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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세계수행자, IT전문가, 영화감독, 연극배우, 라디오방송기자 등 다양한 인생 여정을 거쳐 현재 뉴욕에서 옐로캡을 운전하고 있다. 뉴욕시내 곳곳을 누비며 뉴요커들의 삶을 지척에서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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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아칸소

글쓴이 : 황길재 날짜 : 2019-10-02 (수) 16:56:22



0908 정면돌파.jpg

 

아칸소로 가는 화물을 받았다. 버몬트에서 핏스톤 터미널까지 누군가 실어온 화물을 내가 이어서 배달한다. 나거와 다닐 때 아칸소행 화물을 받았더라면 좋았을 텐데. 아쉽다.

 

샤워 후 카페테리아에서 스테이크와 샐러드로 점심을 먹었다. 야드에서 180815 트레일러를 찾아 정오가 되기 전에 출발했다. 모레 오후 2시까지 배달이다. 총 거리가 1,200마일을 넘기 때문에 무리한 일정은 아니어도 부지런히 달려야 한다.

 

오늘은 약 400마일을 왔다. 내일 새벽에 근처 월마트에서 먹을거리 사고 약 500마일 이상을 달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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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딸 사태로 나라가 시끄러운 동안 중요한 사건 하나가 묻혔다. 이재명 지사 항소심 벌금 300만원 선고다. 대법원에서 확정되면 이 지사는 직을 상실한다. 유력 대권주자 한 명이 또 날아갔다.

 

작가 공지영 씨가 이재명 지사 유죄 판결을 기뻐하는 트윗을 올린 것을 봤다. 공지영 씨는 이재명 지사와 김부선 씨의 염문설을 퍼뜨리는데 앞장선 사람이다. 그런데 이재명 지사는 김부선 씨 건으로 유죄 판결받은 게 아니다.

 

이정렬 변호사, 공지영 씨 같이 이재명 지사를 감방에 보내는 것이 문재인 대통령을 위하는 길이라고 믿는 사람을 나는 이해할 수 없다. 내 페친 중에도 그런 사람들이 있다. 그들이 자한당 지지자라면 이해나 하겠다.

 

서울대 출신의 조국 교수는 이번에 반대도 많았으나 지지도 만만치 않았다. 중졸 검정고시 소년 노동자 출신의 이재명 지사는 민주당 지지자로부터도 외면과 공격을 받았다. 박탈감은 스카이 다니는 대학생이 아니라 이 지사가 느껴야 하는 것 아닐까?

 

이번 조국 딸 청문회를 둘러싼 광기를 다른 차원에서 생각해봤다. (광기라는 표현은 적합하지 않을 수도 있다. 여기서 나는 광기를 가치 중립적 의미로 사용한다) 이 광기야말로 현시기 대한민국을 특징 짓는 현상 아닐까?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 광기가 가장 극적으로 표출된 때는 단연 박근혜 대통령 탄핵 과정이다.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나라 전체가 미쳐 돌아갔던 시기다. 그 힘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이 광기는 태풍처럼 통제되지 않는 힘이다. 각자 처지에 따라 유리하게도 불리하게도 작용한다.

 

광기라고 불리는 이 힘의 원동력은 무엇이며 통제 장치는 존재할까? 이 힘을 제대로 사용할 수 있다면 자주 통일도 가능하다. 이는 세계에도 축복이 될 것이다.

 

앞으로 연구과제다.

 

 

정면돌파가 정답

 

 

0908-2.jpg


 

오늘 새벽에 간 월마트는 출입이 쉽고 주차장 내에서 회전할 공간도 충분했다. 트럭의 야간 주차도 허용한다고 들었다. 좋은 곳이다. 일주일 치 먹거리를 장만했다.

 

오늘 최대한 달려야 내일 운행이 편하다.

 

에핑햄 플라잉제이에서 주유하고 샤워도 했다. 9월 한 달 동안 PFJ 무료 샤워 이벤트다 보니 샤워 대기 시간이 길다. 뜻밖의 부작용이다. 나는 PFJ에서 주로 주유하기에 늘 샤워크레딧이 있어 무료 이벤트는 내게 의미 없다.

