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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봉의 평화세상
1996년부터 원광대에서 주로 미국정치와 평화연구 북한사회와 통일문제 등을 강의해왔고 1999년부터 <남이랑 북이랑 더불어 살기위한 통일운동>을 전개해왔다. 2014년 현재 원광대 사회대학장 및 한중정치외교연구소장을 맡고 있다. 쓰거나 번역한 책으로는 <평화적 수단에 의한 평화>(요한 갈퉁 지음) <두눈으로 보는 북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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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배반: 미국의 안보·국방 전략과 한반도 정세

글쓴이 : 이재봉 날짜 : 2026-03-11 (수) 19:12:48


1. 트럼프에 대한 지지

 

트럼프가 2016년 11월 대통령선거에 나설 때부터 제가 즐겨 써온 말이 있습니다. 미국에서든 한국에서든 강연으로든 글로든 다음과 같이 말했지요. “저는 트럼프가 성차별, 인종차별, 종교 차별을 일삼는 개망나니 같아도, 무고한 사람들이 무수하게 죽어가는 끔찍한 전쟁을 단 한 번이라도 덜 하겠다니 그를 지지합니다.” 그가 대외정책 분야 대선공약에서, 미국이 침공받지 않는 한 전쟁에 개입하지 않으며, 세계 문제에 될수록 개입하지 않겠다는 고립주의(孤立主義)를 내세웠기 때문이었습니다.

 

2024년 11월 대선 전후에도 저는 국내외 많은 사람들의 비판을 감수하며 여전히 그를 지지했습니다. 그가 선거공약과 공화당 정강 그리고 대통령 취임사와 인터뷰에 이르기까지 두세 번 다음과 같은 내용을 강조했기 때문입니다. “난 새로운 전쟁을 시작하지 않은 현대 최초의 대통령이었습니다. 우리는 4년간 전쟁하지 않았습니다. 나는 전쟁을 시작하지 않을 겁니다. 전쟁을 멈출 거예요. 나의 가장 자랑스러운 유산은 평화를 만들고 통합하는 일일 겁니다.”

 

트럼프가 조선(북한)과 관련해 다음과 같이 김정은과의 친분을 지속적으로 자랑하며 그와 직접 협상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점도 지지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오바마와 바이든은 북한이 엄청난 위협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좋은 나라로 판명되었습니다. 김정은은 핵 무력입니다. 그는 똑똑한 사람입니다. 우리는 매우 잘 지냈습니다. 그와 잘 지낼 겁니다.”

 

2. 트럼프의 배반

 

그러나 2025년 3월부터 트럼프에게 배신감을 맛보며 그의 공약과 정책에 대한 믿음과 지지를 거두어야 했습니다. 트럼프의 미국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Gaza Strip)에 대한 이스라엘의 지속적 침공과 대규모 폭격을 적극 지지하며, 예멘 후티(Houthi)를 직접 공습(攻襲)했습니다. 특히 6월엔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의 핵시설을 직접 타격했고요.

 

2026년 1월엔 미국 특수부대가 베네수엘라를 기습 공격해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워싱턴으로 납치해간 폭거(暴擧)는 온 세계를 충격과 경악 그리고 공포로 몰았습니다. 그린랜드를 미국이 차지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쿠바를 공격할 수 있다고도 위협했고요. 이 글을 쓰고 있는 2026년 2월 28일엔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폭격하기 시작했다는 긴급 보도를 접하고 있습니다. “전쟁하지 않았고, 전쟁을 시작하지 않을 것”이라는 트럼프의 공언과 정책을 배반하고 정반대로 변신한 거죠. 앞으로 조선 김정은과 만나 평화협정을 맺을지 모를 실낱같은 기대를 품더라도, 이미 폭력배 호전광이 돼버린 그를 조금도 지지할 수 없게 돼버린 겁니다.

