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둘러 빨간 옷 입고
가을을 재촉하더니
간밤 서리 내리고
다수가 下直했구나
그래도 넌 주변을 물들였고
또 윤회(輪廻)하겠지만
난 저 다리 건너면
누군가의 기억으로나
돌아올까?
가을 소묘 9
깊은 산길 홀로
무심히 걷다가
눈앞에 스르르 떨어지는
낙엽에 깜짝 놀라
난 무슨 죄를 지었을까
생각은 꼬리를 물고
내려오는 내내 밟히는
낙엽만큼 쌓인
참회의 소리
가을 소묘 10
사색(死色)인 것들ᆢ
사색(思索)이 깊은 시간
사색(四色)의 계절
가을 소묘 11
아무리 봐도 가둘 수 없는
무어라 해도 궁색한 변명같은
그 진부한 형언을 주저한다
감당할 수 없는 빛
떨어지는 기억 저 편의 파편들
바람에 구르다
어느 시궁창에서라도
엔트로피(entropy)로 발효되기를
가을 소묘 12
어디들 갔는지
은행잎만
까르르 까르르 웃다
떨어진 가을,
청춘도 쌓이네
가을 소묘 13
모과나무를 사이에 두고
나뉘어 앉아 있지만
같은 방향을 보고 있고
난간을 사이에 두고
단풍나무와 담쟁이는
같은 하늘로 오르고
미국을 사이에 두고
우리는 평화를 위해
같은 목표를 향해 있고
가을 소묘 14
零下의 시련을 겪더니
얼마 남지 않은 生
더 빛내려는지
정리하는지
움직임이 분주하다
가을 소묘 15
흐르고 떨어지는 너희는
그저 내려만 가는구나
낮은 곳으로 낮게 흐르는 것은
이토록 영혼 맑은소리인데
오르고 또 오르려고만 하는
심장은 헐떡이며 숨 가쁜 소리구나
가을 소묘 16
入冬 지나 秋風에 落葉만
청소부 아저씨 힘들게 해놓고
야반도주夜半逃走한 가을,
고작 온 게 서울...
효창공원에서 붙잡았다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황룡의 횡설수설’
http://www.newsroh.com/bbs/board.php?bo_table=hwangl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