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C-Penny 주차장에서 10시간 휴식들 다 채우고 났어도 아무 일 없었다. 출발해 쉬지 않고 배달처로 갔다. 이곳은 드랍 앤 훅이다. 여전히 후진 주차는 잘 안 된다. 이곳에서는 직원들이 나서서 도와줬다. 실력이 늘었고 예전 같으면 못 했을 후진이나 주차를 해내지만 어떤 때는 기본적인 것도 잘 안 된다. 실력이 들쭉날쭉이다. 이제 겁 먹는 것은 없다. 어차피 해내야 할 일이다. 빈 트레일러가 없어 얼마간 기다렸다. 직원들이 나를 위해 공터 가운데 빈 트레일러를 가져다 놓았다. 밥테일로 연결하는 것은 잘 하는데.
생고기를 실은 트레일러 치고는 깨끗했다. 팰럿 파편 몇 개만 있었다. 자체 세척시설이 있나 싶었다. 하지만 냄새가 좀 난다. 확실하지 않을 때는 무조건 세척을 하는 것이 좋다. 다음 화물 발송처가 같은 Monett이지만 트레일러 세차장이 근처에 없다. 다른 곳으로 갔다 와야 한다. 리퍼 연료도 절반이다. 채워서 가라고 써 있다. 주유소는 다른 도시에 있다. 내가 아직 확실히 요령이 없다. 프라임 본사가 50분 거리에 있다. 어차피 밤에는 시간이 지나 일 할 수도 없다. 바로 본사로 가서 트레일러 세척하고 10시간 쉬었다가 나오며 리퍼 연료 채우면 됐다. 아니면 세차장과 주유소가 함께 있는 곳으로라도 갔어야 했다. 무조건 가장 가까운 세차장으로 간 것이 결과적으로는 수고만 많이 하고 시간도 더 걸렸다.
발송처에 도착하니 아직 화물 준비가 안 됐다. 야드에 트레일러를 내려놓고 갔어야 하는데 몰라서 쉬핑 장소로 갔다. 좁은 장소에서 트레일러 후진하는 수고를 해야 했다. 다시 야드로 가니 트레일러 자리가 한 곳만 비었다. 좁은 공간에 후진으로 주차했다. 지금까지 한 것 중 가장 좁은 공간이다. 드랍야드에서 밥테일로 기다리는데 시간이 거의 다 지났다. 경비 직원에게 화장실 있냐고 물으니 없다며 월마트로 가란다. 여기도 월마트가 있냐? 가까운 곳에 있다. 이길로 나가서 T자형 길 나오면 우회전해라. 조금만 가면 월마트다. 구글맵으로 확인하니 과연 그렇다. 철야주차 가능하냐? 밥테일은 가능하다. 밥테일 트럭은 조금 큰 차라고 보면 된다. 길어서 주차공간을 앞뒤로 두 칸 차지한다.
주차하고 어제 못 다한 쇼핑을 했다. 쇼핑의 결정판. 이제는 더 살 것이 없다가 아니라 사도 둘 곳이 없다. 오늘은 40달러 가량 나왔다. 이틀 동안 100달러로 트럭 살림살이는 웬만큼 장만했다.
전화가 오기를 기다리는 중인데, 이왕이면 내일 아침에 왔으면 좋겠다. 새벽 3시부터 움직일 수 있고, 5시에는 10시간 휴식이 완전히 끝난다.
짐을 실으면 다음주 월요일 새벽까지 펜실베이니아 팟츠빌(Pottsville) 월마트에 배달해야 한다. 총 거리는 약 1,000마일 정도다. 70시간 근무시간도 슬슬 따져봐야 할 시기다. 하루 동안 움직이는 거리와 시간을 잘 계산해봐야겠다.
오늘은 예서 쉬어간다
어두워지려면 세시간 가량 남은 6시, 고속도로변 트럭 주차장에 들어왔다. 자리는 많다. 아직 미주리 주를 벗어나지 않았다. 다음 휴게소는 어쩐 일인지 수백 마일 뒤에나 있다. 이곳은 트럭 십여 대 정도 주차할 수 있는 작은(?) 공간이다. 재래식 화장실 외에는 아무 것도 없다. 수도시설도 자판기도. 트럭에서 내리니 지린내가 풍겼다. 바닥에 얼룩이 졌다. 오줌이 말라 붙은 흔적이리라. 화장실도 있고 그 뒤로는 나무숲도 있건만.
월마트에서 산 Folger 인스탄트 커피 한 봉을 뜨거운 물에 풀어 마신다. 맛이 괜찮다. 마실 물과 먹을 거리가 있으니 트럭스탑이 아니어도 아무 걱정이 없다. 마음 편히 주차만 할 수 있으면 된다.
오늘은 몇 시간 달리지 못했지만 일찍 끝내고 내일 일찍 시작하기로 했다. 그 원칙이 지난 이틀간 깨졌다. 월마트 주차장을 이용할 수 있었지만 남용(濫用) 할 일은 아니다. 어떤 월마트는 트럭 야간 주차를 금한다.
