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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선의 김재규복권소설
1941년 음력 9월 보름 경기도 평택군 현덕면 도대리 문곡 글갱이에서 이봉헌 이은혜의 셋째로 태어났다. 현덕초등 안중중 동도공고를 거쳐 평택대 감신대에서 수학한후 나사렛대학을 졸업했다. 목사 부흥사로 활동하다가 1988년 미국으로 건너가 이민목회를 하면서 독자투고를 쓰기 시작했다. 생전 처음 써본 “글갱이 사람들”이 단편소설로 당선되는 바람에 얼떨결에 등단작가가 됐다. 독자들은 등촌을 영혼의 샘물을 퍼 올리는 향토문학가라고 부른다. 저서 “멀고먼 알라바마“ ”대형교회가 망해야 한국교회가 산다“ ”예수쟁이 김삿갓“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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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화 가미가제 앞두고 극적인 해방

박정희와 운명의 만남 
글쓴이 : 이계선 날짜 : 2017-05-20 (토) 07:02:42

 

모든걸 내려놓으니 홀가분해졌다. 죽음을 받아들이니 평화가 찾아오는 듯 했다. 죽음처럼 조용한 평화가....

(지난 일들을 정리하고 영생의 길을 사모하자)

김재규는 눈을 감고 지나온 생애를 뒤돌아보기 시작했다. 고향의 어린시절이 떠올랐다. 19251119. 김재규는 경북 선산군 선산면 이문동에서 김형철 권유금의 35녀중 장남으로 태어난다. 사육신 김문기의 18대손이다. 선산군 제일의 정미업자(精米業者)인 아버지는 논100마지기를 소유한 시골부자였다. 선산중고등학교를 세우고 선산여자중고등학교 설립에도 기여했다. 소년 김재규는 의협심이 강한 골목대장이었다. 노래와 운동이 전교일등이었다. 부모에게 효도하고 선생님에게 예절바른 반장인데 불의를 보고는 못 참는 열혈파였다. 나무꾼에게 나무값을 지불하지 않는 일본 순사에게 대들어 지서(파출소)에 끌려가기도 했다.

아가야, 순사 온다하면 울던 아기도 울음을 뚝 끝이던 시절이었다. 그런데 막상 잡고보니 소학생이다. 그것도 선산군 유지 방앗간집 아들이었다.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더니, 소학교 학생녀석이 일본순사에게 대들어?”

 

세 살쩍 버릇 여든 살까지란다. 김재규는 청와대시절에도 그랬다.

김재규중앙정보부장은 박정희대통령을 아버지처럼 섬겼다. 업무를 보고 할 때는 옷과 머리를 단정히 손질했다. 임금님 앞의 대신들처럼 무릎을 꿇었다. 서류 한장 한장에는 하나님에게 보고하는 천사장처럼 경외하는 마음이 담겨있었다. 소학교시절 부모님과 선생님에게 하던 그 모습이다. 그런 그가 어떻게 박정희대통령을 쏘았을까? 불의한 일본순사에게 대들던 정의파 소학생처럼 그랬을 것이다.

선산초등학교를 졸업한 김재규는 안동농림학교에 입학한다. 김계원대장은 2년 선배 정병주소장은 2년 후배다. 4학년때인 1943년 일본항공대에 끌려가 비행훈련을 받는다. 가미가제(神風)특공대다. 전투기를 몰고 적의 군함 굴뚝 속으로 날라 들어가 전투기를 폭파시킨다. 자신은 전투기와 함께 장열하게 산화한다. 그러면 군함은 거대한 검은 연기를 뿜어대면서 불길속에 침몰한다. 뉴욕 쌍둥이 빌딩을 폭파시킨 자살특공대 알카에다의 원조다. 2년간 훈련이 끝나자 대원들은 동경최고의 호텔부페식당으로 초대됐다.

