓은 듯 특정 구역만 내렸다. 경계가 보였다. 경계 안으로 들어서니 억수로 퍼부었다. 몇 분 달리니 비가 내리는 지역을 빠져 나왔다. 신기한 기상현상이다.
세차장이라고 도착했는데 패스트푸드 점 주차장이다. 이번에도 모바일 샤워인 모양이다. 아니나 다를까 전화 하니 젊은 흑인이 밴을 몰고 나타났다.
세차가 끝나고 내가 운전석에 앉았다. 물건 실으러 가기 전에 트럭스탑에 들렀다. 이때다 하고 후진 연습을 겸해 주차장에 트럭을 세웠다. 샤워를 했다. 트럭 주유는 필요한만큼만 했다. 트레일러 냉동기 연료가 절반 정도 남았길래 가득 채웠다.
다시 출발. 가다 보니 가민 GPS와 퀄컴이 또 다른 경로를 나타낸다. 출발 전에 확인했어야 하는데 내 불찰이다. 가민 쪽이 경로는 더 쉬워보였다. 네이슨과 의논 후 퀄컴을 따르기로 했다. 퀄컴이 항상 최적 경로를 가지는 않지만 적어도 목적지 입구까지는 정확하게 안내한다. 퀄컴 단말기는 네비게이션 전용은 아니어서 가민보다 보기가 조금 불편하다.
발송지인 조지아 주 Moultrie에 도착했다. 약속은 내일 오전 9시다. 철야 주차가 가능하다고 해서 왔다. 입구의 경비 아저씨 말투는 우리나라로 치면 완전 사투리 억양이라 알아 듣기 어려웠다. 배달지 묻는데 엉뚱한 소리를 했다. 네이슨은 그래도 잘 알아 듣는다. 네이슨이 다 들은 후 이렇게 하는 거냐고 정리를 해줘서 알아 먹었다. 저쪽에 측량 저울에 가서 차량 무게 재고 여기 종이에 기입하고, 돌아서 나와서 주차는 저쪽 편에 해라 이런 얘기였다. 네이슨은 못 알아 들으면 다시 묻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했다. 그건 아마도 그렇게 될 것이다. 나도 살아야 하니까.
이번에도 주차 연습을 했다. 네이슨은 이제 집중적으로 후진 연습을 시킨다. 수련기간이 끝나가는데 가장 부족한 것이 후진이기 때문이다. 후진 중간에 잘 안 보이면 트럭을 세운 후 밖으로 나와서 꼭 확인하라고 신신당부(申申當付)한다. 주변에 사람이 있으면 뒤를 봐달라고 도움을 청하고 없으면 몇 번이라도 내려서 확인하라고 했다. 시간이 얼마가 더 걸리더라도 안전이 최고다. 후진의 감이여 빨리 오라.
널널한 날
아침에 일어나 확인하니 드랍앤훅(drop & hook)이다. 빈 트레일러 내려 놓고 짐이 실린 트레일러를 연결해 배달하면 된다. 내리고 싣는 시간을 기다리지 않고 바로 일을 시작하기 때문에 트럭커들이 선호(選好)하는 작업 형태다. 트레일러를 연결하거나 분리하는 수고가 더 들지만 기다리는 수고에 비할 바 아니다. 어떤 회사는 물량의 90%가 드랍앤훅이라는 내용의 광고로 드라이버를 유혹한다. 달리는 거리로 계산하는 OTR 트럭커는 기다리는 시간이 낭비일 뿐이다. 반면 트레일러를 트럭에 연결한 상태로 짐을 싣거나 내리는 작업은 라이브 로드나 라이브 언로드라고 부른다. 프라임에서의 작업은 80% 이상이 라이브다.
간밤에 잤는데도 졸린다. 야간 운행에 생체리듬이 적응한 탓인지 단순 피로 누적 때문인지 모르겠다. 조수석에 좀 앉아 있다 침대칸으로 가서 잤다.
정오가 좀 지난 무렵에 일어나니 트럭스탑이다. 여기서 쉬어갈 모양이다. 배달지까지는 3시간 거리다. 3시 15분 약속이다. 여기서 11시 쯤 출발하면 된다는 계산이 나왔다. 2시 15분까지 도착하면 된다. 월마트는 1시간 이상 일찍 도착하면 안 된다. 너무 일찍 도착해도 벌금을 물린다. 워낙 많은 물량이 오가니 그쪽의 사정이 있겠지.
그리고는 또 잤다. 10시 쯤 일어나 준비를 했다. 컨디션은 완전 회복이다. 자는 동안 비가 왔던 모양이다. 다행히 지금은 내리지 않는다. 밖에 나가니 번개쇼가 한창이다.
11시에 시스템에 로그인하고 프리트립을 시작했다.
매순간이 도전이다. 즐겁게 맞이 하자.
페친의 글에서 일본 스케이팅 선수 고다이라 인터뷰 기사 링크가 있었다. 그녀가 궁극의 스케이팅을 추구한다는 얘기를 했다. 나도 궁극의 트럭킹을 추구한다.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황길재의 길에서 본 세상’
http://newsroh.com/bbs/board.php?bo_table=hg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