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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선의 김재규복권소설
1941년 음력 9월 보름 경기도 평택군 현덕면 도대리 문곡 글갱이에서 이봉헌 이은혜의 셋째로 태어났다. 현덕초등 안중중 동도공고를 거쳐 평택대 감신대에서 수학한후 나사렛대학을 졸업했다. 목사 부흥사로 활동하다가 1988년 미국으로 건너가 이민목회를 하면서 독자투고를 쓰기 시작했다. 생전 처음 써본 “글갱이 사람들”이 단편소설로 당선되는 바람에 얼떨결에 등단작가가 됐다. 독자들은 등촌을 영혼의 샘물을 퍼 올리는 향토문학가라고 부른다. 저서 “멀고먼 알라바마“ ”대형교회가 망해야 한국교회가 산다“ ”예수쟁이 김삿갓“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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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화 안중근 닮은 김재규

10월26일 우연인가 필연인가
글쓴이 : 이계선 날짜 : 2017-05-16 (화) 02:49:13

   

변호사팀은 남한산성 육군교도소로 김재규를 면회갔다. 김재규의 모습을 본 강신옥은 놀란다. 역사책에서 본 안중근과 얼굴모습이 흡사하기 때문이다. 약간 검은 피부, 커다란 눈망울, 이마에서 내려오다가 좁아지는 턱, 우수에 젖은 모습이 안중근을 닮았다. 콧수염만 부치면 영락없는 안중근이다. 얼굴만 닮은게 아니었다. 대화를 나눠보니 속사람도 비슷했다. 속이 가득 차 있었다. 두사람 모두 총질만 해대는 저격수가 아니었다. 철학과 국가관이 뚜렷한 애국자였다. 변호인단은 김재규의 청산유수에 감동했다. 정치학교수처럼 꿰뚫고 있는 국내외정세분석, 일관된 민주철학, 변호사를 압도하는 논리와 감동이 대단했다. 이등박문을 쏴 죽인 안중근도 동양사상과 신학문으로 무장한 당대의 선각자였다. 계시처럼 떠오르는 생각이 있어서 강신옥이 물어봤다.

김장군께서 거사한 1026일은 70년전 하얼빈에서 안중근의사가 이등박문을 척살한 날이기도 합니다. 장군께서는 일부러 그날을 택하셨나요?”

아닙니다. 우연히 같은 날이 됐을 뿐입니다

아닙니다. 세상에 우연이란 없습니다. 인간의 우연은 모두가 하늘이 인간 모르게 몰래 계시로 맺어준 필연들이지요. 장군은 한국민주화의 물고를 틀도록 하늘이 섭리한 제2의 안중근의사이십니다

그때부터 변호인들은 김재규를 김재규의사로 부르기 시작했다. 김재규는 강신옥에게 메모지를 전달했다.

연로하셔서 면회도 못 오시는 제 어머니에게 전해주십시오. 감옥생활을 하면서 제 심정을 적은 자유의 노래 입니다

받아든 강신옥이 소리내어 읽었다. 동행했던 변호사들은 조용히 듣고 있었다.

 

나와 자유

 

나를 만일 신이라고 부를 때는

자유의 수호신이라고 부르겠지

나를 만일 사람이라고 부를 때는

자유대한의 국부라고 부르겠지

나 내 목숨 하나 바쳐

독재의 아성 무너뜨렸네

나 내 목숨 하나 바쳐

자유민주주의 회복하였네

나 사랑하는 삼천칠백만 국민에게

자유를 찾아 돌려주었네

만세 만세 만만세 10.26민주회복 국민혁명 만만세

10.26국민혁명 만만세

 

10.26 민주회복 국민혁명지도자

김 재 규

 

 




김재규에게 매료된 강신옥은 누구보다도 적극적이었다. 시간만 있으면 김재규를 면회했다. 변호자료를 얻으려 가는게 아니었다. 만나는 게 좋았다. 10년만에 고향친구 죽마고우를 만나는 기분이었다. 그는 이런 말을 했다.

김재규의사를 면회 가는 날 나는 가장 행복했습니다. 천생연분으로 맺어진 애인을 뒤 늦게 알아 만나러 가는 기분이었으니까요"

김재규는 1980524일 처형당하여 죽는다. 그래도 강신옥은 지금도 일년에 한번씩 꼭 김재규를 만난다. 524일이 오면 붉은 장미 한송이를 들고 경기도 광주에 있는 김재규의 무덤을 찾는다.