너희들은 3일후에 출격이다. 하늘을 나는 사무라이, 일본최고의 무사인 사무라이가 되는 것이다. 오늘밤 천황폐하가 내리는 어주(御酒)와 미녀를 즐기고 삼일후에 출격하여 장열하게 산화하라. 천황폐하와 대일본제국을 위하여 그대들의 목숨이 불꽃으로 바쳐지는 순간, 그대들은 영원불멸의 구국의 신으로 다시 태어날 것이다

그날 밤 호텔방문이 열리더니 여인이 술상을 들고 들어왔다. 스무살을 갓 넘긴 미인이었다. 3일후에 죽을 몸인데 술은 마셔 무얼 하고 여인을 품어 어쩌란 말인가? 김재규가 여자에게 손끝 하나 대지 않자 여인이 입을 열었다. 놀랍게도 한국말 이었다.

저는 서울의 명문여학교 졸업반여학생이었습니다. 학과 후 귀가하다가 붙들려 부모형제도 모르게 정신대로 끌려갔습니다. 일본놈들은 배우지 못하고 못생긴 여자들은 일반병졸들의 성노리개로 내줍니다. 그녀들은 하루에 많게는 백여명 적게는 30명의 남자들을 상대해야합니다. 공부하고 예쁜 여자들은 장교들만 상대하게 하지요. 장군의 경우 하루1, 영관장교일 경우 하루 2, 위관장교일 경우에는 하루 세명을 모시게 합니다. 가미가제특공대원은 장군대접을 받습니다. 저는 오늘밤 선생님을 모시게 됐는데 끌려 온지 2년 동안 우리동포는 처음입니다

그녀는 고향 오라버니를 만난 듯 반가워했다.

나는 3일후에 불나비처럼 죽을 몸이오. 그대와 오늘밤 만리장성을 쌓는다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소. 대신 부탁이 있소. 혹시 아가씨가 살아서 조국에 돌아가게 된다면 내고향 경북선산을 찾아가서 부모님에게 소식 전해주시오. 대한의 아들 김재규는 죽는 순간까지 어머니 아버지의 이름을 부르면서 갔노라고...”

그렇게 김재규는 죽을날만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그 날 밤이 지나고 다음날 정오에 일본이 항복한다. 기적이 온 것이다. 아슬아슬하게 살아난 김재규는 한국으로 돌아온다. 선산국민학교 교사생활을 하다가 청운의 꿈을 안고 육사2기로 입학하여 박정희를 만난다. 고향이 같은 선산이요 전직도 둘다 국교교사출신이라 금방 친해진다. 동급생이지만 박정희가 8살 위라서 형님 아우 하면서 지낸다. 5.16때 두사람은 갈라졌다가 합쳐졌다. 김재규가 5.16을 반대하여 감옥에 갇혀있는걸 박정희가 꺼내 준 것이다. 그때부터 박정희의 분신처럼 살아간다. 육군준장의 신분으로 호남비료사장이 되어 공을 세운다. 6사단장으로 있다가 보안사령관으로 서울 입성, 정치군인의 길로 들어선다. 중장계급장을 달고 3군단장으로 밀려났다가 퇴역한다. 고향선산에서 무위자연을 즐기는데 박정희가 부른다. 유정회국회의원이 되고 건설부장관을 거쳐 중앙정보부장에 오른다. 대통령 다음가는 권력의 2인자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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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도 부귀영화도 마음껏 누려봤다. 호남비료사장시절에는 단기간 내에 공장을 건설하여 업계를 놀라게 했다. 오일파동으로 한국경제가 파탄직전에 이르렀을 때는 중동진출길을 뚫어내어 한국경제를 살려냈다. 중동건설의 효시다. 전문가들도 반대하는걸 건설부장관으로 밀어붙였다.

나는 새도 떨어트린다는 정보부장에 있으면서 더러는 선한일도 해봤다. 엄동설한 병든 몸으로 감옥에서 다 죽어가는 김대중을 서울대병원으로 이송하여 살려냈다. 김수환추기경이 부탁하는 일이 있으면 대통령몰래 달려가 은밀히 해결하곤 했다. 대학총장들이 구속학생석방을 청원하면 슬그머니 뒷문으로 풀어줬다. 야음을 틈타 가난한 민주인사들집에 몰래 쌀가마와 금일봉을 전달하기도 했다. 서울용산에 중경중고등학교를 세워 군인(軍人)자녀들의 향학열을 도왔다. 지금의 한강중고등학교다. 아버지가 중고등학교를 세웠듯이 김재규도 그랬다.

