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유색인종 남성-백인보다 많은 학대경험”
올해 미국 선거에서 투표하는 여성 유권자들은 가사 노동자의 권리, 임신 및 낙태권, 총기 규제, 여성 공직자에 대한 폭력 예방 문제를 최우선 관심사로 볼 것이라고 지난 8일 소수계통신사 EMS(Ethnic Media Service) 기자회견에 참석한 전문가들이 밝혔다.
먼저 정치권 차원에서 여성 정치인에 대한 위협(威脅)이 심각하다. 뉴욕대 로스쿨 브레넌 정의센터(Brennan Center for Justice) 보고서에 따르면 정치인 3분의 1이 언어적, 물리적 폭력을 겪어봤으며, 이중 80%는 여정 정치인이었다. 이에 따라 지역 여성 정치인의 절반 이상이 선거 출마를 꺼린다고 답했다.
조사에 참여한 350명 이상의 주 의원 중 40% 이상이 지난 몇년 동안 위협이나 공격을 경험했으며, 지방정부 공직자들 20%가 경험했다. 또한, 주 의원 중 8%는 무기 사용으로 노골적 위협을 받았다.
브레넌 센터 선거 연구 펠로우인 마야 콘버그(Maya Kornberg)는 “거의 90%의 주 의원과 절반 이상의 지방정부 공직자가 괴롭힘, 폭행, 스토킹과 등의 학대(虐待)를 경험했다”고 밝혔다.

여성과 유색인종은 남성과 백인보다 더 많은 학대를 경험했다. 콘버그 펠로우는 “자녀와 가족, 연애 생활, 외모, 나이, 인종 또는 성별 등 정체성을 이유로 비난받고 있다”며 “주 의회에서 일하는 여성은 성적 학대를 경험할 가능성이 남성보다 거의 4배나 높다”고 말했다.
그는 “이같은 사실은 공직자들의 안전뿐 아니라 민주주의에도 위협이 된다”고 말했다. 지역 공직자의 40%와 주 공직자의 20%는 이러한 학대로 인해 "온라인이나 공개적으로 유권자와 소통하는 것을 더 꺼리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지역 공직에 있는 여성 중 절반은 재선에 출마 포기를 고려했다.
이러한 학대를 억제하기 위해 콘버그는 선거운동 경비 강화, 공직자 교육 및 정신 건강 지원, 총기 규제, 혐오 데이터 체계적 수집 등의 방안을 제시했다.
낙태와 임신권
여성 유권자들의 또다른 우려는 낙태와 임신권이다. 연방대법원이 2022년 돕스(Dobbs) 판결로 여성의 낙태권을 보장한 로 대 웨이드(Roe v. Wade) 판결을 폐지한 후, 법조계와 정치권의 여성 인권 제약은 심각해지고 있다. 비영리단체 ‘시스터 송’ (Sister Song)의 모니카 심슨(Monica Simpson) 사무총장은 “낙태권 폐지 판결은 여성 보건에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6개월동안 낙태한 산모 5명중 1명은 처벌을 피해 낙태 합법화주로 가서 시술을 받았다. 임신이나 낙태에 대해 법적인 제약이 많아진 것이다.
심슨 사무총장은 앞으로 낙태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줄이는 것이며 “그렇게 하려면 우리는 낙태라는 단어를 기꺼이 말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주 국정연설에서 투쟁을 계속하겠다고 했으나 ‘낙태’라는 말도 꺼내지 못했다”며 “낙태는 나쁜 말이다. 낙태 치료는 여성의 생식 생활 전반에 걸쳐 필요한 모든 것”이라고 말했다.
자녀를 낳은 후에도 여성들의 고민은 계속된다. 여성의 소득이 남성에 비해 낮기 때문에 자녀 양육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에 따르면 미국 가정주부의 연 소득은 2만300달러에 불과하다.
직장에 다니는 여성도 출산, 육아휴가나 병가(病暇)를 받기가 힘들다. 전국가정주부연합의 아이젠 푸(Ai-Jen Poo) 회장은 “자녀 양육과 부모님 간병 등의 부담을 둘다 안고 있는 가정주부가 1천100만명에 달하는데, 제도적 지원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푸 회장은 “5,300만 명의 가족 간병인, 저임금을 받는 700만 명 이상의 간병인들이 있으며, 이중 90%가 여성이고 유색인종 여성”이라며 “그러나 미국 홈케어 근로자의 평균 연소득은 연간 $23,000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는 “간병은 자동화하거나 아웃소싱할 수 없는 작업”이라며 “이들이 저임금 노동이 아닌 생계를 유지할수 있는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총기 폭력이 전국적으로 확산되면서, 여성 유권자들은 더 안전한 미래를 위해 투표에 나서고 있다.
2021년 한해 동안 총기로 48,830건의 사망사고가 발생해 23% 증가했으며, 어린이와 청소년의 총기 사망 건수는 2019년 1,732건에서 2021년 2,590건으로 2년 동안 50% 증가했다.