 

3. 트럼프의 안보·국방 전략

 

이런 가운데 백악관이 2025년 11월 국가안보전략(NSS: National Security Strategy)을 만들어 12월 발표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전쟁부가 2026년 1월 국방전략(NDS: National Defense Strategy)을 발표했고요. 트럼프 미국의 안보·국방 전략을 알아보기 위해 이 전략 문서들을 읽어보는 것은 별 의미가 없을 겁니다. 대선 과정에서부터 취임 직후까지 내놓았던 공약과 정책을 전혀 믿을 수 없듯이 말이죠. 특히 2026년 1월 베네수엘라 침공과 마두로 대통령 부부 납치 직후 백악관에서 <뉴욕 타임즈> 기자들과 인터뷰하며, 미국의 국제법 준수와 관련해 “나 자신의 도덕성과 나 자신의 마음만 나를 멈출 수 있는 유일한 것”이라고 말했거든요.

 

그럼에도 미국 정부의 공식적 안보·국방 전략의 내용을 살펴보면 트럼프의 폭력적 망동과 호전적 도발을 짐작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되리라 생각합니다. 백악관(www.whitehouse.gov) 과 전쟁부(www.war.gov) 가 전략 문서를 발표하자, 많은 언론인과 전문가들의 요약·분석·해설이 쏟아졌기에, 저는 핵심 내용만 간략하게 소개합니다.

 

참고로, 트럼프는 2025년 9월 ‘국방부’를 ‘전쟁부’로 바꾸도록 했습니다. 미국이 1789년 연방국가 수립 때부터 제2차 세계대전 직후까지 ‘전쟁부’라는 명칭을 쓰다가 1949년부터 2025년까지 ‘국방부’로 바꿨는데, 과거로 돌아가겠다는 겁니다. 전쟁 승리의 역사와 전통을 되살리며, 방어적 느낌을 주는 ‘국방’보다 공격에 대한 의지와 준비를 강조하는 ‘전쟁’이란 말을 선호한다는 거죠.

 

(1) 백악관의 국가안보전략

 

첫째, 미국은 서반구(Western Hemisphere)를 지키겠다며, “먼로 독트린에 대한 ‘트럼프 부칙’(‘Trump Corollary’ to the Monroe Doctrine)을 천명하고 집행하겠다”고 주장합니다.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와 먼로 독트린(Monroe Doctrine)을 합쳐 ‘돈로주의(the Don-roe Doctrine)’라는 말이 생기기도 했는데, ‘서반구 우선주의’라고도 옮길 수 있겠지요. 먼로주의는 1820년대에 나온 미국의 전통적 외교원칙으로 미국이 유럽에 간섭·개입하지 않는 대신 유럽은 아메리카 대륙에 간섭·개입하지 말라는 선언이었지만, 200여년이 흐른 뒤엔 아메리카 대륙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제한하고 미국의 우위를 회복하기 위해 먼로주의를 다시 내세우고 강화하겠다는 것입니다. 2026년 1월 베네수엘라 침공과 쿠바에 대한 위협은 이와 관련된 것이지요.

 

둘째, 아시아에서 경제적으로 이기며 중국의 군사적 위협(威脅)을 막겠다고 합니다. 인도-태평양 지역은 세계 구매력 GDP의 절반 또는 명목 GDP의 1/3을 차지하며, “다음 세기의 핵심 경제적 지정학적 전쟁터”가 될 것이기에, 중국을 견제·봉쇄하겠다는 것이죠. 대만의 지배적 반도체 생산과 세계 해상운송의 남중국해 통과를 확보하기 위해 대만해협의 현상에 대한 일방적 변경을 반대한다고도 합니다. 일본-대만-필리핀을 잇는 전략적 해상선을 가리키는 제1 도련선(First Island Chain) 어디에서든 중국의 공격을 막을 수 있는 군사 능력을 갖추되, 미국 군부 단독으로는 할 수 없고, 동맹국들이 집단 방위를 위해 더 적극적으로 나서고 국방비를 훨씬 더 늘려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특히 “일본과 남한의 방위비 분담 확대에 대한 트럼프의 끈질긴 요구”를 바탕으로 미국은 두 나라에 국방비 증액을 촉구해야 한다고 밝힙니다.