 

운전시간 20분 남을 때까지 주행했다. 오후 6, 미드웨스트 트레블 플라자에 도착했다. 이곳은 처음이라 한번 와봤다. 네비에는 60대 주차로 적혀 있지만, 실제 규모는 200대 이상을 거뜬히 수용할 정도다. (트럭커패스에는 400대로 적혀 있는데 그건 좀 과장이다) 대형 프랜차이즈가 아니어서 늘 자리가 있다. 게다가 I-44는 인터스테이트 하이웨이치고는 교통량이 많지 않다.

 

도티스(Dottie’s)라는 식당이 있는데 평이 좋았다. 뷔페를 먹었는데 튀김닭이 괜찮았다. 트럭커들이 호평하는 식당은 내게는 그저 보통이다. 미국식 음식이 내 입맛에 별로기 때문이다. 어쩌다 한번은 먹어도 매일은 못 먹겠다.

 

내일 갈 거리는 270마일. 오전 7시에서 8시 사이에 출발하면 적당하다. 위성사진을 보니 배달처까지 가는 길은 간단한데 닥에 대는 것은 중급 이상의 난이도로 보인다.

 

심바는 어제로 3차까지 기초 예방접종을 마쳤다. 추가로 광견병 예방주사까지 맞았다. 집에만 있는 심바가 광견병에 노출될 일은 거의 없다. 다소 동물병원의 상술이 아닌가 싶다. 중성화 수술은 외부기관에서 할 계획이다. 숫고양이의 경우 무료로도 할 수 있는데 병원에서는 상당한 가격을 불렀다. 주사가 힘들었는지 어제는 심바가 밥도 얼마 안 먹고 잠만 잤는데 오늘은 정상으로 돌아왔다고 한다.

 

=====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을 놓고 찬반 여론이 분분하다. 여론이 나쁘니 총선 승리를 위해 자진 사퇴하거나 지명 철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신문 사설에서는 국론을 분열시킨다고 대통령을 비난한다. 국론이 분열되면 왜 안 되는데? 한 국가에는 다양한 계급과 정파적 이해를 가진 집단이 모여 산다. 이견이 있는 것은 당연하다. 국론 분열이라는 프레임으로 한쪽의 목소리를 억누르는 게 더 문제다.

 

조국 딸 검증 광풍의 이면에는 긍정적 효과도 있다. 한국 사회에 쌓인 갈등 요소를 밑바닥에서부터 휘저어 끄집어냈다. 언론과 지식인의 비논리와 궤변, 비겁한 행동은 나중에 돌이켜 반성 거리가 될 것이다. SNS에는 간혹 탁월한 식견을 지닌 인물이 등장해 사건을 해설하고 정리한다. 다수의 공감을 얻은 아이디어는 공유되어 널리 퍼진다. 나는 그들에게서 많이 배웠다.

 

한국이 일본의 경제 도발에 정면 대응했듯이 법무부 장관 임명도 정면 대응이 옳다. 다수가 가짜 뉴스로 알려진 의혹 제기에 물러서는 선례는 나쁘다. 검찰의 대응은 치졸할 정도로 비겁했다. 역사는 늘 권력 쟁취를 위한 투쟁의 과정이었다. 지금은 특권층에서 일반 대중에게로 권력을 조금씩 옮겨 오는 단계다. 당연히 기득권의 저항이 있다. 피하지 말고 맞서라. 조국을 임명한다고 총선에서 자한당에 패할 것이라는 생각은 국민을 개돼지로 아는 발상이다. 시민의식은 정치권보다 앞서 있다. 검찰 개혁은 조국의 개인기로 달성되는 게 아니라 조직된 시민의 힘으로 가능하다. 조국은 국민이 휘두르는 칼이 되어야 한다. 설령 백번 양보해서 조국 임명으로 총선에서 진다고 치자. 민주당에 조국 말고는 없나? 그것은 집권 여당의 무능력과 시민사회의 미성숙을 뜻하는 것이니 국민을 개돼지 취급하는 자들의 지배를 받아도 할 말이 없다. 물론 나는 그런 역사는 더 이상 되풀이되지 않을 것이라 믿는다.

 

 

심장이 뛴다

       

 

 

0908-1.jpg

      

아침 7시에 출발했다. 조플린에 이르러 플라잉제이에서 샤워를 했다. 배달처에 도착하니 오후 140.

 

장소가 좁았지만 내가 운이 좋았다. 장내에서 기다릴 공간이 있었다. 닥에 댈 때는 마침 앞쪽에 주차한 트럭이 하나도 없어 수월하게 후진했다. 짐을 내리고 트레일러를 확인하니 세척이라도 한 것처럼 깨끗했다. 초콜릿 냄새만 났다. 어떻게 파편 하나 없을까?

