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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나 김문수를 몰라보다니”

글쓴이 : 김중산 날짜 : 2020-08-21 (금) 05:28:07

 

 

김문수 전 경기지사가 또 사고를 쳤다. 지난 16일 경찰이 코로나 검진을 요청하자 김 전 지사가 신분증을 내봐라. 사람을 뭘로 보고 말이야. 나는 김문수다. 나 국회의원 3번 했어라고 호통을 치는 촌극(寸劇)을 벌였다. 국회의원 한 것이 코로나 검진과 무슨 상관이 있을까. 201112월 당시 김 지사가 남양주소방서 119 상황실에 긴급 전화를 걸고는 정작 용건은 제쳐둔 채 나 도지사 김문수요란 말만 되풀이 하며 소방대원의 관등성명을 거듭 요구해 빈축을 샀던 일화가 떠올라 그와 관련해 9년 전에 쓴 해묵은 칼럼을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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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환 추기경이 생전에 생일이나 축일을 맞은 신부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축하한 일화(逸話)는 이미 까마득한 전설이 됐다. 어느날 느닷없이 추기경입니다라는 전화를 받은 한 신부(priest)가 장난전화인 줄 알고 이렇게 대꾸했다고 한다. “당신이 추기경이면 난 교황이오라고 말이다. 개인적으로 일면식도 없는 추기경이 자신의 이름과 생일까지 기억하고 축화 전화를 했으리라곤 상상도 못했을 신부가, 전화한 사람이 진짜 추기경임을 뒤늦게 알고 몸둘 바를 몰라 했을 것을 생각하면 전화를 받는 그의 매너가 적절한 것이었는지를 묻는 것은 부질없는 짓이라 하겠다.

 

20119월 미국 정부는 아프간에 파병됐던 타코마 마이어 예비역 해병대 병장에게 미국 최고훈장인 명예훈장을 수여하기로 결정했다. 2009년 아프간 현지에서 탈레반과의 치열한 교전 중 자신도 부상을 당했으면서도 고립무원(孤立無援)의 위기에 처한 36명의 동료를 구출하고 4구의 시신을 수습한 혁혁한 전공을 인정한 것이다. 이 소식을 알리기 위해 오바마 대통령은 마이어가 건설노동자로 일하고 있는 회사로 직접 전화했다. 하지만 마이어는 지금은 근무 시간이라 전화를 받을 수 없습니다. 점심시간엔 통화가 가능하니 그때 다시 전화해 주십시오라고 말했다. 오바마는 점심시간까지 기다렸다가 마이어와 통화할 수 있었다. 훈장 수여식이 있던 날, 오바마는 그에게 내 전화를 받아줘서 고마웠네라고 말해 하객들을 웃겼다. “대통령과 맥주를 같이 마시고 싶다는 마이어의 소박한 청 또한 흔쾌히 들어줬다. 근무 시간이든 아니든 감히 대통령의 전화를 거절하다니 한국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2011127일 성남시의회 민주노동당 소속 이숙정 의원이 주민센터에 들어오자마자 다짜고짜 욕설을 퍼부으며 구두를 벗어 바닥에 집어던지고 주민센터 여직원의 머리채를 잡는 등 행패를 부렸다. 전화를 받은 여직원이 불경스럽게도 시의원인 자신을 못 알아봤다는 것이 소란을 피운 이유였다.

 

같은 해 1219일 김문수 경기지사가 암환자 이송체계를 물어보려고 남양주소방서 119 상황실에 전화를 했다. 전화를 받은 소방대원은 김 지사가 , 도지사 김문수요. 내가 도지사라는데 안 들리냐. 도지사가 누구냐고 묻는 데 답을 안 해?”라며 거듭 자신의 신분을 밝히고 누구냐고 물었지만 흔한 장난전화로 오판하고 이름을 밝히지 않은 채 전화를 끊은 것이 문제가 되어 좌천됐다가 과잉 조치란 비난 여론이 빗발 치자 일주일 만에 원대복귀 했다. '아니, 도지사를 몰라보다니---.’ 어쩌면 김 지사도 이숙정 시의원처럼 귀하신 몸인 자신을 몰라본 대원에 대해 괘씸죄를 적용한 것은 아닐까. 물론 근무수칙 대로 대응하지 않은 대원도 잘못했지만, 긴급 전화를 걸어 놓고는 용건은 제쳐둔 채 한가하게 관등성명 따위나 물은 권위적인 김 지사의 태도 또한 두고두고 지탄 받아 마땅하다.

 

전 세계를 주름잡는 초강대국의 대통령과 건설 현장에서 먼지를 뒤집어 쓰고 구슬땀을 흘리며 일하는 무명의 노동자 간에 비록 학력과 빈부의 차이는 있을지 몰라도 사회적 신분의 차이를 느낄 수 없는 나라 미국과는 달리, 특권과 반칙이 횡행하고 아직도 관존민비(官尊民卑)와 같은 전근대적인 권위의식에 젖어 있는 한국 사회의 현실이 안타깝고 슬프다.

 

백악관 뜰에 마주 앉아 허물없이 맥주를 함께 마시는 오바마와 마이어의 소탈한 모습이 그토록 아름다울 수가 없다. 청와대 뜰에서도 그와 같은 모습을 보게 될 날이 언젠가 오지 않을까.

(12/31/2011) 김중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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