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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선의 김재규복권소설
1941년 음력 9월 보름 경기도 평택군 현덕면 도대리 문곡 글갱이에서 이봉헌 이은혜의 셋째로 태어났다. 현덕초등 안중중 동도공고를 거쳐 평택대 감신대에서 수학한후 나사렛대학을 졸업했다. 목사 부흥사로 활동하다가 1988년 미국으로 건너가 이민목회를 하면서 독자투고를 쓰기 시작했다. 생전 처음 써본 “글갱이 사람들”이 단편소설로 당선되는 바람에 얼떨결에 등단작가가 됐다. 독자들은 등촌을 영혼의 샘물을 퍼 올리는 향토문학가라고 부른다. 저서 “멀고먼 알라바마“ ”대형교회가 망해야 한국교회가 산다“ ”예수쟁이 김삿갓“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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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화 의연한 김재규의 최후

‘죽음같은 평화’
글쓴이 : 이계선 날짜 : 2017-06-08 (목) 22:16:08

 

MBC자료 김재규 박선호 - Copy.jpg


 

드디어 5월24일이 왔다. 새벽 4시. 달걀과 사과 커피가 있는 특별메뉴가 들어왔다. 김재규는 손도 대지 않았다. 대신 쇠침대에서 뛰어내리면서 손으로 권총 모양과 포승 모양을 지어 보이더니 ‘어느 쪽이냐’고 물었다. 교도관들이 답변을 않자 더 궁금해 했다.

 

“안개 피우지 마오. 사나이가 가는 길은 알고 가야 할 것 아니오”

 

김재규는 5분간 냉수마찰을 한 뒤 새옷으로 갈아 입고 길을 따라 나섰다. 식사를 하지 않고 냉수마찰을 한 것은 이승에 남기고 갈 마지막 흔적을 더럽히지 않기 위함이었을까?

 

철통같은 호송속에 서울구치소에 6시쯤 도착하여 수감자들과 합류했다. 수감자들을 법정으로 보내고 반대편 대기실로 격리시키자 김재규는 허공을 응시했다. 허공에 혼을 날려 보낸 듯 멍한 표정이었다. 그러나 곧이어 담담하고 의연해졌다.

 

오전 7시부터 시작된 김재규의 사형집행은 30분 안에 끝났다. 김재규는 묶인채 걸어서 사형실로 들어갔다. 죽음의 의자에 앉자 유언을 물었다.

“하고 싶은 남길 말이 있으면 하시지요”

 

전날 장문의 유언을 남겼는데 무슨 할말이 있단 말인가? 또 말은 산자들이 속이고 자랑하려고 하는 짓거리들인데 세상을 떠나는 사람이 무슨말이 필요할까?

 

예수님은 십자가에 매달려 죽으면서 “다 이루었다”고 승리를 선언했다.

부처님은 죽으면서 “조용히 웃기만” 했다.

 

김재규는 말이 없었다.

 

그러자 봉지처럼 만든 하얀 보자기가 얼굴위로 덮여 씌워졌다. 머리위로 올가미가 달린 밧줄이 소리 없이 내려왔다. 밧줄이 목에 걸리자 의자 밑이 갈라졌다. 덜커덩! 소리와 함께 김재규의 몸은 아래층으로 떨어지면서 대롱대롱 매달렸다.

 

목이 졸려 숨이 막혀 죽어가면서 김재규는 엉뚱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유도시합 하던 때를 생각하고 있었다. 김재규는 검은 띠 유도선수였다. 시합때 상대를 넘어뜨리고 목조르기를 시도한다. 상대가 숨이 막혀 질식기절하기 직전 심판이 한판승을 선언한다. 통쾌한 순간이다. 이순간의 영광을 위하여 피나는 훈련을 한다.

 

그런데 유도의 묘미는 목조르기를 당할 때이다. 상대선수가 위에서 조르거나 뒤에서 목을 조른다. 발버둥 치다가 기진맥진 축 늘어저 숨이 막히면서 질식순간이 온다. 생명이 끊어지기 직전이다. 그런데 그 순간 오르가즘 비슷한 희열이 오면서 아늑하고 조용한 평안이 찾아온다.

 

(아! 이대로 죽었으면 좋겠다!)

 

죽음 같은 평화라고 할까? 어느 유도선수는 목조르기 당할 때의 맛을 잊지 못하여 유도를 한다고 고백했다. 김재규는 죽어가면서 목조르기를 체험하고 있었다.

 

(내가 전두환에게 한판승으로 목조르기를 당하여 죽는구나. 그러나 다음순간 환생으로 영생할 터이니 내 어찌 죽음을 두려워하랴!)

 

누가 봐도 김재규는 마지막까지 의연했다.

 

이어서 박선호 이기주 유성옥 김태원이 1시간 간격으로 잇따라 처형됐다. 착하고 정의로웠던 부하들은 죽으면서도 장부답게 김재규를 따라갔다. 박흥주는 현역군인이기에 항소가 안됐다. 그래서 두 달 앞서 3월 6일 총살형을 받았다.

 

“김재규씨의 시신을 가져가시오. 빨리 찾아가지 않으면 교도소당국이 화장해 버리겠습니다. 장례는 내 일안으로 끝내야합니다.”

 

동생 김항규가 형의 시신을 빼내왔다. 다음날 5월 25일 경기도 광주군 보포면 능골리 삼성공원묘지에 김재규를 묻었다. 박흥주는 경기도 포천의 천주교묘지에 묻혔다. 박선호는 경기도 고양의 공원묘지에, 이기주는 경기도 양주군 구내면 공원묘지에 묻혔다. 유성옥과 김태원은 화장했다. 원래는 김재규의 유언대로 경북 선산의 선영에 6인묘를 만들고져 했으나 당국이 막았다. 죽어 혼백으로 합쳐서 복수할까 두려웠던 모양이다.

 

1989년 2월 24일 전남 광주의 송죽회는 경기도 광주로 올라와 “의사 김재규장군 추모비”를 세웠다. 추모비에 새겨진 추모시.

 

“먹구름이 하늘을 덮고

광풍 몰아 덮칠 때에

홀로 한줄기 정기를 뿜어

어두운 천지를 밝혔건만

눈부신 저 햇살은 다시 맞지 못하고

슬퍼라, 만 사람 가슴을 찢는 구나

아! 화천의 그 기상 칠색 무지개 되어

이 땅위에 길이 이어지리.“

 

1989. 1. 20 송죽회

 

<계속>

 

* '김재규 복권소설'의 소설같은 사연 

http://www.newsroh.com/bbs/board.php?bo_table=lks&wr_id=3

 

* 등촌 이계선목사는 광야신인문학상 단편소설로 등단했다. 독자들은 등촌을 영혼의 샘물을 퍼 올리는 향토문학가라고 부른다. 저서로 ‘멀고먼 알라바마’ ‘대형교회가 망해야 한국교회가 산다’ ‘예수쟁이 김삿갓’이 있다.

 

 


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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