어제, 새벽에 화물이 실렸다는 전화가 오면 어쩌나 걱정한 것은 기우(杞憂)였다. 아침에 일어나 다시 Tyson 공장으로 갔을 때도 화물은 실리지 않았다. 전화를 해 메시지를 남기고 발송 사무실로 찾아도 갔다. 준비되면 전화 주겠다는 말을 들었다. 회사 야드 바깥 도로에 밥테일 트럭을 주차하고 쉬었다.
오랜만에 책도 읽었다. 무엇이든 쓰게 된다. 소설가 김중혁의 창작의 비밀. 집 앞 도서관에서 빌렸다. 무엇이든 쓰게 되겠지. 굳이 이런 책을 읽지 않아도. 하도 못해 바가지나 덤탱이라도 쓰게 될 것이다. 이미 모자를 썼으니 됐나? 스마트폰을 쓰고 있기도 하다. 아니면 돈을 쓰나? 입맛이 쓰다. 우리말 쓰다의 의미가 많다.
태어나서 가장 오랜 기간 정기적으로 글을 쓰고 있다. 일기도 이렇게 오래 써본 적이 없다. 페이스북 덕분이고 반응을 남기는 독자 덕분이다. 글쓰기 덕을 많이 봤다. 하루의 생각을 정리하고 매일의 기록을 통해 트럭 일에 보다 빨리 적응할 수 있었다. 내가 글을 쓴다는 것을 알게된 네이슨도 자신의 언행이 기록된다는 것을 의식했을 것이다. 서로 행동을 조심하고 좋은 관계를 만드는 데 기여했다.
택시 처음 시작했을 때 지금처럼 글을 썼더라면 하면 아쉬움이 크다. 그때는 인간군상과 접하는 일이라 온갖 일이 많았고 쓸 것도 풍부했다. 기록되지 않은 역사는 무의미하다. 지난 얘기가 됐을 뿐이다. 지금 힘들어도 계속 글을 쓰는 이유다.
시간이 늦어지자 초조해졌다. 느긋해도 되는데. 트럭 일, 그 중에서도 리퍼는 기다림이 일과다. Tyson 직원이 야드에서 내 트레일러를 끌고 나갔다. 한두 시간이면 되리라. ‘아점’을 만들어 먹고 책을 읽다 잠시 누워 잠도 청해봤다. 얼마 후 옆으로 차량 지나가는 소리가 나는데 아무래도 내가 끌고 온 트레일러 같았다. 일어나 창밖을 보니 맞다. 신기하다. 어떻게 그걸 알았을까? 이제 서류를 가져가라는 전화만 오면 된다. 서류를 받고 야드로 들어가 트레일러를 연결하고 출발이다. 그러나 전화는 한참 지난 후에도 오지 않았다. 사무실로 다시 전화해보니 곧 된다는 얘기를 했다. 나는 전화를 기다리지 않고 사무실로 찾아 갔다. 이곳은 동물 중에서도 닭을 처리하는 공장이다. 케이지에 잔뜩 실린 닭들이 도축(屠畜)을 기다리고 있다. 오물 냄새가 상당하다. 이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이미 무감각해졌으리라. 사무실에 가서도 얼마를 더 기다린 후에야 서류를 받았다.
내가 어제 받아 끌고 온 트레일러는 구형이다. 뒤에 공기저항을 줄이는 날개가 없다. 상관 없다. 문제는 트레일러 지지대를 올리는 핸들이 엄청 불편하다. 날도 더운데 땀 흘려가며 지지대를 올렸다. 무게 측정을 해봤다. 이상했다. 고기라서 많이 무거울텐데 트레일러 바퀴를 평소와 달리 앞으로 보내야 균형이 맞았다. 5번 핀에 걸렸다. 빈 트레일러 몰 때 외에는 이렇게 앞쪽으로 트레일러 바퀴를 위치한 적이 없다. 짐을 어떻게 실었길래? 혹시나 불안해 공장 옆 별도 건물에 설치된 저울에 무게를 달아보기로 했다. 저울에 무게 달러 가는 일도 수월치 않았다. 입출구 표시가 없어 출구로 들어갔다. 다른 트럭 기사가 손짓을 하는 것을 보고서야 알았다. 다시 후진해 공장을 한바퀴 돌아 입구로 들어갔다. 각도가 제대로 안 나와 저울에 트럭 전체를 똑바로 올리지 못했다. 담벽에 측면 트레일러 라이트를 부술 뻔했다. 후진으로 다시 저울에 올렸다. 아주머니가 앞으로 가라 뒤로 가라 하더니 종이에 무게를 적어 나왔다. 괜찮다고 했다. 트럭에 설치된 저울과 수치가 달랐다. 더 지체할 수 없어 출발했다. 오후 3시가 이미 넘었다.
새벽 서너시까지도 달릴 수 있지만 그 시간에 주차할 곳을 찾기 어렵다. 밤운전은 가급적 피한다는 원칙이다. 내일 새벽에 출발할 즈음에는 아직 어두울 것이다. 내일 500마일 가량 달리고, 모레 400마일 정도 달린 후 월요일 새벽 2~3시쯤 배달지로 출발하면 괜찮을 듯 하다. 무리하지 말자. 트럭일이 익숙해지고 적응될 때까지는.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황길재의 길에서 본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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