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련은 등불을 켜듯이 피어난다. 꽃잎을 아직 오므리고 있을 때가 목련의 절정이다. 목련은 자의식에 가득 차 있다. 그 꽃은 존재의 중량감을 과시하면서 한사코 하늘을 향해 봉우리를 치켜 올린다. 꽃이 질 때, 목련은 세상의 꽃 중에서 가장 남루하고 가장 참혹하다. 누렇게 말라비틀어진 꽃잎은 누더기가 되어 나뭇가지에서 너덜거리다가 바람에 날려 땅바닥에 떨어진다. 목련꽃은 냉큼 죽지 않고 한꺼번에 통째로 툭 떨어지지도 않는다. 나뭇가지에 매달린 채, 꽃잎 조각들은 저마다의 생로병사를 끝까지 치러낸다. 목련꽃의 죽음은 느리고도 무겁다. 천천히 진행되는 말기암 환자처럼, 그 꽃은 죽음이 요구하는 모든 고통을 다 바치고 나서야 비로소 떨어진다. 펄썩, 소리를 내면서 무겁게 떨어진다."
-김훈, <자전거 여행> 중

꽃이 지듯 사람은 죽는다.
죽어가는 과정이 길어진 요즘은 목련처럼 남루하고 누더기가 되어 대체로 병실의 침상(寢牀)에서 모든 고통을 다 견뎌내다 결국 풀썩 스러진다.
죽음까지 아름답기를 바랄 수는 없지만 고통의 과정을 줄이고 최소한의 존엄이라도 지킬 수 있도록 죽음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지구가 말기 암환자와 같다고 하니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무조건 살려야 하는 건 사람이 아니라 지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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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잎새
예전엔 갑작스럽지만 편안히 삶을 마감했을 노인들이 의료 기술의 발전으로 각종 검사와 시술, 수술을 반복하고 병동 침상에서 악전고투(惡戰苦鬪) 하며 수명을 연장하고 있다.
점점 늘어나는 평균수명이 그저 반갑지만은 않은 이유다. 그렇다고 죽어가는 과정에서 인간의 존엄을 지킬 수 있는 방안을 의사에게 요구할 제도적 장치는 우리 현실에서는 찾기 힘들다.
숲에 들어 계곡을 오르다 늘 쉬는 곳에 앉아 쓸쓸하고 위태롭게 흔들리는 동영상 속의 저 잎은 보름 전에도 마지막 잎새처럼 흔들렸었다.
하필 그 사이에 #인간의_마지막_권리 라는 이 시대의 참지성이신 박충구 교수님의 책을 읽게 되었고, 마치 저 잎은 한 인간의 마지막 몸부림 같아 보였다.
책은 "죽음을 이해하고 준비하기 위한 13가지 물음"이란 소제를 달았는데, 죽음에 대한 문화의 변천과정과 윤리문제, 회복 불가능한 환자에 대한 연명치료 등 현실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조력사와 안락사의 윤리적 법적 문제와 그 방법에 대해 공감하게 한다.
건강수명을 다하고 고통스럽게 죽음에 이르는 기간이 점점 길어지는 현실에서 인간의 마지막 존엄을 지키기 위한 조력사, 안락사(安樂死)는 <인간의 마지막 권리>라는 저자의 통찰에 깊게 동의하며 책을 덮었다.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황룡의 횡설수설’
http://www.newsroh.com/bbs/board.php?bo_table=hwangl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