김재규와 박정희는 태생부터 달랐다. 가난한집의 5남으로 태어난 박정희는 권력에 한이 맺힌 강경파였다. 출세와 권력을 위하여는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일제시절에는 친일파가 되고 해방후 공산주의가 득세할때는 공산주의자가 됐다. 민주정권을 무너뜨리기 위하여는 반공주의자가 되고 권력을 유지하기 위하여는 독재주의자가 된다. 부자집 아들로 자라난 김재규는 예술과 철학을 이해하는 합리적인 온건파였다. 차지철 전두환이 박정희를 끼고 강경책을 휘두를 때마다 김재규는 김계원 정승화와 함께 온건노선을 주도했다.

남자로 태어나 로맨스도 즐겨봤다. 시골처녀와 첫결혼에 실패한 김재규는 김영희와 결혼하여 딸 하나를 낳았다. 아들을 재촉하는 집안어른들의 성화가 대단했다. 장손집의 장남이기 때문이다. 선운각여인 장정이 사이에서 아들을 얻는다. 그런데 조사해보니 친자가 아니었다.

김재규는 스님수준의 불교신자다. 불경과 명상에 주력하고 남을 돕는 구제를 즐겼다. 그런데 불경을 달달 외우고 내 몸을 불 사를 정도로 자선사업을 해도 해탈과 득도가 안 됐다. 해탈은 신을 만날 때 받는 신탁이다. 불교는 해탈(解脫) 기독교는 성화(聖化)라고 한다. 바울은 부활한 예수를 만나고 권능을 받는다. 해탈하면 반신반인(半神半人)의 수준에 오른다. 삶과 죽음을 초월할수 있다. 김재규는 평생 그 점을 아쉬워했다.

 

내 시골 초등학교선생이었는데 장군도 되고 국회의원도 되고 장관도 해봤다. 소통령이라 불리우는 권력의 2인자 정보부장에까지 올라 부귀와 영화를 원없이 누려봤다. 내 한가지 남은 소원이 있다면 불제자(佛弟子)로서 득도하는 길이다. 영생은 믿지만 아직 얻지는 못했다. 득도 해탈하여 영생을 얻고자 한다. 영생을 얻지 못하면 세상에서 누린 부귀영화가 무슨 소용인가? 일장춘몽(一場春夢)이 아닌가? 아침에 도를 깨달으면 저녁에 죽어도 행복하다 했는데 나는 언제어디서 불도(佛道)를 깨닫는단 말인가?”

김재규는 선운각의 미녀 장정이의 풍만한 육체를 탐닉하면서도 괴로워했다. 정보부장의 위세 앞에서 설설 기는 장관 장군들과 술을 마시고 헤어지고 나면 허전했다.

人生何處來 人生何處去(인생하처래 인생하처거) 人生一片浮雲起 人生一片浮雲滅(인생일편부운기 인생일편부운멸) 인생은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가? 한조각 구름처럼 떠올랐다가 한조각 구름처럼 사라져 간다.

 

영생을 고민하던 김재규에게 재앙이 내렸다. 10.26거사의 미완성으로 감옥에 갇힌 죄수가 돼버린 것이다. 득도니 해탈이니 하는 신선의 꿈은 이제 사치스런 공염불이 되고 말았다. 보안사 고문실에 갇혀 매일매일 고문지옥을 당해야했기 대문이다.

그런데 묘한게 우주의 섭리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더니! 김재규는 엉뚱하게 감옥에서 득도의 길을 발견하게 된다. 보안사서빙고분실에서 해탈을 체험한 것이다. 감옥에서 불경을 읽고 명상을 하다가 받은게 아니다. 과정이 오묘하다.

 

<계속>

 

* '김재규 복권소설'의 소설같은 사연 

http://www.newsroh.com/bbs/board.php?bo_table=lks&wr_id=3

 

* 등촌이계선목사는 광야신인문학상 단편소설로 등단했다. 독자들은 등촌을 영혼의 샘물을 퍼 올리는 향토문학가라고 부른다. 저서로 멀고먼 알라바마’ ‘대형교회가 망해야 한국교회가 산다’ ‘예수쟁이 김삿갓이 있다.

 

 


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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