합수부장 전두환은 김재규재판을 속전속결로 끌고 갔다. 빨리 사형언도를 내려 얼른 집행해버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들이 짜놓은 재판스케줄.

124(1) 김재규를 민간법정에 세우라는 변호인단의 재정신청.

8(2) 놀란 신군부 대법원 협박하여 묵살케함. 김재규 법정심문.

10(3)변호인단의 파상공세에 전전긍긍하는 군사법정.

11(4)김재규 사선변호인단 거부선언.

12(5)김재규단독 변론

14(6)안동일 신호양 국선변호사

15(7)궁정동의 여인 심수봉 신재순증언

17(8)김병수 국군통합병원장 증언

18(9)구형 유석술 3년 그외 전원 사형

20(10)선고 유석술 3년 그외 전원 사형

16일 만에 일사천리로 끝내 버렸다.

 

1979124일 첫회 공판스케치.

오전 10시 육군본부 계엄보통군법회의 법정. 무장헌병들이 도열해 있는 법정에는 살기가 가득했다. 총검을 든 헌병들은 도끼를 들고 낭하에 매복해 있는 도부수(刀斧守)들처럼 살벌해 보였다. 별을 단 김영선중장 신복현준장이 장군계급장을 거들먹거리며 입장했다.

재판장석에 앉은 김영선중장이 우뢰와 같은 목소리로 개정을 선언했다. 군인 특유의 무뚝뚝하고 고압적인 톤이라서 지옥을 울리는 염라대왕의 목소리처럼 들렸다.

 

"이제부터 김재규외 7인에 대한 공판을 시작하겠습니다

법무사 신복현준장이 김재규등 8명의 피고인에 대한 인정신문을 했다. 7명인데 김계원이 끼어 8명으로 불어났다. 이어서 전창열검찰관이 31분간 공소장을 낭독했다. 저승사자처럼 냉혹한 목소리들이다. 공소장 낭독이 끝나자 신복현준장이 다시 등장했다.

재판은 공개를 원칙으로 할 것이나 피고인들이 중요한 직책에 있었던 만큼 국가 안녕질서나 기밀보호를 위해서는 공개하지 않을 수도 있음을 밝혀둡니다

비공개로 하겠다는 술수다.

이때 김제형변호사가 나와 모두(冒頭)발언을 했다. 34명의 변호사를 3개조로 나눠 오늘은 10명이 투입됐는데 김제형이 첫 번째로 나선 것이다. 김제형변호사는 재판의 역사성을 강조했다.

"오늘부터 시작되는 이 재판은 어떤 결판이 나오던 후일 역사심판으로 다시 공정한 재심을 받게됨을 알아야합니다. 그래서 공개로 해주길 바랍니다. 자유당시절 이승만 독재정권은 민주인사 조봉암을 간첩으로 선고하여 죽여버렸지만 후일 민주화가 되자 무죄판결을 받았습니다. 판검사 재판장이 재판을 빙자하여 조봉암을 죽여버리는 살인죄를 저지른 셈이지요. 지금 우리들은 중앙정보부장과 대통령비서실장이 공모하여 대통령을 시해한 사건을 재판하고 있습니다. 충격적인 사건입니다. 그러나 이사건은 실상 역사의 심판, 국민의 심판만이 있을수 있을 뿐입니다. 기존의 정치적 법적산물인 현행 실정법(유신헌법)안에서 재단하기에는 몹시 부적당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 우리는 유신체제아래서 재판을 받지만 멀지 않아 이땅에 민주화가 올것입니다. 민주화가 됐을 때를 생각하여 우리 모두 역사에 부끄럽지 않은 양심있는 재판을 하여 주시기를 바라는 바입니다

군인법관들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이어서 김정두변호사가 일어섰다.

피고인중 김재규 김계원 박선호는 군인이 아닌 민간인입니다. 마땅히 민간법정에 세워야 합니다. 본 변호인단은 육본 계엄군법회의는 이 사건에 대한 재판권이 없다는 재정(裁定)신청을 구하는 바입니다. 비상계엄하이기에 군사재판을 받는다 하지만 비상계엄은 전쟁 또는 정쟁에 준할 사변에 있어서 적의 포위공격으로 인해 사회질서가 극도로 교란된 지역에서만 선포할 수 있습니다. 이번 비상계엄은 대통령이 사망했다는 사유 하나만으로 선포됐으므로 적법성과 효력을 인정하기 어렵습니다. 더구나 민간인 김재규에 대한 공소사실은 비상계엄선포 이전의 민간인의 행위입니다. 군법회의가 재판권을 가질 수 없습니다

김재규를 체포한 후에 계엄령을 선포했다. 계엄령 이전에 체포된 김재규는 군사법정에 설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허를 찔린 군부는 허둥댔다. 재정신청에 대한 대법원의 해석을 받아내야 한다. 재정때 까지는 재판이 정지된다. 적법으로 처리하자면 시간이 걸린다. 그사이 민주화바람을 타고 김재규구명운동이 일어나면 재판은 하나마나가 된다.

