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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길재의 길에서 본 세상
정신세계수행자, IT전문가, 영화감독, 연극배우, 라디오방송기자 등 다양한 인생 여정을 거쳐 현재 뉴욕에서 옐로캡을 운전하고 있다. 뉴욕시내 곳곳을 누비며 뉴요커들의 삶을 지척에서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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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바람 도박장

글쓴이 : 황길재 날짜 : 2019-08-19 (월) 10:18:33

 

0805-1.jpg

 

오후 8, 오클라호마시티에 있는 Associated Wholesale Grocers에 도착했다. 입구에 기다리는 트럭이 많았다. 98번 도어를 배정받아 닥에 대고 기다렸다. 하차는 금방 끝났는데 서류 받으러 오라는 얘기가 없다. 사무실로 가봐도 전화를 기다리란다. 결국, 서류 받고 나온 시간은 새벽 3시다. 계획에 없던 일이다. 원래는 10시나 11시쯤 끝나면 한두 시간 남쪽으로 내려가 한적한 곳을 찾을 생각이었다. 14시간이 지나 움직일 수도 없다. off duty 드라이브로 달릴 수 있는 거리는 제한적이다.

 

트럭커패스로 주변에 주차할만한 곳을 檢索(검색)해봤다. 멀지 않은 곳에 강바람 도박장(River Wind Casino)이 있다. 전에도 카지노 주차장을 한 번 이용했던 적은 있다. 강바람 도박장은 본 건물에서 1마일 정도 떨어진 곳에 트럭 주차장이 별도로 있다. 평도 괜찮다.

 

강바람 도박장 트럭주차장에 도착하니 여성 경비원이 마당 가운데서 나를 기다리고 있다. 마침 나와 있었던 건지, 아니면 내가 오는 것을 멀리서 보고 나온 것인지 모르겠다. 트럭번호를 적고 내 전화번호를 남겼다. 카지노로 가는 셔틀버스를 불러줄까 묻는다. 지금은 괜찮다고 했다. 아침 식사는 7시부터, 점심은 11시부터라 했다. 필요한 것 있으면 경비실로 오라고 한다. 카지노 뷔페가 괜찮다는 평도 있었다. 앞으로 오클라호마시티에 오면 이곳을 애용해야겠다. 흙바닥이어서 먼지가 날리지만 팟홀은 없다. 듣기로는 최장 48시간 주차 가능하다니 34시간 리셋에 이용할 수도 있겠다.

 

아침에 일어나 준비 후 바로 출발했다. 카지노에 들러 식사를 할까 했지만 그럴 시간은 안 될 것 같았다. 가다가 중간에 러브스에 들러 주유를 했다. 댈러스와 휴스턴 사이에 있는 또 다른 러브스에 들러 샤워를 했다. 요즘엔 낮에 트럭스탑에서 샤워하고 밤에는 편한 곳에 주차하는 패턴이다.

 

휴스턴의 H.E.B에 도착했다. 이곳은 입구 앞에 트럭 대기장이 있다. 45도 각도로 양쪽에 대는 구조다. 오버나이트 파킹이 가능해 편리하다. 안 그랬으면 먼 거리에 주차하고 새벽에 와야 했다. 그러기에는 시간이 애매했다. 경비실에 가서 체크인하려니 밤 10시에 오란다. 새벽 4시 약속이니, 새벽 3시에 일어나 체크인하기로 했다. 여기가 마지막이 아니라 오전 10시에 한 곳이 더 있다. 그러니 일찍 배달을 마쳐 봐야 소용없다.

