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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선의 김재규복권소설
1941년 음력 9월 보름 경기도 평택군 현덕면 도대리 문곡 글갱이에서 이봉헌 이은혜의 셋째로 태어났다. 현덕초등 안중중 동도공고를 거쳐 평택대 감신대에서 수학한후 나사렛대학을 졸업했다. 목사 부흥사로 활동하다가 1988년 미국으로 건너가 이민목회를 하면서 독자투고를 쓰기 시작했다. 생전 처음 써본 “글갱이 사람들”이 단편소설로 당선되는 바람에 얼떨결에 등단작가가 됐다. 독자들은 등촌을 영혼의 샘물을 퍼 올리는 향토문학가라고 부른다. 저서 “멀고먼 알라바마“ ”대형교회가 망해야 한국교회가 산다“ ”예수쟁이 김삿갓“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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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멋쟁이 글쟁이

인간과 진실을 사랑하는 우리 아빠
글쓴이 : 이은범 날짜 : 2017-02-07 (화) 06:45:07

저는 등촌의 둘째딸 은범입니다. 29년전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이민왔지요. 아빠가 뉴욕에서 알아주는 글쟁이지만 한국에서는 제가 글쟁이였답니다.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시를 써서 발표하곤 했으니까요. 대신 아빠는 말쟁이로 유명했습니다. 부흥사(復興師)로 잘나가는 목사이셨거든요.

특히 저에게는 옛날이야기를 잘해주는 최고의 말쟁이셨습니다. 아빠는 다 아는 이야기를 재미있게 각색하는 재주가 있습니다. 청개구리 이야기는 하루에 다섯 번 이나 들은 적도 있습니다. 앙앙 울면서 말입니다.

1988년에 뉴욕으로 이민온후 저는 알키택처(Archtecture) 공부하느라 글쟁이 일을 버렸습니다. 그 대신 아빠가 글쟁이가 됐습니다. 퀸즈의 변방 릿지우드에서 목회를 하면서 신문에 칼럼을 쓰셨지요. 한국일보 5, 중앙일보 5년간 거의 매주 실었는데 인기가 대단했습니다. 라디오와 TV에도 자주 나오는 명사(名士)가 됐습니다.

한인밀집지역 플러싱으로 아빠와 같이 나가면 초면인 독자들이 달려와 인사하곤 했지요. 후러싱에서 교회를 하면 많이 모일거라고 주위분들이 권했읍니다. 아빠의 대답은, 내글을 2만명이 읽으면 2만명 앞에서 설교하는 셈인데 (헌금이 안 들어와서 그렇지) 왜 그렇게 쉬운 목회를 버리고 생고생 하느냐고 웃으셨습니다.

뉴욕 어느 교회에서 아빠의 소설을 읽고 담임목사가 돼달라고 청빙이 왔습니다.

속지 마세요. 소설은 거짓말입니다라고 사양하셨지요.

또 한번은 뉴저지에서 아빠를 청빙하는 전화가 왔는데 마침 제가 받았습니다.

뜻은 고마우나 우리 아버지는 안 가실거예요.”

우리도 그러실줄 생각했습니다.”

 

아빠는 위선(僞善)을 싫어하십니다. 악한 척 바보인척, 위악(僞惡)을 좋아하십니다. 당신 생일을 못 쇠게 하지요. 우리 삼남매는 물론 엄마의 생일도 기억못하십니다. 자녀들의 성적표에는 무관심이셨으나, 인간과 진실을 사랑하라고 독려하십니다.

 

아빠는 남이 버린 걸 잘 챙깁니다. 친구 김영효목사님이 돌아가시자 그가 신던 구두를 마르고 닳도록 신고 다녔습니다. 이번겨울에 아빠가 즐겨 입은 두벌 양복쟈켓은 누가 입던 것들입니다.

아빠는 남이 버린것에서 아름다움을 찾아내는 분입니다. 도시탐험가(Urban Explorer)이시지요. 한일월드컵 때 고티가 죽었습니다. 마피아 두목이라서 성직자의 집례도 거부 당한채 쓸쓸하게 묻혔습니다. 아빠는 목사의 명복이라도 빌어줘야겠다고 나섰습니다. 저를 데리고 고티의 무덤을 찾아 릿지우드 공동묘지를 헤매이셨습니다.

브롱스에 있는 페허된 빌딩을 탐험한적이 있어요. 성처럼 높은 200년된 전기회사 건물입니다. '톰소여의 모험'처럼 아슬아슬 했습니다.

아빠는 밖에서 기다리세요. 제가 두시간후에 돌아올테니까

대학시절에 암벽타기대회에서 일등을 한 실력으로 저는 성채(城砦)를 타 넘었습니다. 도둑고양이처럼 조심조심 살피는데 낡은 마루바닥이 꺼져버릴까? 천정이 무너져 내릴까? 무서웠습니다. 그때 뒤에서 은범아!” 소리가 들렸습니다. 70넘은 아빠가 두길이 넘는 쇠꼬챙이 울타리를 기어 넘어 들어오신 겁니다. 눈물이 났습니다. 아빠가 앞장섰습니다. 부스러지는 계단을 먼저 걸으셔서 딸을 보호하셨지요.

아빠는 브루클린 맨해튼 퀸즈를 누비며 하루 종일 뉴욕을 걸어 다니시기도 하셨습니다.

몇년전 세계를 놀라게 한 허리케인 신디가 아빠가 사는 돌섬(뉴욕 Far Rockaway)을 강타하여 모두가 피난을 갔습니다. 아파트에 남아있던 아빠는 허리까지 차는 물살을 헤치고 허리케인을 구경하러 바닷가로 나가셨습니다. 아빠는 그런 분입니다.

아빠는 김재규소설을 쓰면서 고생이 많았습니다. 박정희를 두둔한다고 비난을 받았습니다. 김재규를 두둔하는 글이라는 비난도 받았습니다. 청와대가 무서워 출판사들이 기피하는 바람에 책방구경도 못하고 사장(死藏)되나 싶었습니다. 출판업자가 돈만 받아먹고 잠적하여 이래저래 어려웠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나옵니다.

이번에 쓰신 김재규소설은 제목이 특이합니다. 아빠가 기독교 목사님이라 당연히 목사님, 김재규는 악인인가요?”로 할줄 알았는데 신부님, 김재규는 악인인가요?”입니다. 아빠의 패러독스를 저는 아직 이해할수 없어요. 그러나 이 책이 그동안 아빠가 갈고 닦아온 향토문학의 집대성이 될게 틀림없습니다. 아빠는 멋쟁이 글쟁이 이니까요.

 

둘째딸 이은범

 


허드슨강변의 가족.jpg
허드슨강변의 우리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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