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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길재의 길에서 본 세상
정신세계수행자, IT전문가, 영화감독, 연극배우, 라디오방송기자 등 다양한 인생 여정을 거쳐 현재 뉴욕에서 옐로캡을 운전하고 있다. 뉴욕시내 곳곳을 누비며 뉴요커들의 삶을 지척에서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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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면 거북이

글쓴이 : 황길재 날짜 : 2019-06-24 (월) 21:45:17


0615 10.2.jpg

      

내친김에 일리노이를 지나 인디애나까지 왔다. 트럭 200대 규모 주차장인데 달랑 7대 서 있다. 고속도로 건너편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공간만 넓지 부대시설이 없기 때문이다. 화장실도 없다. 나처럼 트럭에 살림살이를 갖고 다니는 사람은 이런 공간도 문제없다. 오히려 한산해서 좋다.

 

어제는 마운틴 시간대에서 중부 시간대로, 오늘은 동부 시간대로 들어왔다. 팀 드라이빙이 아닌 이상 하루에 시간대 2개를 넘나들기는 어렵다.

 

일리노이는 의외로 완만한 언덕이 많았다. 어제만큼의 燃費(연비)가 안 나왔다. 간신히 8.0 mpg.

 

유타를 운전한 후 처음으로 비가 왔다. 새롭게 안 사실. 와이퍼를 작동하면 크루즈가 취소된다. 2단부터 취소되는 줄 알았는데, 무조건 1단이라도 취소다. 더 심각한 문제, 액셀레이터를 밟으면 시속 57마일까지 나간다. 크루즈는 62마일로 제한됐는데, 액셀레이터는 57마일이다. (히마찰과 가이암은 59마일이었다) 비가 오는 날이면 시속 57마일 이상 못 달린다는 뜻이다. 물론 편법은 있다. 사람이란 어떤 경우에도 방법을 찾기 마련이다. 윈도 와셔 스위치를 살짝 누르면 와이퍼는 작동하면서 크루즈는 유지된다. 비가 조금 내릴 때는 사용할 만하다.

 

유타는 전면 유리가 운전석과 조수석으로 나뉘어 있다. 가운데 시커먼 틀이 세로로 서 있다. 미관상 안 좋다. 제일 큰 문제는 와이퍼가 가운데를 닦지 못해서 눈비나 먼지로 더러워졌을 때 시야를 가리는 면적이 넓다.

 

나는 대시캠 위치를 바꿔야 한다. 가운데 기둥 옆으로 설치했다. 비가 내리기 전에는 몰랐는데 그 부분에 와이퍼가 닿지 않는다. 어쩐지 차선 감지 카메라가 정중앙이 아니고 조수석으로 많이 치우쳤다 했더니, 그런 이유가 있었다. 같은 이유로 대시캠도 와이퍼 작동 영역으로 옮겨야 한다.

 

벌레에 먼지에 트럭이 많이 더러웠는데 이번 비에 말끔히 씻겼다.


0615 비1.jpg

 

내일은 오하이오를 지나 펜실베이니아까지 간다. 배달처에서 80마일 떨어진 트럭스탑까지 가는 게 목표다. 펜실베이니아는 산이 많다. 속도와 연비가 얼마나 나오려나.

 

오늘은 풍력발전기 날개를 실은 트럭을 여러 대 봤다. 날개 크기가 엄청나다. 길이는 53피트 트레일러 2대보다도 길었으니 최소 100피트는 넘는다. 이런 화물을 운반하는 트럭커는 존경스럽다. 다른 트럭을 추월할 때는 왼쪽 바퀴가 갓길까지 들어간다. 안 그러면 화물이 옆 차선을 넘는다. 얼마 전 미국의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 용량이 화석에너지 발전 설비 용량을 넘었다는 뉴스가 있었다. 아직 실제 발전량은 절반에 못 미치지만 넘어서는 것은 시간문제다. 트럼프는 석탄산업을 진흥시키겠노라 시대착오적 발언을 하지만 시대 조류는 어쩌지 못한다. 경제적 이유로 기업들이 대거 재생에너지에 투자 중이다. 에너지 공급업체 콘에디슨은 재생에너지에 가장 많은 투자를 하는 기업 중 하나다.

