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늦게 도착한 탓에 오전 11시에 출발할 수 있었다. 아침에는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었다. 네이슨이 먹던 방식이다. 식빵에 햄과 치즈를 끼우고 머스타드 소스를 뿌린다. 만들기 간단하고 맛도 제법이다.
2시간 조금 더 달려 주유소에 도착했다. 올 때 들렀던 주유소다. 오늘은 86갤런을 넣었다. 주유 후 트럭을 움직여 평지에 세웠다. 브레이크를 풀어도 트럭이 움직이지 않았다. 드라이브 타이어와 텐덤 타이어의 무게를 재봤다. 드라이브가 32.3, 텐덤 31 정도였다. 어제 평지도 아닌 곳에서 대충 맞춘 것 치고는 꽤나 정확하다. 이런 걸 당구 전문 용어로는 ‘후루꾸’라고 한다. 트럭으로 들어가려는데 어떤 남자가 다가왔다. 뭔가 물어보려는 다른 트럭커인줄 알았다. 그는 핸드폰에 저장된 사진을 내게 보였다. 병원에 입원한 아이 사진이었다. 자기 손자가 병원에 입원해 있어 그쪽으로 가고 있는데 개스비가 없으니 도와달라는 얘기였다. 예전 같았으면 진부한 사기 수법이네 하고 말았을텐데 오늘은 달랐다. 만나는 모든 이가 예수요 부처라고 나 스스로 말하지 않았는가. 그의 말이 거짓일 수도 있고 진실일 수도 있다. 나로서는 알 수 없다. 내가 판단할 일도 아니다. 분명한 것은 그가 내게 도움을 요청했고 나는 도울 수 있다. 나도 매일 다른 이의 도움을 받는 처지다. 나는 지갑에서 약간의 돈을 꺼내 그에게 줬다. 큰 돈은 아니어도 트럭스탑에서 한 끼를 위해 내가 쓰는 액수보다는 많은 금액이다. 오늘은 트럭스탑에서 커피 한 잔만 사서 마셨으니 괜찮다. 천사나 예수가 모습을 드러낸다면 장발의 예언자(豫言者)가 아니라 거지나 평범한 이웃의 모습으로 다가오지 않을까. 누군가 다가온다면 유심히 살필 일이다. 혹시 예수나 부처가 아닌지.
배달 약속 시간은 내일 오후 9시부터 자정 사이다. 하지만 드랍 앤 훅의 경우 약속 시간은 대개 무의미하다. 이곳도 미리 배달을 해도 된다. 오늘 중으로 목적지까지 배달을 마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이후가 문제다. 밤 늦게 주차할 곳을 찾지 못한 상태로 운전 시간이 끝나버리면 낭패다. 무리하지 말자. 6시에서 7시 사이에 운전을 끝내고 쉬기로 했다. 오하이오 주 들어서 첫 휴게소에서 쉬자. 50대 정도 규모니 넓은 편이다.
그런데 그 휴게소가 폐쇄 중이다. 이런 낭패가 있나. 다음 트럭스탑 중에서 120대 정도 규모로 넓은 곳을 목표로 삼았다. 진출로로 나오니 다른 트럭들도 여러 대 그쪽으로 향했다. 오후 7시 정도인데 90% 이상 자리가 찬 듯 했다. 유료 예약석은 거의 비어 있었다. 여기도 45도 사선 주차다. 지난 번 낭패(狼狽)를 본 기억이 있다. 첫 번째 공간에서 후진을 시도하다 자꾸 엉뚱한 각도가 나오길래 포기하고 더 전진했다. 뒤에 다른 트럭이 기다라고 있어서였다. 조금 더 가니 자리가 한 곳 있다. 이번에는 처음부터 내려서 빈공간 옆 탱크 트레일러 운전사에게 후진 시 뒤를 봐달라 했다. 그도 기꺼이 응하여 내렸다. 내가 초보자인데 어떻게 후진 셋업을 하면 되냐고 물어봤다. 보통처럼 셋업하다가 트레일러 후미(後尾)가 여기 공간을 지날 때 쯤 멈추라고 했다. 그 말을 듣고 그대로 해봤더니 빈 공간으로 트레일러가 들어갔다. 고맙다고 인사를 했다. 그는 사선 주차는 쉽다고 했다. 모든 후진은 각도의 문제라면서. 나도 언제쯤 쉬워보려나. 분명한 것은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주차든 닥킹이든 후진은 결국 트랙터와 트레일러를 목표한 공간 내에서 직선으로 만드는 것이다.
TA에는 컨추리 프라이드라는 괜찮은 식당이 있다. 이 때문에 운전자들이 몰리는 것 같다. 나는 트럭에서 먹기로 했다. 돈도 아껴야 하고 기름진 음식이 물린다. 화장실에 다녀오니 탱크 트럭은 앞 유리에 커튼을 쳤다. 아까 커튼 치기 전에 부탁하길 잘 했다. 트럭에 들어와 보니 히마찰도 프라이버시 커튼이 있었다. 그동안 그걸 모르고 전면 유리창을 열고 지냈다. 벙크룸에만 커튼이 있는 줄로 알았다. 나는 히마찰을 너무 몰랐다. 알아갈 수록 신기한 녀석이다.
햇반, 컵라면, 김, 김치로 저녁을 먹었다. 맛있다. 사 먹는 것 보다 백번 낫다.
오늘 페이스북을 통해 플렛베드를 하는 한인 한 분과 연결됐다. 부부가 같이 다니고 있다. 집도 뉴욕이라 실제 만날 수도 있을 듯 하다.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황길재의 길에서 본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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