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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선의 김재규복권소설
1941년 음력 9월 보름 경기도 평택군 현덕면 도대리 문곡 글갱이에서 이봉헌 이은혜의 셋째로 태어났다. 현덕초등 안중중 동도공고를 거쳐 평택대 감신대에서 수학한후 나사렛대학을 졸업했다. 목사 부흥사로 활동하다가 1988년 미국으로 건너가 이민목회를 하면서 독자투고를 쓰기 시작했다. 생전 처음 써본 “글갱이 사람들”이 단편소설로 당선되는 바람에 얼떨결에 등단작가가 됐다. 독자들은 등촌을 영혼의 샘물을 퍼 올리는 향토문학가라고 부른다. 저서 “멀고먼 알라바마“ ”대형교회가 망해야 한국교회가 산다“ ”예수쟁이 김삿갓“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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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화 신부님 김재규는 악인인가요?

김수환추기경의 구명운동
글쓴이 : 이계선 날짜 : 2017-05-22 (월) 06:01:58

국선변호사 안동일은 김재규를 면회하려고 남한산성을 찾아갔다. 변론을 하려면 피고의 이야기를 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안동일을 맞는 김재규는 시큰둥했다.

(저명한 사선변호사 34명도 거절했는데 달랑 무명의 국선변호사 두명이 무슨 힘이 있을까?)

시큰둥 하기는 안동일도 마찬가지였다.

(일류변호사 34명이 인해전술로 달려들었어도 안 됐는데 나 같은 풋내기 국선변호사가 무슨 힘을 쓸수 있단 말인가?)

국선변호사는 말이 변호사이지 재판의 요식과정에 불과했다. 피고편이라기 보다 검찰측에 가까워 보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명색이 변호사다. 변호하는 흉내라도 내야한다. 그러려면 피고인을 면담하여 자료를 챙겨야지)

그래서 안동일은 김재규를 만나러 간 것이다. 김재규는 독방에 있었다. 눈을 감은채 가부좌를 틀고 앉아있었다. 사람이 들어온 인기척이 나자 김재규가 조용히 눈을 떴다. 그 순간 김재규와 눈이 마주친 안동일은 깜짝 놀랐다. 깊은 산중에서 밤길을 걷다가 호랑이의 눈망울과 마주친 소년의 기분이었다.

김재규의 눈망울이 너무 크고 밝게 빛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디서 많이 본 눈망울이었다.

(어디서 봤더라? 그래그래 달마선사야. 운보 김기창화백이 그린 달마선사의 초상화가 저랬어. 왕방울처럼 튀어나온 달마선사의 눈망울이 저랬어!)

4세기경 남인도 향지국의 왕자로 태어난 달마는 출가하여 9년 동안 벽면기도(壁面祈禱)를 하다가 해탈을 체험한다. 그 순간이 너무나 놀랍고 감격스러워 눈이 크게 떠졌다. 눈 뜨고 보는 것 마다 깨달음이 왔다. 깨달음이 클수록 놀란 눈이 점점 커져 밤을 비추는 공산명월처럼 됐다. 산도적들은 달마의 왕방울 눈을 보고 기겁하여 산채의 두령으로 모시러들었다. 병자들은 달마의 눈망울을 보는 순간 불치의 병이 낫곤했다. 달마는 중국으로 건너가 소림사를 세우고 선종(禪宗)의 교조(敎祖)가 된다. 선종은 대중과 어울리는 대승불교(大乘佛敎)의 원조다. 자각성지(自覺聖智) 자성청정심(自省淸淨心)이 달마의 중심사상이다. 한눈에 봐도 김재규는 자각성지(自覺聖智) 자성청정심(自省淸淨心)을 이룬게 틀림없다. 안동일의 심중을 헤아리고 있는 듯 김재규가 먼저 입을 열었다.

그냥 돌아가시지요. 나에 관한 변호자료야 뻔한 게 아니겠습니까?”

하긴 김장군님의 눈 뜨고 있는 얼굴을 보니 세상이 환해지는 것 같습니다

두 사람은 선문답을 나누고 헤어졌다.

성남 남한산성에서 김재규를 만나고 돌아온 안동일은 명동성당으로 김수환추기경을 찾아갔다. 가보니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의 리더 함세웅신부가 그 자리에 있었다.

 

정의구현사제단은 김재규구명에 가장 적극적이다.

한국에 못생긴 남자 셋이 있었다. 가수 조영남, 코미디언 이주일, 종교인 김수환추기경이다. 세사람은 자기분야에서 가장 못생겼다. 그런데 자기분야에서 제각기 황제들이다. 조영남은 못 생긴데다가 히트곡도 없다. 그런데 조용필이 가왕(歌王)이라면 조영남은 가황(歌皇)이다. 아리아는 물론 흘러간 유행가도 조영남이 부르면 명곡이 되기 때문이다. 이주일은 서영춘처럼 코미디천재가 아니다. 그런데 가만히 보고만 있어도 배꼽을 잡는다. 원채 못생겼기 때문이다. 그래서 코미디황제다.

종교천국 한국에는 슈퍼스타들이 많다. 70만 교인을 거느리고 있는 조용기목사. 수만명 교인의 대형교회목사들. 강남능인서원의 지광스님도 25만신도를 자랑한다. 기독교와 불교는 교세확장을 위하여 필사적이다. 스님도 목사도 소녀취향의 책을 만들어 베스트셀러작가가 되려고 애쓴다. 유행가 비슷한 설교로 대중을 파고든다. 그런데 기독교는 개독교목사는 먹사로 욕을 먹는다. 지광스님도 사기치다가 들통났다. 고등학교출신인데 서울공대라고 속였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한국종교계의 황제는 조용기나 지광이 아니다. 단연 김수환추기경이다. 김수환추기경은 조용기목사처럼 현란한 설교를 하지 않는다. 법정스님처럼 베스트셀러의 책을 펴내어 대중스타가 되려고도 않는다. 그가 대중앞에서 자랑하는 모습은 고작 김수희의 열애"를 부를 때다. 종교인들의 모임이 끝 날 때면 추기경의 축도 순서가 있다. 그는 이렇게 축도한다.

