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플러싱의 대로에 한글광고판이 18일 게시돼 눈길을 끌고 있다.
플러싱 노던블러바드 149가 버스정류장에 올려진 이 광고물은 오는 30일 열리는 제3회 먹자골목 다문화축제를 안내하는 내용이다.
브리지엔터프라이즈(대표 한태격)가 제작한 이 광고는 큰 타이틀만 영문으로 됐을뿐 전체 광고내용은 한글로 써져 한국의 어느 거리에 올려진 광고로 착각하게 할 정도다. 이 지역은 가게들이 80% 이상이 한인업소들이 장악(掌握) 고 있지만 주민들은 한인과 중국계, 히스패닉, 기타 아시아계, 동유럽, 유대인 등 다양한 민족들로 구성돼 있다.
다양한 민족들이 오가는 버스 정류장 광고판에 한글로 도배된 광고가 실린 것은 사실상 처음 있는 일이다. 영어로 된 타이틀도 '먹자골목(MUKJAGOLMOK)'을 그대로 옮긴 것이어서 외국인들에겐 ’다문화축제(Multivultural Festival)'이라는 문구를 통해 행사 내용을 어렴풋이 짐작할 뿐이다.
플러싱 거리에 '노골적인(?)' 한글광고판이 올라간 것은 이유가 있다. 이번 행사를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 무엇보다 한인들의 참여와 결속력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 영어에 서툰 한인노인들이 상대적으로 많이 거주하는 것도 고려했다.
더 중요한 것은 한인사회와 함께 한글과 한국어의 위상이 높아졌다는 사실이다. 유엔회원국보다 많은 220여 민족이 모여사는 '인종의 용광로(鎔鑛爐)' 뉴욕에서는 주요 소수계언어가 공공연히 활용되고 있다.
알려진대로 스페인어는 영어에 준하는 준공용어 대접을 받고 있고 한국어와 중국어는 이미 10여년전부터 뉴욕 지하철역 티켓판매기에서 언어서비스가 이뤄지고 있다. 스페인어와 중국어 러시아어는 뉴욕의 버스와 지하철 버스정류장의 광고판에 등장한지 오래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지역에 50여만명이 있는 한인사회로서는 한국어 광고가 되레 늦은 편에 속한다.
이번 광고물을 제작한 브리지 엔터프라이즈의 한태격 대표는 "뉴욕은 수많은 민족이 모여살고 다양성을 존중하는 대표적인 도시다. 현지어 광고는 해당 시민들의 편의를 위한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이른바 '먹자골목'은 플러싱 한인타운의 새로운 중심으로 부상한 149스트리트와 149플레이스, 41애버뉴 일대를 말한다. 롱아일랜드 철도(LIRR) 머레이힐 스테이션을 중심으로 50곳이 넘는 한식당 등 한인업소들이 밀집해 있다.
지난해 뉴욕타임스가 한식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김치벨트'로 대대적으로 소개하는 등 대부분이 식당들이어서 한인들은 물론, 한식을 즐기려는 타민족 고객들이 많이 찾고 있다. 한인사회에서 통하던 '먹자골목'이라는 별명도 타민족에게 많이 알려져 영어(MUKJAGOLMOK)로 정식안내판을 설치하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
먹자골목상인번영회(회장 김영환)와 퀸즈한인회(회장 류제봉)가 이곳에서 지난 2년간 개최한 행사는 내용상 한국문화와 한식이 중심이지만 타민족들과 함께 하는 다문화축제로 자리매김했다는데서 기존 행사와 차별화되고 있다.
각 민족 커뮤니티의 문화예술 공연은 물론, 씨름 등 우리의 전통놀이도 타민족들이 참여해 흥미를 높이고 있다. 올해는 민족별 줄다리기도 개최할 예정이어서 관심을 끌고 있다.
김영환 회장은 "한인들이 주도하는 다채로운 행사를 통해 한인의 위상을 높이고 우리의 다양한 문화를 타민족과 함께 공유하며 동시에 먹자골목의 활성화를 꾀하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고 말했다.
특히 "먹자골목의 중심 콘텐츠가 한식인만큼 한식 시연과 푸드 샘플링 이벤트를 통하여 한식의 세계화에 기여하고 뉴욕 메이저 언론의 참여를 유도해 먹자골목을 브랜드화해, 한인이 일구는 명품 거리를 만들고자 한다"고 소개했다.
뉴욕=민병옥기자 newsroh@gmail.com
<꼬리뉴스>
뉴욕 한식당 타임스스퀘어에 ‘김치 광고’ 화제 <2014년 10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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