속전속결을 노린 합수부측으로서는 한방 맞은 격이 됐다. 군부는 대법원을 압박했다. 대법원형사1부는 6일 이례적으로 대법원판사 전체회의까지 열어 이의신청을 심리했다. 이틀만에 변호인의 신청을 기각하는 결정을 내린다. 군부의 입맛에 맞는 결정이다.

"계엄령 선포는 고도의 정치적 군사적 성격을 띠는 것으로 그 선포의 당, 부당을 판단할 권한은 계엄해제 요구권이 있는 국회만이 갖고 있습니다. 계엄지역에서의 범죄는 선포이전이든 이후든, 군인이든 아니든 간에 모두 군법회의가 재판권을 행사해야 합니다"

128일 김재규에 대한 법정신문이 시작됐다.

1210일 변호인단의 파상공세가 볼만했다. 검찰은 대통령시해를내란목적살인 으로 몰고 갔다. 변호인단은 단순살인이라 주장했다. 내란목적 살인은 국가전복죄라서 사형을 면할 길이 없다. 단순살인은 무기징역으로 살아남는다.

"김재규피고가 국가전복을 위한 내란목적으로 대통령을 살해했다면 모의가 철저했어야합니다. 쿠데타를 일으키려면 막강한 군사력이 있어야하고 몇달 혹은 몇년동안 비밀모의가 있어야합니다. 박정희소장이 육사8기 장교들을 이끌고 1년 넘게 모의한 끝에 일으킨 5.16처럼 말입니다. 그러나 김재규중장은 거사 30분전에 6명의 부하들에게 알렸습니다. 그것도 대령1명이요 나머지는 일반인과 사병들뿐입니다. 욱하는 성질에 저지른 단순살인일 뿐입니다"

그러나 군검의 공소는 완강했다. 변론으로 싸우는 수밖에 없다. 3인의 변호사가 나섰다.

법 이론에 정통하기로 소문난 한승헌변호사가 선봉을 맡았다. 한승헌은 송곳처럼 날카로운 변론으로 김재규가 박정희를 저격할 수밖에 없는 박정희의 아킬레스건을 조목 조목 찔러댔다. 김형욱의 죽음, 부마항쟁, 각하의 엽색행각, 박근혜와 최태민, 차지철의 월권, 민주화를 요구하는 민심의 이반....

다 아는 사실인데도 한승헌의 날카로운 지적은 중병환자의 환부처럼 증세가 뚜렷해 보였다.

이어 강신옥변호사가 등단했다. 강신옥은 초목을 떨게하는 능변으로 쥘락 펼락 법정을 갖고 놀았다. 한승헌이 바늘로 콕콕 찔러 놓은 환부를 장검으로 후벼 파내어 요절을 내버리는 식이었다. 전처를 살해한 풋볼스타 오제이 심슨을 구해낸 드림팀의 변론을 보는듯했다. 일반적으로 변호사들은 재판장과 판검사의 위엄에 눌려 시골 면서기처럼 변론한다. 머리를 굽실대고 손바닥을 비벼대면서 자비를 구한다. 그런데 오제이 심슨을 변호한 드림팀 변호사들은 그렇지 않았다. 강단위를 뛰어다니면서 청중을 울렸다 웃겼다하는 부흥사처럼 한다. 큰 목소리와 거구의 행동반경으로 재판정을 휘졌고 다니면서 판검사 배심원 방청석을 갖고 논다. 자신만만하고 기지가 넘친다. 강신옥이가 그랬다. 그렇게 변론했다.

<계속>

 

* '김재규 복권소설'의 소설같은 사연 

http://www.newsroh.com/bbs/board.php?bo_table=lks&wr_id=3

 

* 등촌이계선목사는 광야신인문학상 단편소설로 등단했다. 독자들은 등촌을 영혼의 샘물을 퍼 올리는 향토문학가라고 부른다. 저서로 멀고먼 알라바마’ ‘대형교회가 망해야 한국교회가 산다’ ‘예수쟁이 김삿갓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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