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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우성 파워블로거 인터뷰

글쓴이 : 노창현 날짜 : 2013-11-18 (월) 08:23:04


“왜 미국의 할로윈엔 인민복 입은 김정일밖에 없을까요.”

 
 
 

뉴욕의 파워블로거 강우성(31) 씨가 한국문화 캐릭터 보급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강우성 씨는 수년전부터 ‘코리아브랜드이미지’(www.koreabrandimage.com)라는 블로그를 통해 한국의 독창적인 이미지 구축과 캐릭터 개발의 중요성을 강조해 많은 네티즌들의 호응을 끌어온 주인공이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을 앞두고 한글과 치우천황의 이미지를 조합한 한글 티셔츠를 직접 디자인해 타임스스퀘어에서 무료 배포하는 행사를 가진 그는 그해 11월 맨해튼 할로윈 퍼레이드에 도깨비와 처녀귀신 저승사자, 고구려 장군, 조선 선비의 한국 캐릭터들을 30여개 등장시켜 현지 언론에 소개되는 등 큰 화제를 모았다.

 
 

 
또 2011년 2월에는 미국인들 대다수가 우리 민족의 명절 설날을 중국 설날로 인식하는 것을 시정하기 위해 자신이 부회장으로 있던 NYU 한인대학원학생회 주최로 맨해튼 킴멜센터에서 ‘설날 페스티벌 한국 음력설(Seollal Festival-Korean Lunar New year)’ 큰 잔치를 대대적으로 벌이기도 했다.


강우성 씨는 16일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K팝 열기 등에 힘입어 한국문화의 이미지가 많이 개선되었지만 한국을 대표할만한 상징물이나 캐릭터 보급이 뒤따르지 않아 실익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고 안타까워 했다.


그는 지난달 31일 열린 할로윈 퍼레이드에 대해 깊은 아쉬움부터 토로했다. 올해도 할로윈에서 한국 문화만 ‘찬밥’이었기 때문이다. 맨해튼에서 해마다 펼쳐지는 퍼레이드는 전 세계 할로윈 행사 중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고대 켈트인의 죽음의 신인 '삼하인 (Samhain)'을 기리는 축제에서 기원한 할로윈 데이는 이제 미국 문화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축제이자 엄청난 캐릭터 산업을 이끌고가는 견본시가 되고 있다. 할로윈데이를 위해 수많은 캐릭터상품들이 선을 보인 가운데 미국 시민들은 저마다 튀는 캐릭터와 코스튬으로 할로윈을 즐기고 있다.


맨해튼 퍼레이드엔 기괴한 캐릭터들이 주를 이루지만 어린이들에게 인기높은 애니메이션과 인형 캐릭터들, 그해 유행하는 이슈메이커들의 분장을 하고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지난 2010년 강우성씨가 주도한 처녀귀신과 도깨비, 고구려장수 등 다양한 한국 캐릭터들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전까지 코리아와 관련된 캐릭터들은 ‘인민복 입은 김정일’의 희화화 된 모습이 고작이었기 때문이다.

 
 

 
강우성 씨는 “미국의 할로윈 코스튬 상점에 가면 닌자, 사무라이, 기모노, 스모 선수, 치파오, 팬더곰 등 일본과 중국의 문화를 대표하는 캐릭터들이 판매되고 퍼레이드에서 이들의 모습을 흔히 본다. 하지만 올해도 작년에도 한국캐릭터들은 찾아볼 길이 없다”고 아쉬워했다.

 
 

 
이같은 원인의 하나로 우리 기업들이 고유의 캐릭터 개발과 마케팅 보다는 국적불명의 캐릭터 양산이라는 근시안적 비즈니스에 몰두하는 현실이 지적된다.


강우성 씨는 “해외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한국의 모 애니메이션은 중국의 치파오를 입고 만두 머리를 한 캐릭터, 일본 닌자, 소림사 승려, 이소룡 등이 등장한다. 이들을 ‘한국 대표 토종 캐릭터’라 치장해 기념 우표까지 발매하는 일까지 있었다”고 탄식했다.

 
 

 
그는 “한국을 대표하는 캐릭터를 발굴하려는 노력을 게을리 하면 한국은 영원히 일본과 중국 문화의 아류로 인식될 수밖에 없고 한국 문화 상품 수출 및 관광 산업등 광범위한 분야에 걸쳐 손해를 입게 된다”고 힘주어 말했다.