 

짐을 내리기 전에 다음 화물이 미리 들어왔다. 내일 자정부터 정오까지 픽업해서 모레 오후 4시까지 아이오와에 배달이다. 발송처가 타이슨이니 내일 오전에나 화물이 준비되겠지. 어디 다른 곳에 가서 쉬고 내일 아침에 가야겠다.

 

우선 가까운 파일럿 트럭스탑에 가서 리퍼 연료를 채웠다. 워낙 작은 곳이라 주차공간은 이미 다 찼다. 근처 휴게소를 검색했더니 23마일 지나서 하나 있다. 위성사진으로 보니 정식 휴게소가 아니고 그냥 길옆에 마련된 공터다. 모양새가 별로 내키지 않았다. 그냥 발송처로 가기로 했다. 오버나이트파킹이 된다고 했다.

 

발송처에 도착했다. 듣기로는 리퍼 연료는 최소 3/4 이상이어야 하고, 여기서 트레일러 세차하고 주차하라고 돼 있다. 그런데 경비는 그냥 야드에 트레일러 주차하고 발송 사무실 가서 서류 받으란다. 텐덤 타이어를 뒤로 물리라는 얘기도 없다. 다른 트레일러를 보니 텐덤 타이어가 앞으로 있다. 세척 안 하면 벌금 얼마, 텐덤 타이어 안 물리면 얼마라고 했는데 규정이 바뀌었나? 내가 읽은 정보와 다르군. 암튼 텐덤 타이어는 뒤로 물렸다.

 

발송 사무실에 가서 체크인하니 놀랍게도 화물이 준비돼 있다. 웬일이니 타이슨이? 아직 운전 가능 시간은 3시간 남았다. 트레일러 연결하고 출발 양식을 보냈다. 전화 통화는 안 됐다. 더 기다릴 수 없어 그냥 출발했다. 남은 시간을 계산하니 스프링필드 본사까지 갈 수 있겠다.

 

운전하며 전화를 걸었다. 몇 번 시도 끝에 연결이 됐다. 갓길에 트럭을 세우고 출발보고를 했다. 다시 전속력으로 달렸다. 15분 남기고 본사에 도착했다. 인바운드를 지나는데 1시간이 넘게 걸렸다. 출입하는 트럭은 많고 사람은 적었다. 트레일러 오른쪽의 바퀴 하나를 교체했다. 괜찮아 보였는데.

 

오늘은 야드에 세울 곳이 많았다. 보통은 트레일러를 떼어 놓고 트럭은 다른 곳에 주차하는데 오늘은 그냥 야드에 같이 세웠다.

 

본사에 굳이 온 이유는 ELD 강의를 듣기 위해서다. 오늘부터 ELD 규정이 바뀌어 적용됐다. 시속 5마일만 넘어도 자동으로 운전으로 기록됐다. 이 경우 여러 문제가 생긴다. 특히 10시간 휴식에 지장이 있다. 전에는 짐 내리는 시간까지 포함해 10시간 휴식을 취할 수 있었지만 조금만 움직여도 운전으로 기록되면 10시간 휴식을 새로 취해야 한다. 가령 짐 내리는데 6시간 걸렸으면, 어딘가로 이동해 추가 4시간 휴식만 취하면 됐다. 앞으로는 6시간 쉬었더라도 10시간을 다시 쉬어야 한다. 잘 대응하지 않으면 업무에 지장이 많다. 내일 강의를 듣고 규정을 정확히 파악한 후 대책을 생각해야 한다. 스프링필드에서는 매일 오전 930분에 강의가 있다.

 

오늘 몸이 조금 이상하다. 낮부터 심장이 빨리 뛴다. 내 평소 심박수는 일분에 70회를 넘기지 않는다. 오늘은 가만히 있는데도 85회 정도 뛰고, 심할 때는 110회 정도 나왔다. 지금도 80 중반을 뛴다. 운동 부족인가?

 

 

ELD 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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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워하고 바뀐 ELD 강의 들으러 갔다. 930분에 시작이다. 로그 관련해서 늘 강의하는 부서 직원이 있다. 젊은 여성인데 목소리가 선명해서 좋다. 반면에 질문을 던지는 아저씨 아줌마 드라이버들의 우물거리는 발음은 알아듣기 힘들었다. 상황을 아니까 유추해서 무슨 질문인지 이해했지만, 맥락을 모르면 이해 불가다.