 

나도 나이가 들어가나 보다. 예전 같으면 카지노에 가서 게임도 하고 밥도 먹었을 것이다. 새로운 경험이니까. 이제는 그런 게 귀찮다. 배달 중 시간이 남을 때는 우버를 불러 시내 관광을 해도 좋으련만 그것도 시들하다. 혼자여서 그런 것 같다. 계획대로 큰 트럭을 받아 아이들과 같이 다녔다면 경험을 시켜주기 위해서라도 그렇게 했을 것이다. 예전에 히말라야를 혼자 여행할 때 가장 아쉬웠던 것이 이 장관을 함께 나눌 사람이 없다는 사실이었다. 여행도 인생도 동행자가 있어야 더 재미있고 풍요롭다.

 

요즘 일본과의 경제전쟁으로 시끄러운 마당에 나는 문뜩 세월호 생각이 난다. 세월호 인양한 지가 오래됐는데 왜 아무 소식이 없지? 나는 정권이 바뀌면 세월호 사고 원인이라도 밝혀질 줄 알았다. 혹시 내년 총선이나 다음 대선에 쓰려고 발표를 미루는 게 아니길 빈다.

 

 

화요일은 기다리는 날

 

 

지난주에도 그러더니 오늘도 30마일 조금 더 달렸다. 일을 적게 한 것은 아니다. 아침에 두 곳에 배달했고 지금은 새 화물을 실었다. 모두 휴스턴 안에서 일어난 일이라 거리가 짧았을 뿐이다. 화물은 Malt Liquors라는데 버드와이저니 맥주일 것이다. (아니면 버드와이저에서 위스키도 만드나?)

 

일하는 시간이 3시간 남았는데도 지금 출발을 못 하는 이유는 내일 배달 시각에 맞추기 위해서다. 340마일 거리라 7~8시간은 넉넉잡아야 한다. 휴스턴과 댈러스 교통체증도 생각해야 한다. 지금 가다가 중간에 8시간 휴식을 취하면 배달에 늦는다. 여기서 8시간 휴식을 하고 밤 11시에 출발할 작정이다. 오전 8시 약속인데 오버나잇파킹이 가능하다니 미리 가서 기다리면 된다.

 

원래는 드랍앤훅이라고 듣고 왔는데 라이브 로드였다. 오면서 트레일러 세척과 리퍼 주유에 2시간이 더 걸렸다. 대도시다 보니 기다리는 트럭도 많았다.

 

텐덤 슬라이드를 13번 핀에 맞췄는데도 트레일러 게이지가 35,000파운드를 넘겼다. 14번이나 15번에 맞춰야 할 것 같다. 텍사스가 최대 텐덤 허용치가 얼마인지 모르겠다. 심야에 중량측정소가 문을 닫았기를 바란다. 전체 중량이 초과한 것은 아니니 프리패스 장치가 있는 측정소라면 무사통과할 가능성이 크다.

 

이곳은 오버나잇파킹이 안 된다는 얘기가 없고, 정문 통과해서 한쪽에 트럭 몇 대가 대기할 수 있는 공간이 있으니 눈치껏 주차하고 기다린다. 길 바로 건너에 낡고 작지만 한가한 트럭스탑이 있다. 알아보니 주차비가 20달러란다. 5시간 정도 있다 가려고 치를 돈은 아니다.

 

휴스턴의 습도는 50~60% 정도다. 실제 수치보다 더 습하게 느껴진다. 바닷가라 그런 모양이다. 낮 기온도 107도 정도인데 체감온도는 더 높다. 휴스턴은 살기에 별로 좋지 않은 것 같다.

 

아까 페북 그룹에 누가 좋은 화물을 받았다고 자랑하는데 90마일 거리에 운임이 900달러가 넘었다. 그 화물을 나 같은 컴퍼니 드라이버가 끌면 45달러 번다. 마일당 약 50센트. 무슨 수입이 스무 배가 넘게 차이나냐. 물론 경비 다 빼면 그 정도는 아니다만. 리즈나 오너 오퍼레이터가 마일당 10달러나 받는 일은 아주 예외적인 경우다. 보통은 1.5달러에서 2달러 받으면 잘 받는 것이다.

