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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세계수행자, IT전문가, 영화감독, 연극배우, 라디오방송기자 등 다양한 인생 여정을 거쳐 현재 뉴욕에서 옐로캡을 운전하고 있다. 뉴욕시내 곳곳을 누비며 뉴요커들의 삶을 지척에서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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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트럭커들

받은대로 갚다
글쓴이 : 황길재 날짜 : 2018-09-12 (수) 08:09:59


0903 받은대로 갚다2.jpg

      

메릴랜드 - 펜실베이니아 - 뉴저지 - 뉴욕 - 코네티컷 - 매사추세츠까지 왔다. 500마일 정도 달렸다. 북동부 지역은 역시 차가 많다.

 

어제 메릴랜드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쉬길 잘 했다. 더 가파르고 어려운 코스가 기다리고 있었다. 메릴랜드 산악 코스는 펜실베이니아 저리 가라다. 내가 가려고 했던 트럭스탑은 그다지 넓지 않은 곳이었다. 트럭이 일대에 달리 갈만한 곳이 없어 자리가 없을 확률이 컸다.

 

안개가 짙었다. 영화 미스트(Mist)에 나오는 장면 같다. 동틀 무렵 산 정상에서 운해(雲海)를 봤다. 장관인데 대쉬캠(Dashcam)에는 제대로 안 찍힌다.


0903 받은대로 갚다3.jpg

 

코네티컷 고속도로 휴게소는 자리 찾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들어갔다가 그냥 나왔다. 매사추세츠 들어서자 마자 쉼터가 있는데 고민하다 그냥 통과했다. 2마일 더 가서 파일럿 트럭스탑에서 쉬기로 했다. GPS에서 250석이라니 자리는 충분하겠지. 그런데 웬걸. 일단 250석은 말도 안 되는 숫자다. 게다가 자리가 다 찼다. 오후 4시에 이럴 수가. 아까 쉼터에 설 걸. 후회 막심했다. 끝까지 들어가니 몇 자리가 남았다. 하지만 내 실력으로 어렵다. 내 앞에 어떤 트럭이 끙끙대며 후진하고 있었다. 나는 기다렸다. 공연히 사고치지 말고 아까 쉼터로 돌아가자. 트럭 돌리기도 어렵다. 간신히 돌려 나가는데 누가 나와서 주차할거냐고 묻는다. 아까 트럭 후진 도와주던 흑인 청년이다. , 그냥 가려고 했는데. 그는 뒤에서 손짓하고 있었다. 에라 모르겠다. 후진해 보자.

 

다른 트럭들이 내가 후진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제대로 후진이 될리가 있나. 기다리던 트럭 운전사가 직선으로 만들어 대각선 방향으로 후진하라고 했다. 그대로 하면서 얼추 여기다 싶은 곳 쯤에서 핸들을 돌려 트레일러를 빈공간 쪽으로 꺾었다. 뒤를 봐주던 드라이버가 이런저런 손짓을 했다. 나는 일단 내려서 뒤를 확인했다. 그와 얘기도 나눴다. 그는 트레일러 바퀴가 일단 공간 쪽으로 꺾어진 이후에 직선으로 복귀하라고 했다. 다시 운전석으로 돌아가 후진했다. 여기서 또 하나 배웠다. 새로 배웠다기 보다는 예전에 네이슨에게서 배운 것을 기억해냈다. 그때는 그냥 배운 것이고 내 것이 아니었는데 오늘은 내 것이 됐다. 아까 그냥 돌아갔다면 얻지 못했을 가르침이다.

 

트럭으로 돌아와 앉았는데 얼마 후 다른 트럭이 들어왔다. 한 눈에 봐도 동작이 어설프다. 제대로 돌려서 나가지도 못한다. 예전의 나를 보는 듯 했다. 밖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 트럭이 댈 만한 공간은 한 곳 뿐이었다. 나는 받은 것을 베풀 기회라 생각하고 나갔다. 젊은 흑인 여성이었다. 그녀에게 여기서 트럭을 돌려 후진으로 저쪽에 대라고 했다. 그녀는 뒤를 봐주겠냐고 물었다. 나는 뒤를 봐줬다. 그녀의 후진 동작은 서툴렀다. 제 방향을 못 잡았다. 예전의 내가 딱 저랬다. 옆 트럭의 드라이버까지 나와서 양쪽에서 도움을 준 끝에 겨우 주차했다. 일방적으로 도움만 받다가 나도 이제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됐다.