 

새롭게 바뀐 ELD 규정은 생각만큼 나쁘지는 않았다. 오히려 편리해진 부분도 있다. 대신 매번 운전할 때마다 신경 써서 확인해야 한다.

 

가장 큰 변화는 트럭이 시속 5마일 이상의 속도로 움직이면 무조건 운전한 것으로 기록된다는 사실이다. 많이는 아니어도 몇 분 정도 시간을 절약할 수 있었던 잔기술을 이제는 사용할 수 없다. 전에는 5분 이내, 2마일 미만의 운행은 로그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이를 이용해 주유소나 거래처에 가까이 갔을 때 신호등에 멈춘 틈에 미리 로그를 바꾸는 방식으로 시간을 절약했었다.

 

거래처 내부에서 이동할 때 사용하는 Yard Move라는 옵션이 생겼다. 운전시간에는 들어가지 않지만, 업무시간으로 친다. 이 때문에 휴식시간이 끊어진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PC (Personal Conveyance) 모드로 이동해야 한다. 전에는 PC 운전을 사용할 일이 별로 없었다. 이제는 최대한 빈번하게 사용해야 한다. 트럭스탑에서 주유하고 주차할 때도 PC로 가야 한다. 안 그러면 그 몇 분의 시간이 운전으로 기록된다. 이게 은근히 번거롭다.

 

좋아진 점은 이전에는 PC 모드를 하루 1시간 이상 사용할 수 없었다. 1시간이 넘으면 강제로 운전으로 바뀌었다. 이제는 1시간이 넘으면 운전자가 PC 모드를 종료할 것인지 계속할 것인지 선택할 수 있다. 1시간 이상 PC 운전을 할 수 있다. PC 모드는 엄격하게 써야 한다. PC 모드 운전을 부정한 방법으로 사용한 것이 발각되면 PC 모드 옵션을 박탈당한다. 업무에 엄청난 지장이 있다. 이 정도 되면 트럭운전을 그만두는 게 낫다.

 

강의 듣기 전에 글렌에게 물었다. 오늘 배달해도 되냐? 시도해보라고 했다. 세일즈 부서에 얘기해 놓겠다고. 나는 오후 6시까지 배달하겠다고 했다.

 

오전 1130분에 터미널을 떠났다. 중간 지점에 점심 식사를 위해 트럭스탑에 한번 멈췄다. 내 예상대로 오후 6시에 배달처에 도착했다. 제법 규모가 있는 곳인데 조용했다. 업무가 다 끝난 것 같았다. 경비실에 체크인 하니 젊은 여직원이 서류를 확인하더니 놀란다. 디스패처가 뭐라고 했길래 왔냐? 약속은 내일 오후 4시다. 나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만 끄덕였다. 나중에 오라 그럴 줄 알았는데 그녀는 어딘가와 통화하더니 13번 도어에 대란다. 땡큐다.

 

13번 도어에 가니 직원이 나와서 기다리고 있다가 서류를 받아 갔다. 트레일러를 닥에 대고 기다리니 곧 짐을 내리기 시작했다. 다 끝나니 수령 확인 사인한 서류를 갖고 왔다. 도착부터 출발까지 40분이 안 걸렸다. 이번 화물은 시작부터 끝까지 좋다. 예정보다 일찍 받고, 이동하는 동안에도 도로가 한산하고, 날씨도 화창하고, 예정보다 일찍 배달하고, 접수 업무도 수월했다. 결과적으로 나는 하루를 벌었다. 다른 화물도 이러면 좋겠지.

 

야드 무브 옵션을 실전에서 써보려고 했는데 실패했다. 야드 무브 옵션은 시동을 켠 상태에서 나타난다고 했는데 찾을 수 없었다. 닥에 대는 몇 분의 시간이 운전으로 기록됐다.

 

남쪽으로 23마일 떨어진 곳에 플라잉제이가 있다. 발송처 근처에도 트럭 몇 대는 댈 수 있는 작은 주유소가 있었다. 어떡할까 생각하다 23마일이면 그리 먼 거리도 아니어서 플라잉제이로 향했다. 아이오와에서 미주리로 다시 돌아왔다. 이곳은 지방도로와 국도가 만나는 곳에 있어 교통량이 적다. 밤늦은 시간에도 빈자리가 듬성듬성 있다.

