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발레단에서 최초의 아시아 수석무용수로 새롭게 역사를 써나가는 김기민 무용수가
러시아 언론의 뜨거운 조명을 받고 있다.
일간 상트페테르부르크 베도모스티가 19일
마린스키 발레단 수석무용수로 활약하는 김기민과 상세한 인터뷰를 가져 눈길을 끈다.
한국 예원학교와 한예종을 졸업한 김기민은 2011년 마린스키 발레단의 연습생으로 입단했고 2015년에 초연을 했다. 김기민은 마린스키 발레단의 정식무용수가 된 최초의 아시아인이며, 마린스키 발레단 역사상 최연소로 초연을 한 인물이다. 아메리칸 발레 시어터, 런던 로얄 발레단,
파리오페라발레단도 김기민을 초청하는 등 그의 공연 일정은 향후 3년까지 차 있다.
마린스키 발레단 입단을 꿈꾼 소년
김기민은 어린 시절 어떤 꿈을 꿨을까.
“어린 시절부터 나의 꿈은 마린스키 발레단에서 공연하는 것이었다. 내가 공연하고 싶었던 작품들이 마린스키 극장에서 제작된 것들이었다. 마린스키 발레단에는 독창적인 안무(按舞)와 의상들이
보존되어 있었다. 발레 제작에는 음악을 작곡한 작곡가들이 직접 참가했다. 세르게이 프로코피예프는 너무나 적극적으로 ‘로미오와 줄리엣’ 제작 과정에 참여해서 안무가와 싸우기까지 했다고 한다. 나는 발레가 만들어진 장소, 내가 꿈꾸던 장소에서 직접 역사의 혼을 느껴보고 싶었다.
내가 막 마린스키 발레단에 왔을 때는 절대로 나에게는 왕자의 역할은 주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러시아 관객이 아시아인의 외모를 가진 왕자에게 익숙하지 않으니 말이다. 그러나 ‘백조의 호수’를 시작으로 ‘지젤’, ‘잠자는 숲속의 공주’의 왕자 역을 했고,
이제는 ‘로미오와 줄리엣’까지 모든 발레에서 주역을 맡게 되었다. 이곳에서 진정으로 나를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있음을 느끼며 한국의 발레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있으면서도 외국인인 나의 공연을 보러 오고
나를 응원해주는 러시아인들에게 깊이 감사하고 있다. 이것은 큰 영광이다.
한국식 러시아 발레
처음에 나는 내가 여기서 유일한 한국인 무용수이고 나를 통해, 나의 춤에서 받는 인상을 통해 러시아 관객들의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형성될 것이기 때문에 전력질주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후에 나는 동시에 러시아를 대표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여기서 중요한 결정을 내렸는데 한국과 러시아를 나의 영혼에서 하나로 결합시켜 공연하는 것이었다.
러시아 관객들은 단지 춤의 테크닉뿐 아니라 연기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무용수가 주인공의 모든 감정을 충분히 표현하지 못하면 아무리 테크닉이 좋아도 관중의 호응을 이끌어낼 수 없다. 나는 주인공을 완전히 표현하고 그를 나 자신의 색깔로 그러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아주 많이 생각한다. 로미오역을 이상적인 상태로 연구하고 연습하고 완전히 소화한 다음에야 로미오를 연기하러 무대에 올랐다. (러시아 관객들은 김기민이 완전히 소화하고 철저하게 연구한 로미오를 기쁨으로 받아들였다.)”
바리시니코프처럼 하지 말고 김기민 하듯이
김기민은 이어 미국 발레와도 인연을 맺었다. ‘Push comes to shove’(밀면 밀린다)는 1976년 미하일 바리시니코프와 아메리칸 발레 시어터에서 미국 현대 안무가 트와일러 타프가
죠셉 램과 요셉 하이든의 음악에 맞추어 제작한 발레이다. 페테르부르크 마린스키 극장 무대에 올려진 것은 작년 3월이다. 김기민은 미하일 바리시니코프 이후 처음으로 러시아 발레단 무용수 중 이 발레 주연을
맡았다.
이 작품을 맡았을때 에피소드를 그는 이렇게 소개했다.
“처음에 트와일러 타프는 나에게 ‘Push comes to shove’ 주연을 맡기고 싶어하지 않았다.
그러나 나의 공연을 관람하고 이 음악에 대해 대화를 나눈 후 내게 이
작품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역을 바리시니코프처럼 연기하지 말고 김기민 너 만이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연기하라’고 덧붙였다.”
꿈같은 브누아 드 라 당스(Benois de la danse) 수상
브누아 드 라 당스(Benois de la danse)는
발레의 ‘아카데미상’으로 한 해 동안 최고 무용수들과 가장 발레 예술 분야에 영향력을 미친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상이다. 이 상을 수상한 김기민의 소회는 어떨까
“대부분의 경우에 이 상의 수상자들은 30살이 넘은 사람들로 내가 영향력이 대단한 발레 무용수들과 같이 이 상의
후보자가 되었다는 것 하나만으로 이미 큰 기쁨이 되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세계 각국에서 온 심판 10명이 나를 대상 수상자로 호명(呼名)했다. 기대하지 않아서 수상소감도 미리 준비하지 않은 상태에서 무대에 올랐다.
행복하게도 나는 여러 무대에 설 많은 기회가 있었다. 예를 들면 내가 어린 시절 우상으로 여기던 프리마돈나 나탈리야 마카로바가 공연했던 아메리칸 발레 시어터에서 ‘라 바야데르’를 공연했고 지금은 나탈리야 마카로바가 ‘내가
본 모든 솔로르(라 바야데르 주인공) 중에서 당신이 공연한 것이 가장 좋았다’면서 나를 초청했다. 이것은 나에게는 꿈을 꾸는 것처럼 느껴진다.”
국제 관계에서 무용이라는 언어
김기민은
자신을 한국과 러시아 양국을 잇는 일종의 ‘다리’라고 여긴다. 한러 수교 30주년 기념행사의 일환으로 김기민의 한국 공연이 계획되어 있다.
“국가 간의 대화를 위한 수단으로 예술보다 더 좋은 것은 없는 것 같다. 내 공연이 한러 간의 관계 발전에 도움이 된다면 나 개인적으로는 이것이
큰 영광일 것이다. 그리고
발레 예술은 양국을 견고히 이어줄 수 공통의 단일한 언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번역
김인경 주상트페테르부르크 한국 총영사관 실무관, 다리야 센추고바야
글로벌웹진 NEWSROH www.newsroh.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