 

켄터키의 어느 월마트에서는 민간업체와 계약을 맺어 심야에 주차하는 트럭을 단속한다. 창문에 시야를 가리는 장치를 붙여 500달러를 내야 풀어준다. 1시간 안에 지급하지 않으면 견인한다고 협박한다. 월마트에서 150달러치 장을 보고 다른 트럭들 옆에 주차하고 잠을 자던 드라이버가 500달러 벌금을 낸 사연이 뉴스에 났다. 어떤 곳은 1,000달러로 벌금을 높였다고 한다. 살기 더 팍팍해진다. 월마트에서 밤을 새우는 일은 피해야겠지만 부득이할 때는 트럭커패스에 나온 리뷰를 잘 읽어봐야 한다. 많지는 않아도 트럭 주차에 우호적인 곳도 있다.

 

[추가]

 

이상까지 쓰고 글을 올리려는데 전화가 왔다. 들어올 때 입구에서 접수했던 여경비다. , 아직 안 끝났나? 끝났다. 여기서 휴식시간 채우고 가려고. 안 된다. 지금 저울로 와라. 시설 내에 머물 수 없다. 밖에 트럭스탑 있으니 거기서 쉬어라. 알겠다.

 

저울에 달아보니 의외로 앞뒤 타이어 모두 허용치 내였다. 심지어 균형도 거의 맞았다. 트레일러 게이지가 정확하지 않았다. 13번 핀으로 그냥 가기로 했다. 서류를 받고 보니 화물 중량이 46,000파운드가 넘는다. 근래 실은 가장 무거운 화물이다. 라이트웨이트 트럭이라 그래도 조금 여유가 있다.

 

서류에 설정 온도가 없다. 리퍼가 필요하지 않은 화물이었다. 어쩐지 다른 트럭들은 드라이밴에 문도 열어 놓고 다니더라니. 캔맥주라 따로 냉장이 필요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리퍼 연료를 채워올 필요가 없었다. 트레일러만 대충 빗자루로 쓸고 왔으면 시간도 훨씬 절약했을 텐데.

 

길건너 트럭스탑에 왔다. 출발 보고를 마치고 가게로 들어가 먹을거리를 11달러치 샀다. (실제 필요한 건 우유뿐이었다) 캐셔보는 남자에게 계산하며 물어봤다. 여기 두어시간 있다 가도 되냐? 몇 시간이나 있을 건데? 두 시간이면 된다. 여기 유료주찬데... 그는 다른 사람에게 얼마나 받아야 하나 물어보더니 괜찮다고 했다. 트럭커패스에 여기 20달러 주차요금 받는다고 별점 한 개 준 평이 많았다. 여기 직원은 심성이 나쁘지 않아 보였다. 정중하게 그리고 최소한의 매출은 올려주는 성의를 보여주니 일이 잘 풀렸다. 이래서 태도가 중요하다. 나는 그들이 주차비를 내라고 했어도 과하지만 않다면 적당히 협상해서 낼 생각이었다.

 

이곳에서 주유하는 트럭이나 승용차는 거의 없었다. 주유소라기보다는 동네 마트 역할이 더 큰 것 같았다. 주차비를 받는 게 이해 갔다. 좁은 마당에 대형 트럭이 늘 꽉 차 있고 수시로 들락날락한다면 일반 손님도 잘 안 올 것이다. 이 사람들도 먹고는 살아야지.

 

 

 

0805 강바람 도박장.jpg

 

 

숨고르기

 

 

힘든 운전이었다. 어제 낮에 잠을 못 잔 때문이다. 중간에 고속도로 램프 갓길에 세우고 90분간 잠을 잤다. 그걸로도 충분하지 않았다. 졸리면 소리를 지르는데 영혼이 담기지 않아서인지 효과가 없었다. 진심 전력을 담아 목이 터지라 비명을 질렀다. 그제야 졸음도 미안했는지 슬그머니 들어갔다.

