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의 수상은 국제 영화계의 변화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가 될 것이다. 인터넷이 관객들에게 언어장벽을 극복하도록 도와주었다. 마틴 스콜세지와 같이 후보에 오른 것만으로도 영광이다.”
봉준호 감독은 92회 아카데미 시상식 종료 후 바로 가진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봉준호 감독은 4관왕에 오르면서 월트 디즈니의 기록과 동일한 기록을 세웠고 아카데미 역사상 최초로 국제 영화상과 최우수 작품상을 받는 기록을 세웠다.
- 수상을 축하한다. 한 작품이 4개 부문에서 수상한 것이 매우 인상적이다. 각본상, 감독상, 최우수 작품상 수상의 비결은 무엇인지?
“나는 평소 하던대로 했다. 내 작업에 어떤 예기치 않은 전환이나 놀라운 통찰력이 있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 곽신애 대표나 한진원 작가도 다 평소 하던 대로 했을 뿐인데 이렇게 놀라운 결과가 있어서 아직도 얼떨떨하다. 우리의 영화로 인해 일어나는 모든 것들이(아카데미 이전에 이미 골든 글로브와 BAFTA 상도 수상했다) 마치 환영(幻影)을 보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아직까지도 이게 꿈이고 곧 깨어날 것만 같이 느껴진다.”
- 기생충은 주제, 주인공, 그들의 행동 동기, 이 모든 것들이 성별, 연령, 국적을 뛰어넘어 모든 관객들에게 다 이해된다. 어떻게 이런 보편적인 영화를 제작할 수 있었는가?
“이 질문에 대해서는 내게 대답할 말이 있다. 영화의 보편성은 자막에 소개된 국가적 제작업체들의 수에 달려 있지 않다. 내 전작인 ‘옥자’는 한미 공동 제작이었고 이도 역시 모든 사람이 가깝게 느끼는 문제, 어떻게 우리 지구를 보호해야 하는가, 유전자변형 제품은 나쁘고 우리에게 길들여진 것들을 보살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보라. 순전히 한국적인 ‘기생충’이 전 세계 관객들에게 몇 배나 더 많은 호응을 불러 일으켰다. 그래서 나는 나 자신을 둘러싼 것들에 더 깊이 파고들수록, 그리고 내가 말하는 스토리가 나 자신에게 더 매력적인 것이 될수록, 매우 광범위한 관객들에게 더 가깝게 느껴지는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 유명한 감독들 중의 몇 몇 사람들은 아카데미상을 받는 것으로 작품의 질이 측정되는 것은 아니고 상이란 환경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며 영화의 진정한 가치는 시간이 보여준다고 확신한다. 아카데미상 수상을 꿈꾼 적이 있는가?
“물론 상이란 여러 상황이 잘 어우러져 맞물려야 받는 것이다. 위대한 감독들은 몇 개 부문 상을 받았는가에 관계없이 항상 위대한 존재로 남는 법이다. 그러나 감정은 누구도 빼앗아가지 못하는 것이다. 나는 위대한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여러 번 아카데미에 노미네이트 되고도 수상하지 못해서 아주 실망하는 것을(스콜세지는 아카데미상에 열 번 이상 노미네이트 되었다) 보았다. 그리고 또 결국 ‘더 디파티드’로 상을 받고 기뻐한 것이 기억난다. 내게는 그와 함께 후보에 올랐다는 것이(스콜세지는 ‘아이리시 맨’으로 노미네이트 되었다) 큰 영광이었다. 이것을 알고 행복해서 얼어붙는 것 같았다. 그것을 믿기가 어려웠다.”
- 바로 그 때문에 무대에서 마틴 스콜세지 감독에게 뜨거운 감사를 보냈는지? 보통 다른 감독들은 가족, 동료, 그리고 신에게 감사하는 말을 했었는데.
“나는 그를 시상식 홀에서 보았고 그는 나의 우상(偶像)이다. 내가 어떻게 그에게 나의 감격과 존경을 표한하지 않을 수 있었겠나? 관객들이 나의 말을 지지해주고 이 진정으로 위대한 거장(巨匠)에게 예우를 갖춘 것이 기쁘다.”
- 기생충의 성공이 자막이 붙은 채로 보아야 하는 외국어 영화들의 인기에 영향을 줄 것인가? 다수의 관객들은 지금도 더빙된 영화를 더 좋아하는데.
“그것은 취향의 문제이다. 각자가 자기 마음에 드는 것을 보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언어 장벽은 쉽게 극복된다고 말할 수 있다. 내 자신이 바로 그 예이다. 스트리밍 서비스, 유튜브, SNS 등이 언어장벽 철폐에 큰 도움이 된다. 게다가 나는 얼마가지 않아 영화가 관객이 모르는 언어로 촬영되었다는 사실이 큰 의미를 갖지 않게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 아카데미 상 수상은 일반적으로 국가의 영화 진흥에 기여한다. ‘기생충’의 수상이 한국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하는지?
“지대한 의미가 있다고 본다. 이것은 한국 영화가 아카데미상 후보에 오른 첫 번째 사례이다. 우리가 하나라도 상을 받았다면 그 자체로 엄청난 축제가 될 것이었다. 그런데 우리가 4개 부문에서 수상했다. 현재 한국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으며 우리가 한국에 돌아가면 어떤 일이 있을지 상상도 할 수 없다. 감히 예측해보자면 이번 수상이 한국에서뿐 아니라 여러 곳에서 변화의 시작을 알리는 사인이 될 것이다. 최우수 작품상은 영화아카데미 회원들이 전 세계 영화에 중요한 경향을 보았음을 의미한다.”
- 오늘 같은 역사적인 밤에 영화산업을 이루어낸 사람들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감사를 표명한 마틴 스콜세지 외에 어떤 아시아 감독들이 당신의 작품세계에 영향을 주었나?
“상당히 많지만 여기서 가장 중요한 인물은 1960-1970년대 한국의 거장인 김기영 감독이다. 이마무라 쇼헤이, 구로사와 기요시 같은 일본 감독들도 큰 영향을 주었다. 전반적으로 아시아에는 영감(靈感)을 불어넣어줄 수 있는 거장들이 매우 많다. 대만 뉴웨이브를 이끈 후샤오시엔, 에드워드 양 등 너무도 많다. 그들의 멋진 영화를 매우 좋아한다.”
봉준호 감독은 1969년 9월 14일 한국 대구에서 출생했다. 연세대학교 사회학과와 한국영화아카데미를 졸업했다.
글 갈랴 갈키나 기자 | 이즈베스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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