이제 축도하겠습니다. 우리는 이렇게도 축도합니다. 나 혼자 하는 축도가 아니라 여럿이 하는 축도이지요. 우리 일어나 다 같이 손잡고 만남을 노래합시다. 여자들은 노사연처럼 남자들은 조영남처럼 불러 봐요

우리만남은 우연이 아니야/ 그것은 우리의 바램이었어/...(중략)...사랑해 사랑해 너를 너를 사랑해

 

얼마나 멋진 축도인가? 그래서 추기경이 인기다. 신부님 신부님 우리들의 김수환추기경님이다. 추기경의 멧세지는 올가닉 식품처럼 가볍고 담백하다. 그러면서 영양가가 높다. 박정희독재정권이 가장 무서워 하는 종교인이 추기경이었다. 대형교회목사들이 독재어천가(獨裁御天歌)를 부르면서 청와대를 축복할 때 추기경은 명동성당을 민주주의의 지성소로 개방했다. 민주인사들을 체포하러 군인들이 쳐들어올 때 김수환 추기경은 홀로 몸을 내던져 막아냈다. 민주주의의 지성소를 지켜낸 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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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기경님, 김재규는 악인인가요?”

안동일 변호사의 질문을 받은 추기경은 말이 없었다. 안경 너머로 안동일을 힐긋 보고는 눈을 아래로 내렸다. 김재규의 모습이 떠 올랐기 때문이다.

1977322. 유신철폐를 주장하는 민주구국선언이 있었다. 김대중 윤보선 함석헌 문익환이 나섰는데 카토릭에서는 지학순주교와 윤형중신부가 참여했다. 전원 구속당하여 5-6년 형을 살아야 했다. 카토릭의 지도자인 두신부의 석방을 위해 추기경이 중앙정보부장을 방문하기로 했다. 소식을 전해들은 정보부장김재규는 깜짝 놀랐다.

제가 추기경님을 찾아뵙고 말씀을 들어야지요. 추기경님이 저를 찾아오신다니 말이나 됩니까?”

 

서둘러 명동성당으로 달려온 김재규는 추기경에게 이런 제안을 했다.

"제가 두분 신부님을 곧 나가시도록 해드리겠습니다. 그런데 청이 하나있습니다. 추기경님께서 박대통령에게 긴급조치해제를 건의해 주십시오. 제가 면담을 주선해드리겠습니다. 누구말도 안 듣는 대통령이지만 추기경님의 말씀은 귀담아 들을것입니다."

김재규는 그런 사람이다. 민주화를 추구하는 온건파다. 그래서 10.26을 일으켰다.

"추기경님 김재규는 악인인가요?"

안동일이 재차 물었다.

뜸을 들이던 추기경이 엉뚱한 대답을 내놓았다.

"김재규는 악인도 아니고 의인도 아닙니다"

안동일은 의아 했다.

"그럼 무엇입니까?"

"그저 사람일 뿐이지요. 성경에 '의인은 없나니 하나도 없도다' 라고 했습니다. 이 말은 바꿔 말해서 '악인도 없나니 하나도 없도다'는 말도 됩니다. 의인도 없고 악인도 없어요. 인간이 있을 뿐입니다. 같은 인간이 그저 악을 행하기도 하고 의를 행하기도 할뿐입니다. 인간은 똑같습니다. 누구나 의도 행할수 있고 악도 행할수 있어요. 의인도 악을 행할수 있고 악인도 의를 행할수 있으니까요. '카라마조부가의 형제들'에 보면 놀음 사기로 방탕하게 사는 큰 아들에게도 남을 도와주고 싶고 착하게 살고 싶은 마음이 솟아오를 때가 많아요. 착한신부지망생인 작은 아들 마음속에서도 미녀와 간음하고 싶고 부자를 죽이고 싶은 혈기가 타오를 때가 있어요. 똑같은 한사람이 악을 행할수도 있고 선을 행할수도 있을 뿐입니다. 악인이라서 악을 행하는 게 아닙니다. 악을 행하여 악인으로 지탄받을 뿐 이지요"

"그럼 추기경님, 김재규가 박정희를 쏴죽인 10.26은 악()입니까? ()입니까?"

"독재가 지배하는 사회에서는 악이겠지요. 민주주의사회에서는 의가 될 테고..." 안동일변호사는 그가 만나본 김재규와 그 부하들의 재판 동정을 털어놨다.

"추기경님, 제가 감옥에서 만나본 김재규는 흉악한 살인마의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해탈한 수도승의 모습이었습니다. 그 부하들도 장군의 부하들이라기보다 김재규종교의 순교자들처럼 경건하고 아름다워 보였습니다. 검사생활 변호사생활을 수십년 해오면서 그런 죄수들은 처음 봅니다"

 

 

<계속>

 

* '김재규 복권소설'의 소설같은 사연 

http://www.newsroh.com/bbs/board.php?bo_table=lks&wr_id=3

 

* 등촌이계선목사는 광야신인문학상 단편소설로 등단했다. 독자들은 등촌을 영혼의 샘물을 퍼 올리는 향토문학가라고 부른다. 저서로 멀고먼 알라바마’ ‘대형교회가 망해야 한국교회가 산다’ ‘예수쟁이 김삿갓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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