또 한가지 문제는 정체성 없는 코리아타운이다. 로스엔젤레스에는 일본식 망루, 정원으로 꾸며진 ‘리틀 도쿄’가 있고, 차이나타운은 어딜 가나 홍등을 필두로 한 붉은 물결이 넘실대며 자국 문화의 멋과 독특함을 뽐내는 반면 코리아타운은 사방에 정신없이 붙어있는 한글 간판뿐, 우리 문화의 독창성을 나타내는 요소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그는 “한인들이 밀집한 해외의 대규모 코리아타운이야말로 현지인은 물론 세계인을 상대로 한국의 문화를 홍보하기에 최적의 요건을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차이타나운이나 일본의 리틀도쿄는 자국의 문화를 경쟁하듯 뽐내며 외국인들이 스스로 발걸음 하게 만드는 관광명소로 자리 잡은지 오래다. 여기서 현지인들은 중국과 일본 문화의 독창성과 아름다움을 느끼고, 언젠가 한번은 그곳을 방문해 보겠다 하는 욕구를 키우게 된다는 것이다.

 
 
 

 
“구글에 ‘차이나타운, 리틀도쿄, 코리아타운’으로 이미지 검색을 해보면 차이나타운은 웅장한 드래곤 게이트, 홍등, 중국적 상징을 배경으로 한 사진들이 많고, 리틀도쿄는 일본식 정원과 망루를 배경으로 한 사진들이 많다. 그러나 코리아타운은 노래방 파티 사진이나 식당에서 갈비나 불고기를 구워먹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그만큼 한국 문화를 상징하는 시각적인 요소가 없는 것이다. 차이나타운에 홍등이 있다면 우리에게는 청사초롱이 있는데, 왜 적극적인 홍보를 못하는가.”

 
 

 
강우성 씨는 코리아타운을 통해 한국의 이미지 제고와 인지도 상승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 계획을 갖고 있다. 지속적인 볼거리 제공을 통해 한국 문화의 독창성과 아름다움을 알린다면 미국인들 스스로 발걸음을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현지인들과 함께 어울리며 활동하는 유학생과 재미동포들의 활약이 중요하다. 그는 “모두가 민간외교관이라는 사명감을 가지고 다양한 프로젝트에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 할로윈퍼레이드의 경우 정부나 기업에서 조금만 후원을 해 준다면 매년 한국 캐릭터들을 꾸준히 등장시켜 명물로 자리매김 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뉴욕=노창현특파원 newsroh@gmail.com

 
 


<꼬리뉴스>


닌자 옷 입은 한국 대표 캐릭터?


우리나라 우체국에서 발행해 큰 인기를 누렸던 `뽀로로 우표`에 이어 `한국의 캐릭터` 시리즈로 ‘뿌까와 친구들’을 선정해 우표로 제작 판매한다고 한다. 이 주인공들은 한국의 토종 애니메이션 업체에서 제작해 해외에서도 선풍적 인기를 끌며 지난해 로열티 수익만 150억원이 넘었다. ‘영문 우표 소식지(Korean Stamp Review)’ 등을 통해 전 세계 우취인에게도 소개된다고 하니 명실공히 ‘국가대표 캐릭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자랑스러운 그들의 일면을 살펴보면 뭔가 이상하다. ‘국가대표’를 자청하는 이들의 모습은 치파오를 입은 중국 소녀, 일본 닌자, 소림사 승려 등 일본과 중국의 캐릭터로 가득하다. 중국인들조차 자국에서 제작한 캐릭터로 오인해 자부심을 느낄 정도라고 한다. 이는 어디까지나 한국 캐릭터 산업의 저력과 역량을 증명해냈을 뿐, 진정 한국을 대표할 만한 한국적 콘텐츠를 제작해 내는 데엔 실패했다고 할 수 있다.


한국인의 손으로 제작한 한국산 캐릭터가 세계 시장에서도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은 혁명적인 일이지만 더욱 중요한 한국적 캐릭터를 개발하는 데에는 실패했다고 볼 수 있다.이러한 이유에서, 제작하는 우표에는 ‘한국산 캐릭터(Korean Made Character)’라는 애매한 문구를 붙이고 나온다고 한다.


우리의 전통 문화를 재해석해 개발하려는 의지가 없다면 앞으로 더욱 치열해질 문화 전쟁에서 우리의 입지는 줄어들 것이다. 정작 우리의 문화와 전통의 맥을 잇는 장인들은 굶주리고 있는 상황에서 경제강국에 이어 문화강국으로 도약고자 하는 꿈은 한낱 일장춘몽이 될 수밖에 없다.


<강우성 ‘세계를 향해 바로 서라’ 저자, 前 뉴욕대 대학원 한인학생회 부회장, 파워블로거>


* 꼬리뉴스는 2012년 1월 27일 MK뉴스에 기고한 강우성씨의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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