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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길재의 길에서 본 세상
정신세계수행자, IT전문가, 영화감독, 연극배우, 라디오방송기자 등 다양한 인생 여정을 거쳐 현재 뉴욕에서 옐로캡을 운전하고 있다. 뉴욕시내 곳곳을 누비며 뉴요커들의 삶을 지척에서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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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간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황길재의 길에서 본 세상
글쓴이 : 황길재 날짜 : 2018-07-24 (화) 09:00:26

 

도망간다고.jpg

 

새벽 3시에 트럭스탑에서 출발했다. 가민 GPS가 안내한 40마일 코스를 골랐다. 얼마 지나지 않아 왜 퀄컴이 70마일 고속도로 우회 코스를 잡았는지 알았다. 대형 트럭이 다니기 힘든 가파른 고개를 넘는 길이었다. 어떤 곳은 등판각(登板角)이 11도에 달했다. 기어 6단으로 시속 20마일 이하 속도로 기어갔다. 결국 1시간도 훨씬 더 걸려 도착했다. 시간 단축 효과도 없었다. 미니 록키 산맥 넘는 연습한 셈 쳤다.

 

월마트 닥에 트레일러를 댔다. 칼같이 반듯하지 않아도 하역 작업에는 지장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 조금 비뚤어져도 오차 범위 안에만 들면 된다.

 

어제 예고했던 후속 작업이 들어왔다. 생각을 바꿔 작업을 받기로 했다.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심정이었다. 도망간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트레일러 세척은 하지 않아도 됐다. 놀랍도록 깨끗했다. 팰럿 나무 파편 한 조각만 있었다. 냄새도 전혀 나지 않았다. 월마트에서 판매할 상품으로 생닭을 낱개 포장한 것이라 그런 모양이다. 시간을 벌었다.

 

사무엘 아담스 공장에 도착했다. 밤에 왔으면 못 찾았을 법한 위치다. 공장 안은 복잡하고 좁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드랍 앤 훅이다. 트레일러를 내려 놓을 장소가 협소했다. 평소 내 기술로는 불가능한 곳이다. 도와줄 사람도 없다. 차량 교통을 막고 90도 후진으로 들어갔다. 거리가 안 나와 몇 번을 낑낑 거리며 오갔다. 기다리고 있는 트럭에게 뒤를 봐달라고 했다. 그는 내려서 봐줄 생각은 않고 트럭에 앉아 있었다. 그래도 내가 부딪힐 뻔 하니까 경적을 한 번 울렸다. 간신히 해냈다. 누구의 도움 없이 한 것 중 최고의 난이도였다. 다음은 맥주가 실려 있는 트레일러를 찾아 연결했다. 거기까지는 간단했다. 드라이브 타이어와 텐덤 타이어의 무게 균형을 맞추느라 한참을 보냈다. 남들 같으면 20분 정도면 끝내고 나갔을 일을 나는 한 시간도 넘게 걸렸다.


도망간다고 해결될일 아니다.jpg

 

오늘 남은 시간은 채 7시간이 안 된다. 배달지까지는 9시간 거리. 오전 3시에 시작했으니 오후 5시 이전에는 어딘가 주차해 있어야 한다. 거의 난스탑으로 달렸다. 최대한 멀리 가기 위해서다. 100마일 정도 떨어진 곳이면 좋다. 내일 오전 3시에 출발하면 2시간 정도 달려 배달 시간을 맞출 수 있다. 후보가 두 곳으로 압축(壓縮)됐다. 한 곳은 고속도로 휴게소. 트럭 주차 공간은 8대다. 적기는 하지만 낮 시간이니 가능성이 있다. 혹시 자리가 없으면 다음 트럭 스탑으로 간다. 그곳은 트럭 20여대 주차가 가능하다. 이 두 곳을 지나가면 한참 가서야 주차 공간이 나온다.

 

오후 4시 조금 넘어 휴게소에 도착했다. 다행히 자리가 있다. 트럭 주차 공간에 어떤 픽업 트럭이 주차를 하고 있다. 픽업 트럭을 지나쳐 후진으로 평행 주차를 시도했다. 주차선 안에는 들어갔지만 각도가 삐딱하다. 내가 주차하니 픽업 트럭은 떠났다. 조금 빨리 떠나지. 이리저리 앞뒤로 몇 번을 오가며 최대한 선을 맞췄지만 한계가 있다. 할 수 없다. 이 정도가 최선이다. 10시간 휴식이 끝나자마자 출발해야 한다. 여기서 노스캐롤라이나 그린스보로(Greensboro)까지는 2시간이 조금 더 걸린다. 새벽 2시에 알람을 맞췄다.

 

오늘 아침에 마친 배달 서류를 스캔해 보냈다. 트립시트와 관련 서류 및 영수증을 모두 보내야 일이 끝난다. 그래야 주급(週給)이 나온다. 동부시간 기준 화요일 오후 5시가 마감이다. 수요일에 페이첵이 나오고 실제 입금은 금요일에 된다.

 

회사 베네핏 부서와 통화를 했다. 90일 이내에 의료보험과 생명보험, 상해보험 등 회사에서 제공하는 혜택을 받을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4월 16일자로 입사 처리 됐으니 나는 90일을 넘겼다. 자칫하면 과태료(過怠料)가 나온다. 그 전에 몇 번 전화를 했지만 연결이 되지 않았다. 오늘은 연결이 됐다. 건강보험은 메디케이드를 받고 있으니 현재로서는 따로 들 필요가 없다. 작년에 워낙 벌이가 시원찮았다. 올해도 반년은 형편 없었으니 오바마케어가 회사 건강보험 보다는 저렴할 것이다. 생명 보험 두 가지만 들고 수혜자는 아내로 했다. 나머지 상해보험, 장애보험 등은 모두 거절했다. 자세히 알아보고 나중에 들어도 된다.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황길재의 길에서 본 세상’

 

http://newsroh.com/bbs/board.php?bo_table=hg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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