 

우리 주변의 자연에너지만 활용해도 인류는 에너지 걱정에서 벗어날 것이다. 태양에서 오는 빛과 열, 지구의 자전으로 발생하는 바람, 지구 내부에서 나오는 지열 등 자연에너지를 현재로서는 거의 사용 못 하고 있다. 운전하는 나로서는 트럭을 흔들어대는 바람 에너지에 대해 놀랄 때가 많다. 선풍기 같은 것을 이용해 저 정도 바람을 일으키려면 얼마나 많은 전기가 들겠는가. 그 엄청난 에너지가 지구를 가득 채우고 있다

 

 

펜실베이니아

 

 

 

0615 비3.jpg

 

배달지 180마일 전방. 목표로 했던 트럭스탑까지는 못 갔다. 아침에 일어나니 10시였다.

 

오하이오를 거의 벗어날 즈음까지 비가 내렸다. 크루즈를 못 쓰고 57마일 이내로 달렸다는 뜻이다.

 

I-80 오하이오 구간의 고속도로 휴게소들은 트럭커 라운지에 세탁실과 트럭스탑 수준의 샤워실을 갖췄다. 샤워실 이용은 무료다. , 수건과 세면도구는 자기가 가져가야 한다. 그동안 빨래만 한번 했다. 오늘은 샤워실을 이용했다. 트럭스탑에서 샤워하기 힘들 것 같았다.

 

I-76 펜실베이니아 산악 구간에서도 무난했다. 오르막 속도 저하는 어쩔 수 없지만, 내리막 속도 유지는 잘했다. 가장 가파른 곳은 4도 정도다. 어쩌다 제이크 브레이크를 1단으로 잡아줬을 뿐이다.

 

유타의 기능을 어찌나 막아놨는지 운전자가 선택할 게 별로 없었다. 유타는 기어 모드 설정에 이코노미 오토, 액티브 오토, 매뉴얼 세 가지가 있다. 이코노미 오토만 사용 가능하고 다른 모드는 선택이 안 됐다. 모든 게 연비향상 위주로 돼 있다.

 

예정했던 트럭스탑에는 밤 10시에나 도착할 것 같다. 그 시각이면 자리가 없을 확률이 높다. 중간에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쉬기로 했다. 한 곳은 30, 그다음은 60대 주차다. 30대 주차인 곳을 지나며 보니 자리가 몇 곳 있었다. 60대에는 더 많겠지.

 

판단 착오였다. 이곳은 상행선, 하행선을 다 합해 60대였다. (상하행선 주차구역은 나눠있다) 게다가 양렬 45도 후진으로만 주차 가능했다. 휴게소에서는 보기 힘든 주차 배열이다. 내가 들어왔을 때는 오른쪽으로 자리가 두 곳 남았다. 블라인드 사이드 백업을 해야 한다. 마침, 내 뒤로 트럭이 바로 따라 들어왔다. 내려서 그 트럭이 후진하는 것을 봐줬다. 다음은 내 차례. 먼저 주차한 트럭 운전자가 내려서 내 후진을 봐줬다. 의도한 것은 아니었는데 상부상조가 됐다. 그가 아니었으면 고생했을 것이다. 블라인드 사이드 후진은 어렵고 부담스럽다.

 

저녁으로 일본 생라면을 끓여 먹었다. 월마트에서 면과 국물을 따로 판다. 양이 적어서 2인분을 끓여야 배가 부르다. 맛은 제법 그럴듯하다.

 

내일 주유를 포함해 4시간 정도면 유타의 첫 배달 임무가 끝난다. 금요일부터 가족 휴가를 가기 때문에 이번 주는 주로 동부 근처에서 왔다 갔다 할 것이다.

 

 

 

0616 펜실베니아.jpg

 

 

 

유타의 첫 임무 완수

       

      

유타와 트레일러 201310의 첫 配達(배달)은 무사히 마쳤다. 솔직히 유타보다 트레일러가 더 신경 쓰였다.

 

유타를 스프링필드에서 받아, 유타에서 새 트레일러를 연결하고, 아이다호에서 화물을 실어, 펜실베이니아에 배달하니 주행계가 거의 4천 마일이다. 지난 일요일 오후에 출발했으니 하루 평균 500마일씩 뛴 셈이다.

 

Hatfield의 아메리콜드는 전에 와봤던 곳이다. 201310 트레일러를 야드에 내려놓고 빈 트레일러를 찾았다. 프라임 트레일러는 서너 대가 있다. 그중 하나의 문을 열어보니 로드락이 없다. 내 로드락 2개를 트레일러에 넣어 두었기 때문에 로드락이 있는 트레일러를 찾아야 한다. 옆의 191487 트레일러를 여니 로드락 2개가 있다. 너로 결정.


