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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만은 친일파인가

글쓴이 : 김중산 날짜 : 2020-08-25 (화) 04:11:56

 

Syngman_Rhee_and_Yun_Chi-young.jpg

1945년 이승만

 

 

김원웅 광복회장의 광복절 기념사에 대한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이와 관련 조선일보는 지난 17일자 사설을 통해 김 회장이 기념사에서 이승만은 친일파와 결탁했다” “대한민국이 건국된 날에 초대 대통령을 이승만이라고 호칭하며 친일파로 몰았다” “민족반역자가 작곡한 노래를 국가로 정한 나라는 대한민국뿐이라며 작곡가 안익태 선생을 민족반역자로 낙인찍었다고 성토했다. 그리고 일제 통치에서 해방된 날과 잃어버렸던 나라를 다시 세운 날을 동시에 축하하는 광복절에 국민은 또 두 갈래로 찢겼다고 썼다. 미래통합당도 김 회장이 국민 편가르기를 했다며 그의 사퇴를 요구했다. 김 회장이 광복절을 맞아 할말을 했을 뿐인데 그게 왜 국민 편가르기인지 모르겠다. 해방과 함께 친일 민족반역자들을 추상(秋霜)같이 단죄했더라면 광복절에 국민이 두 갈래로 나뉘는 불행한 일은 결코 없었을 텐데 이승만 때문에 그러지 못한 것이 천추의 한으로 남게 됐다.

우선 사설의 논리적 오류부터 바로잡아야 할 것 같다. 1945815일은 잃어버렸던 나라를 다시 찾은 날이지 나라를 다시 세운 날이 아니다. 그리고 해방된 날을 왜 대한민국이 건국된 날이라고 부르는 저의가 뭔지 모르겠다. 일제에 36년간 나라를 빼앗겼었을 뿐이지 없는 나라를 새로 세운 것이 아니지 않은가. 소모적인 건국절 논쟁을 벌이고 싶은 생각 따위 추호도 없다. 다만 분명한 것은 1948815일은 상해 임시정부의 법통을 이어받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일일 뿐 그날이 대한민국 건국일이라는 친일파들의 주장에 전혀 동의할 수 없다. 친일파들이 국부로 추앙(推仰)하는 이승만조차도 1948815일을 대한민국 정부 수립일이라 했지 대한민국 건국일이라 말한 적 없다.

 

사설은 광복회 김 회장이 이승만이 친일파와 결탁했다고 말한 것을 문제삼았다. 이승만을 친일파로 매도했다는 것이다. 이승만이 친일파와 결탁한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인데 조선일보만 모르고 있는 모양이다. 오랜 해외 망명 생활로 국내 정치적 기반이 없던 이승만은 귀국하자마자 권력욕에 눈이 멀어 일제강점기 때 악명을 떨친 친일 매국노들과 손잡고 옛 동지인 항일애국지사들을 외면하고 탄압했다.

 

남한만의 단독정부 수립을 둘러싸고 대립하다가 결별한 이승만과 김구는 생전에 호형호제하는 사이였지만 이승만은 김구 장례식장에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반면 악명 높은 일본 헌병 오장 출신 육군 특무부대장 김창룡이 암살당했을 땐 노구를 이끌고 그의 장례식장을 찾아 애도했다. 김구 암살의 배후 인물로 회자된 김창룡은 국립대전현충원 장군묘역에 묻혀 있다. 독립투사들을 체포해 고문한 민족반역자가 국립묘지에 안장되다니 이게 나라냐는 탄식이 절로 나온다.

