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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봉의 평화세상
1996년부터 원광대에서 주로 미국정치와 평화연구 북한사회와 통일문제 등을 강의해왔고 1999년부터 <남이랑 북이랑 더불어 살기위한 통일운동>을 전개해왔다. 2014년 현재 원광대 사회대학장 및 한중정치외교연구소장을 맡고 있다. 쓰거나 번역한 책으로는 <평화적 수단에 의한 평화>(요한 갈퉁 지음) <두눈으로 보는 북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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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워지지 않는 ‘베트남학살’의 아픔

이재봉의 ‘평화세상’
글쓴이 : 이재봉 날짜 : 2025-05-22 (목) 19:01:08

이재봉의 ‘평화세상’

 

 

지난 4월 일주일간 베트남을 다녀왔습니다. 베트남 종전 50주년을 맞아 통일 베트남의 변화 발전된 모습을 살펴보고 1960-70년대 한국군이 민간인을 학살한 지역을 둘러보기 위해서였지요. 1990년대부터 베트남에서 역사학을 공부하며 2000년부터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虐殺)을 알려온 구수정 박사의 안내로 30여명이 동행했습니다.

 

베트남전쟁은 한국에서 오랫동안 크게 많이 잘못 알려져 왔습니다. 온 세계가 반대한 미국의 명분 없는 침략전쟁에 한국은 ‘반공’을 내세워 전투병력 약 5만명을 보내 약 5천명이 죽었습니다. 수많은 민간인 학살을 저질러놓고 아직 제대로 사과하지 않고 있고요. “조국의 명예를 걸고 베트남전에 참가해 조국의 위상을 드높인 참전 유공자들의 명예를 선양하기” 위한 ‘베트남참전 유공자기념비’를 여기저기 세워놓고 말이죠.

 

먼저 남부 호치민시에 들렀습니다. 우리에겐 1975년 4월 ‘사이공 함락’과 ‘월남 패망’으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베트남 사람들은 미군 점령으로부터 해방시켰다는 종전 이전의 남베트남 수도 사이공이죠. 전쟁박물관에서 미국과 한국 군인들의 만행에 의한 참상에 몸서리치지 않을 수 없더군요. 이른바 ‘베트콩 (남베트남 민족해방전선)’의 핵심정예부대로 ‘구정 대공세’의 주역인 ‘사이공별동대’ 박물관과 도심 한복판 건물지하의 비밀 무기창고를 둘러보며 베트남이 어떻게 세계최강 미군과 한국군을 물리칠 수 있었는지 엿볼 수 있었고요.

 

다음엔 중부 다낭시로 옮겼습니다. 1965년 미국의 무력 침공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한국 청룡부대 해병대원들이 상륙해 진주했던 곳이죠. 지난날 베트남의 남북분단 경계선이었던 17도선과 비무장지대를 둘러봤습니다. 경계선 근처 빈목 마을에선 수백명 주민들이 고향을 지키기 위해 피난하지 않고 거대한 땅굴을 파 생활했던 곳을 찾아보고 땅굴을 직접 팠다는 할아버지와 그 땅굴에서 태어나 자랐다는 여성도 만나보면서 베트남 민족의 강인함을 느낄 수 있더군요. 한반도의 38선과 휴전선 그리고 비무장지대를 떠올리며 헛웃음을 짓기도 했습니다. 남북한이 지금도 휴전선 위아래 선전마을에 각각 100m와 160m 높이의 깃대를 세워놓고 태극기와 인공기 크기를 경쟁하듯, 베트남도 양쪽에서 국기 높이 크게 달기 경쟁을 벌었더라고요. 당시 북베트남 국기를 만들던 89세 할아버지 집을 방문했는데, 수줍어하는 할머니는 박격포를 어깨에 메고 미군 헬기를 쏘아 떨어뜨렸다더군요.