 

(2) 전쟁부의 국방전략

 

백악관의 국가안보전략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전쟁부의 국방전략은 ‘힘을 통한 평화(Peace Through Strength)’를 여러 번 반복하며, 크게 세 가지를 강조합니다. 첫째, 서반구를 지키겠다는 것입니다. ‘먼로 독트린에 대한 트럼프 부칙’에 따라, 파나마운하, 미국만(Gulf of America), 그린랜드에 대한 미국 군대의 접근을 확보하겠다고 합니다. 여기서 ‘미국만’은 ‘멕시코만’이라는 이름이 멕시코의 소유라는 것을 연상시킨다며 미국의 영향력과 주도권을 못 받으려고 사용하기 시작한 명칭이죠. 둘째,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힘을 통해 중국을 저지(沮止)하겠다는 것입니다. 제1 도련선을 따라 중국의 접근과 공격을 원천 봉쇄하는 ‘강력한 거부 방어망’을 구축하며, 이 지역의 핵심 동맹국들과 우방국들이 집단 방위를 위해 더 적극적으로 나서도록 촉구하겠답니다. 셋째, 중국을 저지하고 견제하기 위해 동맹국들과 우방국들의 방위비 분담을 늘리겠다는 것입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이 트럼프의 지도력에 적극 부응하고 있다고 밝히는군요.

 

특정 국가로는 중국 이외에 러시아, 이란, 조선(북한) 세 나라의 위협을 꼽습니다. 특히 조선은 한국과 일본에 직접적 군사 위협을 가하고 있는데, 한국이 미국의 ‘결정적이지만 더 제한적 지원’으로 조선을 저지할 1차 책임을 떠맡을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이러한 책임의 전환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이나 태세 조정 또는 역할 변경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국가안보전략이든 국방전략이든 핵심 내용은 중국 견제와 봉쇄입니다. 그와 관련해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는 서반구 또는 아메리카 대륙을 지키겠다는 것이고, 인도-태평양 지역에서는 미국 단독으로 어려우니 동맹과 우방을 동원하겠다는 것이니까요.

 

4. 한반도의 정세 변화

 

첫째, 2026년 1월 18-19일 주한미군 전투기들이 서해의 중국 방공식별구역(ADIZ) 근처까지 진입해 초계비행을 하자, 이에 중국 전투기들이 긴급 발진해 대치하는 상황이 벌어졌다고 보도됐습니다. 한국의 의지와 관계없이, 한국도 모르게, 한국 영공에서 미국과 중국이 군사적으로 충돌할 수 있는 것이죠. 2025년 11월 주한미군사령관이 한국의 지정학적 중요성을 강조하며 ‘미국의 패권 유지를 위한 전초기지’ 또는 ‘중국 견제를 위한 발진기지’가 될 것을 요구한 터였습니다. 앞에서 소개한 전쟁부의 국방전략에 나오는 대로 한국이 조선을 저지하는 1차 책임을 떠맡으면, 주한미군이 중국 견제를 위한 역할을 맡아 주한미군 기지가 중국 견제를 위한 발진기지가 되고, 한국은 미국과 중국의 전쟁터가 되지 않을까요?

 