 

이승만은 반민특위를 와해시키고 친일파를 등용해 민족정기를 말살(抹殺)하고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훼손하는 치명적인 역사적 과오를 범했다. 그럼에도 조선일보 사설은 이승만이 일제 때 관료들을 쓸어내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그를 친일파라고 부르는 것은 허허벌판에서 국가 조직을 일으켜야 했던 건국 현실을 도외시한 철부지 운동 논리다라며 이승만의 친일파 기용을 두둔했다. 나라 잃은 백성들에게 죄를 물으려는 게 아니다. 다만 친일 행적이 뚜렷한 자들, 예컨대 백선엽 같이 독립군을 토벌한 간도특설대 출신이나 항일애국지사들을 체포 고문 치사케한 노덕술 최운하 같은 인간 백정 악질 고등계 형사 출신까지 중용한 것은 어떤 이유와 명분으로도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 조폭과 어울리면 조폭일 뿐 선량한 시민이라 부를 수 없듯 친일파와 결탁한 이승만은 친일파가 맞다. 평화선을 선포해 일본 어선을 나포했다고 해서 그가 친일파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은 궤변이다. 표리부동(表裏不同)한 이승만은 독립운동과 친일이란 야누스의 얼굴을 한 기회주의자였을 뿐이다.

 

백선엽과 안익태에 대해서는 이미 앞선 칼럼에서 구체적으로 다뤘기 때문에 더이상 언급하지 않겠다. 다만 안타까운 것은 두 사람의 친일 행적 만큼이나 그들의 애국심도 충직했다고 강변하며 그들의 과오를 한사코 덮으려는 토착왜구들의 뻔뻔함이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린다고 하늘이 가려지는가. 봄이 오면 꽃이 피듯 불편한 진실은 감추려들 수록 언젠가 반드시 백일하에 모습을 드러내게 마련이다. 그게 세상 이치인 것을 어찌 모르는가.

 

사설에 이어 양상훈 주필은 18일자 자신의 칼럼 [‘친일파 장사아직도 재미 좀 보십니까]에서 한국처럼 친일 청산이 확실하게 이뤄진 나라도 없을 것이라며 친일파 씨가 마른 나라에서 친일파 공격을 하려니 갖은 엉터리 주장을 동원한다고 비난했다. 이승만을 친일파라고 하는 것이 대표적인 것으로, ‘김일성은 친일 청산을 했는데 이승만은 친일파를 등용했다고 한다면서 북한의 친일 청산은 선전 구호에 가까웠다고 주장했다. 모두 새빨간 거짓말이다. ‘선전 구호에 가까웠다? 과연 그럴까. 북한에 대해 낫 놓고 기역 자도 모르는 무식한 사람이 지껄이는 헛소리다. 해방 이후 지금까지 북한 지도부의 면면을 보라. 만고의 항일 빨치산 출신은 있어도 민족을 배신한 친일파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양 주필은 이어 1970년대 원조 친중공파 리영희 등이 이승만이 친일 청산을 막았다거나 박정희가 대일 굴욕 협상을 했다는 프레임을 만들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승만이 반민특위를 강제 해산해 친일 청산을 무산시킨 것은 역사적 사실 아닌가. 그리고 박정희가 유.무상자금과 차관을 합쳐 고작 8억 달러 푼돈을 받고 일제 36년간의 한반도 식민지배에 대한 면죄부(免罪符)를 준 것이 굴욕 협상이 아니라면 그럼 뭐란 말인가. 프레임을 만들었다고? 양 주필은 프레임이 역사적 진실을 영원히 덮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양 주필은 친일 청산을 주장하는 운동권을 향해 친일파 장사 아직도 재미 좀 보십니까라며 비아냥 댔다. “있지도 않은 친일파란 유령이 운동권 눈에만 보이느냐고 조롱했다. 그의 말대로라면 이승만이 친일 청산을 너무나 확실하게잘한 탓에 대한민국은 친일파 씨가 마른 청정한 나라임에 틀림없다. 친일파가 없는 나라에서 어떻게 친일파 장사로 재미를 볼 수 있겠는가. 재미를 보기는 커녕 밑지지나 않으면 다행인 것을, 아무렴 극우 냉전보수 세력이 주야장천 사골처럼 우려먹는 케케묵은 반공 반북 종북 빨갱이 장사만큼이나 솔찬히 재미를 보겠는가.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김중산의 LA 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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