 

내일은 어디서 화물을 받을까? 아이오와로 다시 올라갈 확률이 높다. 주변에 트레일러 세차할 곳이 없어 문제다. 어디가 됐든 트럭 세차장을 지나는 코스가 좋다.

 

 

나인일레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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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몽사몽 전화를 받았다. 누구지? 7시가 안 됐다. 어제 1시 넘어 잤다. 글렌이다. 메시지 확인하고 답장 달란다.

 

다음 화물 제안이다. 몇 시까지 갈 수 있는지도 물었다. 픽업 시간이 8시다. 여기서 100마일 거리고. 트레일러 세척도 해야 하고, 리퍼 연료탱크도 채워야 한다. 10시까지 가능하다고 보냈다. 알았다며 출발하란다. 세일즈 부서에서 확인하고 정식 화물 배당 보낼 거라고.

 

기껏 플라잉제이까지 왔는데 샤워도 못 하네. 도중에 들어온 화물 배당 메시지를 보니 라이브 로드다. 그럼 리퍼 연료는 안 채워도 되겠군. 발송처 인근의 콸라 탱크 와쉬에 가서 트레일러만 세척했다.

 

발송처에 도착하니 940. 체크인하러 창구로 갔다. 8시 약속이네. 지각 벌금 내야 한다. $114.81 수표로 가져와라. 뭥미? 10시로 변경된 거 아니었나? 암튼 글렌에게 수표에 돈 넣어 달라고 했다. 글렌은 돈을 넣어주며 영수증 받으면 바로 스캔해서 보내란다. 세일즈 부서에 청구할 건가?

 

드라이버 감사 주간이라고 서류 접수 창구 앞 테이블에 스타벅스 커피 갤런과 도넛이 있다. 트럭스탑 커피를 주로 먹다가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니 색다르군.

 

트레일러에 짐을 싣고 무게를 확인하니 텐덤 타이어가 너무 무겁다. 무게 중심을 잡으니 16번 핀에 걸린다. 이건 아니지. 12번 핀이 최대 허용치다. 다시 조절하니 13번 핀에 걸렸다. 핀 하나 정도야 괜찮겠지. 전에도 한두 핀 넘겨서 달린 적도 있다. 화물이 너무 뒤로 실렸다.

 

가다가 트럭스탑에 들러 공인 저울에 무게를 재봤다. 역시 전체 무게는 허용치 내에 있다. 12번 핀으로 당기면 텐덤 타이어가 34,000 파운드에 육박할 것 같다. 그냥 13번 핀으로 가기로 했다. 이편이 더 안전할 것 같다.

 

문을 연 웨이스테이션을 지났는데 무게가 허용치 내라서 그런지 프리패스 태그에 통과 신호를 받았다.

 

아이오와, 일리노이, 인디애나에 들어왔다. I-80 동쪽 방면 두 번째 고속도로 플라자에 멈췄다. 모레 오후 2시에 펜실베이니아 알렌타운 배달이라 시간 안배를 위해서다. 내일 한 500마일 달리고, 모레 160마일 정도 갈 계획이다. 운전시간 포함해 하루에 8시간 30분 일하면 시간이 모자랄 일이 없다.

 

오늘이 나인 일레븐(911)이었다. 날짜 가는 줄도 몰랐다. 곳곳에 대형 성조기가 조기로 걸렸다. 미국은 911이 응급전화번호다. 경찰, 소방차, 구급차 구별 없이 911로 걸면 된다. 한국은 경찰은 112, 간첩은 113, 화재는 119로 나뉘어 있다. 911때 소방관이 많이 순직했다. 생존 소방관 중에서 트라우마로 고통받는 사람도 많다. 우연일까? 테러 날짜가 911일인 것이.

 

 

인터넷 쇄국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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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추석이다. 추석을 기념해 특식으로 매운 닭 날개(spicy hot wings)를 이틀 연속 사 먹었다. PFJ에서 핫윙 5개에 7달러인데 3달러 할인 행사를 한다.

 

내가 끄는 트레일러가 좀 오래됐다. 번호가 143432인데 앞의 142014년식이라는 뜻이다. 유틸리티 제품도 아니고 와바쉬 제품이다. 이 시기에 테스트 삼아 와바쉬 트레일러를 같이 사용했던 모양이다. 지금은 거의 퇴역하거나 팔리고 적은 숫자만 남아 있다.