이에 따라 2019년 미국인 90%는 모든 총기 판매에 대한 신원조사를 지지했다.
브래디 재단(Brady)의 시카 해밀턴(Shikha Hamilton) 부회장은 “최근 초당적으로 지역사회법(Safer Communities Act)이 통과됐으며, 여성 부통령 카말라 해리스(Kamala Harris)는 미국 최초의 백악관 총기 폭력 예방국을 창설했다”고 말했다. 그는 “총기폭력이라는 전염병이 우리와 아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보고 알기 때문에 여성들이 나섰다”며 “미국을 총기 폭력으로부터 해방시켜 다음 세대를 위한 보다 안전한 미래를 만들 때까지 각계각층의 여성들은 계속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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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뉴스>
“심각한 영주권 적체 상황, 의회가 나서야”
이달초 EMS 주최 기자회견에서 이민 전문가들은 영주권(永住權) 적체 현상 해결을 위해 의회의 행동을 촉구했다.
씽크탱크 ‘카토 연구소(Cato Institute)은 올해 110만명의 이민자들이 영주권을 받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면 현재 계류중인 영주권 신청건수는 3500만건에 달한다. 다시말해 영주권 신청자 100명중 3명만이 올해 영주권을 받을 것이라는 뜻이다.
영주권은 왜 이렇게 적체되는가. “이 문제를 이해하려면 이민법의 역사를 알아야 한다”고 가토 연구소의 데이빗 J 비어(David J. Bier) 이민연구소 부국장은 지적한다. 그에 따르면 1922년까지만 하더라도 미국 영주권 신청자의 절대 다수인 98%는 곧바로 영주권을 승인 받았다.
이러한 추세는 의회가 1924 이민법(Immigration Act of 1924)을 통과시키면서 바뀐다. 이 법은 이민 희망자의 나이, 출신 국가 등에 따라 영주권 발급 숫자를 제한했다. 따라서 영주권 승인률은 50%로 ‘반토막’이 났다. 동유럽과 중국, 일본 등 아시아계 이민자를 적게 받겠다는 것이 의회의 의도였다.
1930년대 대공황이 터지자, 의회는 이번엔 공적부조 규정(public charge rule)을 신설한다. 정부 보조금을 받을 것 같은 가난한 이민자는 아예 받지도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그 결과 영주권 승인률은 20%로 ‘뚝’ 떨어졌다. 이러한 낮은 승인률은 2차대전 직후까지 계속된다. 그리고 2차대전과 냉전을 계기로 미국은 국경개방(open border) 정책에서 국경폐쇄(closed border) 정책을 택한다. 그 결과 몇 년만에 영주권 승인률은 한자리 숫자로 떨어진다. 몇십년만에 영주권 신청률이 98%에서 한자리 숫자로 떨어진 것이다.
미국 의회가 정한 영주권 숫자는 수십년간 늘어난 적이 없다. 그나마 1990 이민법(Immigration Act of 1990) 통과 후 매년 영주권 숫자가 조금씩 늘어나고 있지만 한참 모자란다. 의회가 정한 1922년 영주권 쿼터는 35만7000명이었는데, 2024년 영주권 쿼터는 57만5000명이다. 미국 인구는 수십배, 수백배가 늘었는데, 100년이 지나도록 미국 영주권 발급 숫자는 두배도 늘지 않은 것이다. 비어 국장은 “이민법은 영주권 발급 쿼터를 대통령이 의회의 조언을 받아 결정한다고만 규정하고 있다”며 “다시 말해 영주권 쿼터 계산에는 아무런 객관적 법적 기준이 없다는 뜻이다” 라고 설명했다.
비어 국장은 “현재 적체된 신청자 3500만명에게 당장 영주권을 발급하면 합법 이민자가 5배가 늘어나게 된다”며 “미국은 거대한 나라다. 이만한 규모의 이민자는 충분히 소화할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러한 영주권 적체 현상은 취업영주권, 가족영주권 모두 심각하다. 비영리단체 초당적 정책센터(Bipartisan Policy Center)에 따르면, 2023년 3월까지 취업영주권 신청자는 140만명, 가족영주권 신청자는 400만에 달한다. 취업영주권 신청자의 98%는 취업 관련 비자로 미국에 머물러 있다. 현재 고학력자로 미국 기업에 일하면서 세금을 내고 있지만, 몇 년에 한번씩 비자를 갱신하며 불안하게 살고 있는 실정이다.
이 단체의 잭 말드(Jack Malde) 선임 이민연구원은 “당장 적체된 취업, 가족영주권만 해결해도 앞으로 미국내 3조9천억달러의 경제적 효과가 발생할 것 것”이라며 “이민자가 미국인의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것은 환상이다. 이민자들이 많이 들어올수록 경제가 활성화돼 미국인들의 일자리도 같이 늘어난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의회는 국경 불법이민자 문제로 싸우며 시간만 끌고 있고, 심각한 영주권 적체 문제에 대해서는 손을 놓고 있다. 말드 연구원은 “현재 상황에서 의회가 이민, 비자 쿼터 증가에 합의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