 

630, 배달처에 도착했다. 물건을 바로 받아주었다. 화물을 내리고 가까운 트럭스탑으로 갔다. Choctaw Travel Plaza. Choctaw 그룹에서 운영하는데 오클라호마 일대에 사업장이 열 곳 정도 있는 것 같다. 내가 간 곳은 Durant 지점이었는데 바로 옆에 큰 카지노 리조트가 있었다. 카지노도 Choctaw에서 운영한다. 이 트럭스탑은 트럭이 지나면 먼지가 풀풀 날렸다. 원래부터 흙바닥은 아니었는데 아스팔트 포장이 거의 다 훼손돼 흙땅이나 마찬가지다. 어떤 트럭은 자기 편한 대로 가운데 아무렇게나 서 있기도 했다. 그래도 이렇게 느슨한 곳이 좋다. 물론 여기도 밤이면 자리가 꽉 찬다.

 

쉬는 동안 다음 화물이 들어왔다. 10시간 휴식을 채우고 출발했다. 하지만 30마일 가서 Atoka에 멈췄다. 주유 지점이기도 했고, 화물 픽업 약속도 내일이다. Tyson이라 일찍 가봐야 기다릴 확률이 높다. 파일럿에서 주유하고 주차를 하려니 공간이 빡빡하다. 억지로 못할 것도 없지만 다른 장소를 찾기로 했다. 지난번 와이오밍 샤이엔에서의 사고 이후로 비좁은 트럭스탑은 가급적 피한다. 주차할 때보다 더 신경 쓰는 부분은 나갈 때 얼마나 수월한 위치냐다. 주차는 편하게 했는데 나중에 차량이 꽉 들어차면 나갈 때 고생하는 장소도 있다.

 

길 건너 러브스로 갔다. 크기는 파일럿보다 작지만, 주차한 트럭이 적어서 수월했다. 들어가며 눈여겨 봤던 위치에 주차했다. 나가기 편한 곳이다. 이곳은 샤워실이 3개라 좀 기다려야 했다. 러브스는 주유를 하며 샤워 크레딧 외에도 음료 리필 크레딧도 준다. 대게는 러브스 크레딧은 다 사용하기 전에 소멸했는데, 이번에는 두 건의 주유 후 샤워와 음료 리필을 알뜰하게 다 챙겼다. 이 러브스가 좋은 이유는 바로 옆에 월마트가 붙어 있다. 입구까지 걸어서 2백미터도 안 된다. 평소 월마트 주차장에 멀찌감치 주차하고 걸어가는 것보다 가깝다.

 

정육, 과일, 채소 등 신선 식품 코너가 없는 작은 매장이지만 내가 필요로 하는 식품은 대부분 살 수 있었다. 과일과 채소만 못 샀다. 냉장이 필요 없는 식품 위주로 사고 냉장, 냉동식품은 최소화했다. 냉장고도 다이어트가 필요하다. 장 봐온 음식으로 저녁을 먹었다. 간편하게 데워먹는 볶음밥 종류다.

 

오늘은 여기서 쉬어 가기로 했다. 픽업과 배달 일정이 하루씩 미뤄졌다. 내일 자정에서 모레 오후 3시까지가 픽업 약속이다. 경험상 모레 정오 즈음에 화물이 준비될 가능성이 크다. 배달처에도 주차장은 있지만 나쁜 냄새가 날 수도 있고 편의시설도 없으니 굳이 일찍 가서 기다릴 필요는 없다. 배달은 뉴욕 체스터에 일요일 오후 9시다. 내일 화물을 받아 출발할 수 있으면 좀 여유롭고, 모레 오후에 출발하면 빡빡한 일정이다. 혹시 일찍 가게 되면 식구들과 만나 해리만 파크에 가기로 했다.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황길재의 길에서 본 세상

 

http://newsroh.com/bbs/board.php?bo_table=hg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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