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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평화’ 염려해 평화협정 못하는 미국

글쓴이 : 김중산 날짜 : 2020-07-01 (수) 06:52:55

 

Klinger_Bruce.jpg

<사진 헤리티지재단 홈페이지>

   

 

 

최근 여권(與圈)에서 6.25전쟁 70주년을 맞아 평화협정을 체결하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한반도 문제 전문가가 한반도 평화협정에 매우 회의적인 글을 발표해 눈길을 끌고 있다.

 

브루스 클링너(사진)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지난 25일 미국의 외교 안보 전문지인 더 내셔널 인터레스트(The National Interest)’에 기고한 글에서 평화협정으로 전쟁에 종지부를 찍더라도 북한이 말썽피우는 걸 멈추지는 못할 것이라며 북한 비핵화와 연계되지 않은 평화협정은 나쁜 평화로 끝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핵 실험과 미사일 도발로 휴전협정을 무력화시키는 북한이 평화협정을 체결한다고 해서 얼마나 평화에 헌신하겠는가라며 이같이 말했다.

 

클링너 연구원은 이어 한국 전쟁을 끝내는 일 자체는 쉬운 일이고, (중략) 한반도 내 실질적인 위협을 줄이는 일은 복잡한 일이라서 제대로 준비하지 않으면 나쁜 평화로 끝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섣부른 평화협정 체결이 미군의 대북 억지력에 대한 감소 요구로도 이어져 한미동맹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으며 평화협정과 북한 비핵화를 연계해 다루지 않을 경우 지역의 평화와 안정성은 더 위협받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클링너 연구원이 평화협정으로 전쟁에 종지부(終止符)를 찍더라도 북한이 말썽을 피울 것이라고 했는데 미국이 북한에 대한 제재를 풀고 그들 방식대로 살아가게 내버려 두는 한 그들이 말썽을 피울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 이제껏 국제 사회에서 말썽을 피우고 온갖 악행을 저지른 나라는 다름아닌 미국이다. 미국이 얼마나 못된 짓을 했는지 일일이 예를 들자면 한이 없다. 힘이 없는 나라의 지도자가 미국과 갈등하다 눈 밖에 나 CIA의 지원을 받은 군부 쿠데타로 죽임을 당하거나 요행히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져도 권좌에서 쫒겨나 식물인간이 된 경우가 어디 한둘인가.

 

세계 평화의 파수꾼을 자임하면서도 동남아 패권 유지를 위해 통킹만 사건을 조작해 베트남 민족해방전쟁에 개입했고, 석유자원 확보를 위해 없는 대량살상무기가 있는 것처럼 날조(捏造)해 이를 빌미로 이라크를 침공해 수많은 이라크 국민들을 무차별 살상하는 천인공노할 만행을 저지른 미국이다. 맘만 먹으면 못할 게 없는 무소불위의 초강대국 미국이 평화협정으로 종전이 돼도 북한이 말썽을 피울 것을 지레 걱정하다니 소가 웃을 일이다.

 

클링너 연구원은 휴전협정을 무력화시키는 북한이 평화협정 체결 후 얼마나 평화에 헌신하겠는가고 의문을 제기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휴전협정을 위반하고 무력화시킨 것은 미국이다. 휴전 후 참전 외국군 철수 약속을 깔아 뭉개고 바로 이 순간에도 남한에 버젓이 미군을 주둔시키고 있지 않은가. 그런 주한미군은 과연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해 얼마나 헌신했는가. 그들은 다만 미국의 전략적 안보 이익을 위해 헌신하고 있을 뿐이다.

 

클링너 연구원은 한국전쟁을 끝내는 일 자체는 쉬운 일이지만, 제대로 준비하지 않으면 나쁜 평화로 끝이 날 수 있다고 한다. 전쟁 위험 없이 평화로운 삶을 살고 싶다며 북한이 줄곧 요구해온 그리도 쉬운 일인 종전선언을 미국이 한사코 거부하는 이유가 혹여 나쁜 평화로 끝이 날까 두려워 그러는가 본데 미국이 걱정하는 나쁜 평화란 대체 어떤 모습의 평화일까. 우리는 그저 미국이 구상하는 한반도에서의 좋은 전쟁보다 남과 북이 휴전선을 지우고 자유롭게 왕래하며 오곡백화가 만발한 삼천리 금수강산에서 공존공영할 수 있는 나쁜 평화를 원한다.

 

클링너 연구원은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한미동맹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게 미국의 진짜 속내다. 겉으로는 방위비 분담금 대폭 안 올려 주면 주한미군 철수하겠다고 큰소리 치지만 미국이 내심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바로 주한미군 철수다.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남한 미군 주둔은 정당성을 잃게 된다. 그러면 미군은 언젠가 남한에서 나가야 한다. 주한미군 없는 한미동맹은 앙꼬 없는 찐빵이다. 약화된 한미동맹의 존속 여부를 결정해야만 한다. 미국에겐 최악의 시나리오다. 이렇게 되는 걸 막기 위해 미국은 평화협정과 북한 비핵화를 연계하고 있다.

 

존 볼튼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회고록 그것이 일어난 방(The Room Where It Happened)’에서 폭로했듯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비핵화 따위엔 아예 관심조차 없다. 참모들도 매한가지다. 그러면서도 북한이 먼저 비핵화를 하지 않으면 평화협정은 어림도 없다고 짐짓 으름장을 놓는다. 북한이 수용할 리 없다. 한반도에 나쁜 평화가 올까 봐 우리를 대신해 걱정해주는 미국의 오지랖에 고마움을 느낄 수 없는 이유는 차고 넘친다.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김중산의 LA 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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