둘째, 2026년 2월 25일 김정은 조선로동당 총비서가 당대회를 정리하며 두 가지를 강조했습니다. 먼저 미국에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헌법에 명기된 우리 국가의 현 지위를 존중하며 대조선 적대시정책을 철회한다면 우리도 미국과 좋게 지내지 못할 리유가 없다”라고 했습니다. ‘핵 보유국’을 인정하면 협상하겠다는 거죠. 그리고 한국에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가장 적대적인 실체인 대한민국과 상론할 일이 전혀 없으며 한국을 동족이라는 범주에서 영원히 배제할 것"이라고 선언했습니다. 2023년 12월 처음 내놓은 ‘적대적 두 국가’ 방침이 ‘일시적 조처’가 아니라 ‘영구적 선택’이라고 확인한 겁니다. "사실상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대한민국은 근 80년동안 서로 별개의 국가로서 존재하여 왔으며 유엔에도 하나의 의석이 아니라 두개의 국가로 가입하였다"라고 덧붙이기도 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 미국과 조선 사이에서 무슨 일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하나는, 진정한 자주독립(自主獨立)입니다. 오늘이 마침 3.1절 기념일입니다. 선조들이 107년 전 외쳤던 자주독립을 아직 제대로 이루지 못하고 있습니다. 주한미군과 한미동맹에 매달려 진정한 자주독립을 이루지 못하는 한, 카터가 트럼프에 훈계했듯, “242년 역사에서 오직 16년 동안만 평화를 즐기며 ‘세계 역사상 가장 호전적 국가’”가 돼버린 미국의 전쟁에 휘말리지 않을 수 없을 겁니다. 따라서 전작권부터 되찾고, 주한미군을 감축하면서 철수하고, 한미동맹을 약화하면서 해체하는 게 바람직합니다. 그 과정에서 생길지 모를 국내 극우수구 세력의 반발과 미국의 경제보복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대의 정치력과 외교력을 발휘해야겠지요.

 

다른 하나는, 평화적 공존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꽉 막힌 남북관계에 바늘구멍이라도 뚫겠다며 ‘선제적이고 일방적으로’ 대북 유화 조치를 취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대북정책의 3대 원칙을 (1) 북측 체제를 존중하고, (2) 흡수통일을 추구하지 않으며, (3) 일체의 적대 행위를 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정했습니다. 북측 체제를 존중하는 기본은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라는 헌법 3조 영토조항을 없애고, ‘북한’을 ‘반국가 단체’로 규정하는 국가보안법을 폐지하는 것 아닐까요? 1991년 한국과 조선이 별개의 독립국으로 유엔에 가입하고, “서로 상대방의 체제를 인정하고 존중한다”라는 남북 기본합의서를 채택해놓고도, 여전히 조선을 독립국이 아닌 ‘반국가 단체’로 규정하는 헌법 영토조항과 국가보안법을 유지하는 것은 자신에겐 커다란 모순(矛盾)이요 상대에겐 엄청난 도발(挑發)이죠. 그리고 일체의 적대 행위를 하지 않는 핵심은 조선이 극도로 싫어하거나 두려워하는 한미 연합훈련을 완전히 중단·폐기하는 것입니다. 이런 근본적 조치 없이 대북 확성기 방송과 대북 전단 살포 중단 등을 ‘선제적이고 일방적 대북 유화 조치’라고 주장하며, 한미 연합훈련을 일시적으로 축소, 취소, 연기한다면, 조선에게서 앞으로도 "한국의 현 집권정권이 겉으로 표방하는 유화적인 태도는 서투른 기만극이고 졸작"이라고 평가받을 수밖에 없겠지요.

 

앞으로 미국과 조선의 만남 가능성을 놓고 ‘통미봉남’이란 말을 꺼내는 것조차 적절하지 않습니다. 한국은 1990년 소련과 국교를 정상화하며 ‘통소봉북’했고, 1992년 중국과 수교할 때도 ‘통중봉북’했던 과거를 떠올리면 됩니다. 역지사지(易地思之) 정신으로 조선을 대해야 평화 공존을 이루며 통일의 길로 나아갈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글 이재봉 (원광대학교 정치외교학. 평화학 명예교수)

 

이 글은 2026년 3월 1일 전주YMCA에서 열린 평화통일기도회에서 글쓴이의 특강 내용을 보완해 요약한 것입니다.

 


 

글로벌웹진 NEWSROH ‘이재봉의 평화세상’

 

http://www.newsroh.com/bbs/board.php?bo_table=ljb&sfl=wr_subject%7C%7Cwr_content&stx=%C0%CC%C0%E7%BA%C0&sop=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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