 

디스패처에게 내일 아침에 배달 가능한데 약속 시간 앞당길 수 있냐고 문자로 물었다. 알아본 결과 5일에 배달해야 한다고 답이 왔다. 내일 저녁때까지 여기 있어야 한다. 아예 모레 새벽 2시까지 34시간 휴식을 채우고 출발하는 것이 좋겠다. 이번 트립은 총 1,000 마일 정도인데 나흘에 걸쳐 있다. 하루 평균 250마일 꼴이니 수입은 별로다. 최소 하루 400마일은 달려야 한다.


0903 받은대로 갚다1.jpg

 

노동절 연휴로 문 닫은 곳이 많아 배달을 기다리는 트럭들이 많은 탓인지 평소에도 늘 복잡한지는 모르겠다. 구글맵 사진을 보면 평소에는 한산할 것 같다.

 

이 글을 쓰는 순간 내 앞에서 어떤 플랫베드 트럭이 블라인드 사이드 후진을 한다. 저런 돌려서 정상 후진을 했어야지. 어느 새 다른 드라이버들이 나와서 뒤를 봐준다. 멋진 사람들.

 

 

트럭스탑 유배

       

      

오전 8시에 일어나니 70% 이상 주차공간이 비었다. 역시 어제는 노동절 연휴 때문이었다. 트럭이 돌려서 나가는 공간도 있었다. 자리가 없으니 트럭들이 그곳에 주차한 것이었다. 어제 내가 흑인여성 드라이버를 안내했던 공간도 그 일부였다.

 

종일 여기 있어야 한다. 유배생활(流配生活)과 다름 없다. 정약용 같은 이는 유배 시기 목민심서(牧民心書)라는 명저를 남겼다. 나는 무엇을 남길까? 그래 글을 쓰자. 소설을 쓰고는 있지만 생각만큼 즐겁지 않다. 쓴 것을 읽으면 그리 나쁘지 않다. 하지만 쓰는 과정이 지루하다.구상할 때나 재미있지 실제 작품 구현 과정은 단순노동에 가깝지 않나 싶다. 하루키가 작가에게 필요한 것은 독창성과 꾸준함이라고 했는데 공감한다. 내가 너무 리얼리즘 쪽으로 치우친 것은 아닌지. 소설인지 다큐인지 헷갈린다. 95%의 진실에 5%의 허구를 가미해야 독자가 공감한다지만 나는 스스로의 즐거움을 위한 습작이다. 지금 내게 필요한 것은 좀 더 많은 환타지가 아닐까. 남들이 읽으면 손발이 오그라들 수 있으니 혼자서만 읽어야지.

 

오후 5시가 넘으니 오늘도 대략 주차공간이 찬다. 세어보니 한 100대 정도 주차가 가능하다. 이것도 큰 공간이다. IOWA 80 같은 400대가 넘는 트럭스탑도 있다고 하니 어마하다.

 

지난 주 마일리지 리포트가 나왔다. 8.0MPG. 첫 주 이후로 처음으로 8마일대를 찍었다. 아이러니하다. 엔진오일 보충을 일부러 안 했더니 마일리지가 좋아졌다. 그동안 엔진오일 보충한 것이 역작용을 일으켰단 말인가? 지난 주 가벼운 화물을 운송했고 주로 평지인 탓이 크겠지.


0903 바그다드 카페.jpg

 

쉬면서 바그다드 카페를 봤다. 유투브에 풀영상이 있다. 고화질은 아니어도 핸드폰으로 보기에는 충분했다. 1987년 작품이고 나는 대학생 때 처음 봤다. 세상에 볼 영화는 널렸고, 평생 다 못 읽을 책도 쌓인 터라 한 번 본 영화나 책은 다시 잘 안 봤다. 요즘 생각이 좀 바뀌어 예전 영화나 책도 다시 보는데 새롭다. 이런 장면이 있었나 싶고, 이런 스토리였나 싶다. 읽거나 봤다는 사실에 대략 이미지만 남아 있을 뿐이다. 바그다드 카페도 예외는 아니다. 영화의 배경무대가 사막 주유소다 보니 트럭도 많이 등장한다. 캡오버와 컨벤셔널 트럭이 반반이다. 도입부에 당시로서는 신선했을 톡톡 튀는 편집과 기울어진 앵글샷이 눈에 띈다. 후반으로 갈수록 헐리웃 영화의 리듬감을 따라간다. 브렌다와 야스민의 사랑과 우정이 큰 줄기를 구성하는 가운데 가정의 해체, 외국인 노동자 문제 등이 잔가지로 붙어 있다. 스토리가 다소 우화적이니 너무 심각하게 분석하지는 말자. 브렌다가 눈물을 닦고 야스민은 땀을 닦으며 서로를 보는 만남 장면이 이 영화의 가장 중요한 메시지가 아닐까 싶다. 영화의 주제곡 Calling you 처럼.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황길재의 길에서 본 세상

 

http://newsroh.com/bbs/board.php?bo_table=hg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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