 

청룡부대의 민간인 학살로 널리 알려진 퐁니 마을을 찾아 위령비에 참배하고, 피해자.유가족들과 화해의 잔치를 벌이기도 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민간인 학살을 모른 체하며 사과하지 않고 있지만, 우리 시민들이라도 진정 사죄하겠다며 제가 주민들에게 큰절을 올렸습니다. 피해자.유가족 대표 너덧 분이 차례로 마이크를 잡고 울부짖기도 하고 하소연하기도 했습니다. 전쟁이 터지면 군인들끼리 서로 얼마든지 죽일 수 있겠지만, 한국군들은 북베트남 군인들이 아닌 남베트남 부녀자와 아이들을 포함한 민간인들을 죽였으니 그건 전쟁이 아니라 학살이었다면서요. 지금까지 우리 같은 민간인들은 여러 번 찾아와 사과했는데, 이젠 한국 정부의 공식 사과를 받고 싶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돈은 필요없다면서 말이죠. 6월 들어설 한국의 새 정부가 공식 사과할 수 있도록 힘써보겠다고 약속했는데, 제 올해 목표 가운데 하나로 삼으렵니다.

 

그래요. 우리는 일본이 한반도 침략을 왜곡하며 사과하지 않는다고 분노하면서도, 베트남 민간인 학살에 대해 사과는커녕 인정조차 하지 않고 있습니다. 1998년 김대중 대통령이 베트남을 방문해 호찌민 묘소를 참배하고 두 나라 사이의 불행했던 과거에 대해 유감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는데, 당시 야당과 극우언론은 거세게 반발했지요. 2004년 노무현 대통령이 베트남을 방문해 “우리 국민들은 마음의 빚이 있다”고 말했고, 2017년 문재인 대통령도 “한국은 베트남에 마음의 빚을 지고 있다”며 유감을 표했을 뿐입니다. 2023년엔 한국법원이 1968년 베트남에서 청룡부대 해병대원들이 저지른 민간인 학살에 대해 한국정부가 배상해야 한다고 55년이 지난 뒤에야 판결했지만, 한국정부는 이에 불복하며 항소했잖아요.

 

퐁니 마을에 이어 하미 마을도 찾아가 ‘월남참전 전우복지회’가 세운 위령비에 참배하고 그 비에 얽힌 차마 공개하기 곤란한 기막힌 사연도 들었습니다. 학살 피해자의 집을 찾아가 당시 참혹한 실상을 직접 들으면서는 도저히 울분을 참을 수 없더군요. 제가 눈물이 많은 편이긴 합니다만 방을 뛰쳐나와 우물가에서 눈물.콧물을 하염없이 쏟아냈습니다. 버스에 오르면 전쟁과 평화에 관해 10-20분 얘기하곤 했는데 다음날까지 아무 말도 못할 정도로 말이죠. 우리 군인들은 왜 그토록 끔찍하게 잔인했을까요?

 

다낭이 속한 꽝남성엔 한국군들이 ‘전공(戰功)’을 세웠다고 주장하지만, 베트남 사람들은 한국 용병들에게 끔찍한 학살을 당했다며 증오비나 위령비를 세워놓은 마을이 많습니다. 30여명이 모든 곳을 일일이 찾아다니기 어려워 5-6명씩 조를 짜 한국어를 공부하는 다낭외국어대 학생들 안내로 마을 1-2곳씩 방문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우리가 베트남에서 다양한 장소를 방문하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었던 것은 구수정 박사의 열정과 노력 그리고 그가 주도해온 한베평화재단의 역할과 활동 덕분이었습니다. 여러분도 시민들의 후원금으로 운영되는 이 평화운동단체에 큰 관심 갖고 많이 후원해주시겠어요?

 

- 한베평화재단 홈페이지: https://www.kovietpeace.org/

- 한베평화재단 후원회원 가입: https://online.mrm.or.kr/T3GroFk

 

한편, 지난 25년간 ‘미안해요, 베트남’ 운동을 이끌어온 구수정 박사가 오는 8월 7-12일, 종전 50주년 기념 베트남 평화여행을 진행합니다. ‘아마 마지막으로 직접’ 인솔하는 여행일 것 같군요. 베트남 피해자들의 곁을 가장 오래, 가장 가까이서 지켜온 그의 안내는 베트남의 진실에 가장 깊숙이 다가서는 특별한 기회가 될 겁니다. 베트남의 역사와 현실 그리고 전쟁과 평화에 관심 있는 분들께 적극 추천합니다.

 

- 여행 신청: https://forms.gle/kNe9LWUFeriYoNxf6

- 문의: 구수정 (010-9863-9980 / mongtwotwo@gmail.com)

 


<한베 평화재단 홈페이지>


글 이재봉 (원광대학교 정치외교학.평화학 명예교수)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이재봉의 평화세상’

 

http://newsroh.com/bbs/board.php?bo_table=lj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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