0617 유타첫.jpg

 

트레일러 와쉬아웃하러 갈까 하다가 기다렸다. 버기라는 곳이 있는데, 가는 길이 좀 어렵다. 다음 화물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결정하기로 했다. 기다려도 다음 화물이 금방 안 들어왔다. 화물예고가 들어왔다. 글렌은 내게 언제까지 갈 수 있냐고 물었다. 약속은 2시다. 트레일러 씻고 가면 빨라도 3시나 3시 반이다. 일단 버기로 향했다. 좁은 도로와 빡빡한 회전공간. 역시 어렵다. 그래도 이 정도는 해줘야지.

 

버기는 트럭 수리도 하고, 중고 트럭 판매도 하는 곳이다. 야드에 박스 트럭을 세워 두고 와쉬아웃만 한다. 문자로 트럭과 트레일러, 트립 넘버를 보내면, 사장이 회사와 통화해 결제를 받고 영수증을 갖고 온다. 세차는 젊은 직원들이 한다. 가격이 60달러니 싼 편은 아니다. 블루비콘은 40달러가 안 된다.


0617 유타첫1.jpg

 

아직 화물이 내게 정식 배당된 게 아니라 글렌에게 어떻게 됐나 물어볼 참이었다. 내가 도착이 늦는다고 해서 다른 사람에게 줬는지, 다음 화물을 기다려야 하는지. 글렌에게서 세일즈 부서와 연락 후 화물을 배당할 테니 우선 발송지로 가라고 문자가 왔다. 10/4 (텐포, 알았다는 트럭업계 용어다)

 

가는 길이 막히고 타운을 지나가느라 속도도 못 냈다. 4시 넘어서 도착했다. 도착할 즈음에 화물 배당 메시지가 정식으로 왔다. 약속시간은 2시에서 6시까지로 돼 있다.

 

발송 사무실에 가니, 2시에 왔어야 했는데 나보고 늦었다고 한다. 나 이거 좀 전에 받았거든. 하지만 변명하기도 귀찮아서 고개만 끄덕였다. 이미 늦은 걸 어쩔 건데? 어떤 곳은 벌금을 매기는 곳도 있다만 여기는 그런 곳은 아니다.

 

닥에 대고 기다리니 하얀 콧수염에 빨간 옷을 입은 영감님이 나왔다. (산타는 아니다) 팔렛이 5개 밖에 안 돼. 홀짝홀짝으로 실을 거야. 알아서 하슈. 홀짝으로 싣는다는 것은 첫 줄은 팰릿을 가운데 하나 놓고 둘째 줄은 두 개를 놓는다는 뜻이다. 첫째 줄은 냉방기가 가까워서 환기를 위해 홀수로 싣는 경우가 많다. 트레일러 앞쪽으로 무게를 덜 가게 하는 효과도 있다. 실을 화물이 많을 때는 그런 것 안 따지고 무조건 짝수로 싣는다.

 

정말로 작업이 빨리 끝났다. 트레일러를 앞으로 약간 빼란다. 문 닫고 씰을 설치하기 위해서다. 내가 싣고갈 화물은 과자 같은 것에 들어가는 초코칩이다. 씰을 설치하고 자물쇠를 채웠다. 영감님이 서류 받아 오겠다며 사무실로 들어갔다. 나는 트레일러 바퀴를 앞으로 당겼다. 이런 것은 무게를 달아볼 필요도 없다. 짐 싣는 것보다 서류 받는데 더 오래 걸렸다. 기다리다 사무실로 가니 영감님이 여직원에게서 막 서류를 받아 나한테 사인하라고 내민다. 사인하고 내가 가져갈 서류를 받아서 나왔다. 서류를 보니 약 1만 파운드였다. 팰릿 개수는 5개라 했는데 숫자를 계산해보니 6개여야 한다. 팰릿 하나당 40상자인데 총 개수가 240상자였다. 나는 사무실에 보내는 출발 보고 양식에는 팰릿 6개라고 적었다. 사실 큰 상관 없다. 배달만 제대로 하면 된다.

 

업무 시간이 3시간 조금 더 남았다. 가다가 오후 7시쯤 I-81 휴게소에 들어왔다. 두 자리가 비었다. 나하고 내 뒤에 따라 들어온 트럭이 하나씩 차지했다. 이번 화물은 모레 오전 9시까지 켄터키주 루이빌로 간다. 내일 530마일 정도를 달려 파일럿 트럭스탑서 머물 계획이다. 배달처까지 1시간 떨어진 곳이다.

 

지금쯤 월마트에서 식품을 보충해야 하지만 이번 주는 남은 음식을 모두 비우기로 했다. 집에 갈 때 냉장고를 끄고 갈 생각이다.

 

 

 

0617 유타첫3.jpg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황길재의 길에서 본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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