 

오른쪽 뒷바퀴에 공기가 새는 모양이다. 자고 일어나 출발하려면 타이어 공기압 경고 메시지가 들어온다. 어제도 그러더니 오늘도 그런다. 오늘은 눈에 띄도록 바퀴가 짜부러졌다. 출발하다 말고 놀라서 멈춰 RA에 연락했다. 시동 켜고 좀 기다리니 다시 정상으로 돌아왔다. 트레일러에는 타이어 공기압 주입 장치가 있다. 다시 출발.

 

이번에는 리퍼 에러 메시지가 들어온다. 뭥미?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계속 달렸는데 수십 통이 들어온다. 휴게소로 들어갔다. 허걱. 리퍼 엔진이 시동이 안 걸린다. -10F를 유지해야 하는데 16F. RA에 다시 메시지를 보냈다. 수리 방법을 담은 긴 설명문 메시지가 왔다. 이걸 나보고 읽고 직접 고치라고? 몇 번을 읽으니 이해된다. 핵심내용은 이렇다. 일단 파워를 꺼라. 엔진룸을 열어라. 시동 모터가 작동하지 않으니 전원 커넥터가 느슨하지 확인하고 다시 잘 연결해라. 그래도 안 되면 망치로 두드려라. 흠집 안 나도록 적당히 때려라. 커넥터는 잘 연결돼 있다. 망치로 몇 대 때렸다. 그리고 전원을 넣으니 시동이 걸린다. 전원을 껐다 켜서 고쳐진 것인지 망치로 때린 덕분인지 모르겠다. 퇴역할 날이 머지않은 것 같다.

 

한 달 동안 조국으로 살았으니 이제 내 삶을 살련다. 다시 미국 팟캐스트를 듣기 시작했다. 뉴욕타임즈에서 진행하는 The Daily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오늘은 앤드류 양에 대해 다뤘다. 나는 그를 지지한다. 나는 내 가치를 따라 투표한다. 사표 방지 그런 거 없다. 백기완에 투표했고 심상정에 투표했다. 앤드류 양이 기술의 진보가 가져올 삶의 변화에 대해 진지하고 실질적인 고민을 하는 유일한 후보기 때문이다. 물론 그가 당선될 확률은 낮다. 그래도 나는 나의 신념에 가장 근접한 후보를 찍는다. 그의 아젠다가 널리 논의되고 다른 후보들도 받아들이기 원한다. 나는 최악을 피하려고 차악을 선택하지 않는다. 언제나 최선에 투표한다. 길게 보면 그게 세상을 바꾸는 가장 빠른 길이다.

 

리퍼 연료 채우느라 들른 플라잉제이에서 샤워도 했다. 어차피 30분 휴식을 해야 한다. 오후 5시에 다시 출발. 펜실베이니아에 들어섰다. I-80 펜실베이니아 구간은 초입이 가파르다. 2시간 좀 넘게 달리다 삽브로스(Sap Bros) 트럭스탑에 들어왔다. 오후 7시가 넘었는데도 자리가 제법 있다. PFJLove’s 같은 대형 프렌차이즈는 대부분 공간이 타이트하다. 최대한 주차를 많이 해서 이윤을 많이 내도록 설계했기 때문이다. 그에 비해 중소 트럭스탑은 공간 배치가 여유로운 경우가 많다. 이곳도 그런 경우다. 샤워는 낮에 PFJ에서 하고 밤에 주차는 휴게소나 한산한 트럭스탑을 찾는다. 트럭스탑에서의 후진이 가장 어렵고 위험하다.

 

200마일 남았으니 내일은 오전 9시 정도에 출발하면 적당하다.

 

한국과 화상통화로 부모님께 추석 인사를 드렸다. 명절 선물이라도 보내드리면 좋으련만 공인인증서를 받을 수가 없어 인터넷 뱅킹을 못 하고 한국 쇼핑몰도 이용 못 한다. 중국 사이트에서도 맘대로 주문하는데 한국 사이트를 이용할 수 없다. 외국 카드로라도 결제하려니 쇼핑몰 아이디가 장기 미사용으로 휴면이다. 살리려니 본인 인증을 하란다. 그런데 내 명의로 된 한국 휴대폰이 있어야 한다. 정말 후지다. 인터넷 강국? 웃긴 소리다. 인터넷 쇄국주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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