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플로리다에서 일어난 흑인소년 사망사건 무죄로 평결(評決)되면서 전국적인 항의시위가 벌어지는 등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플로리다주 배심원단이 13일 흑인소년 트레이본 마틴(17) 살해혐의로 기소된 전 자경단원 조지 짐머맨(29)에 대해 전원 무죄판결을 내린 직후 미 주요 도시에서는 흑인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잇단 시위가 발생했다.
미 언론은 이날 밤 캘리포니아에서 최소한 3개 도시에서 평결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졌으며 오클랜드에서는 시내 상점의 대형유리창이 깨지는 등 폭력사태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2급 살해혐의로 기소된 짐머맨이 유죄가 확정됐다면 25년이상 징역을 살 수도 있었다.
오클랜드경찰에 따르면 이날 밤 약 100명의 시위대가 시위를 벌였으며 다음날 새벽 2시경 일부가 쓰레기통을 던져 상가 건물 유리창을 부수고 방화(放火)를 시도했다. 이들이 공격대상으로 삼은 곳은 로컬 신문의 지사 사무실로 알려졌다,
일부는 도로에 스프레이로 경찰을 비난하는 그래피티 낙서를 쓰는 등 재판결과에 강한 불만을 보였다. 또한 미국 성조기와 캘리포니아 깃발을 불태우며 격앙된 감정을 표시했다.
샌프란시스코에서도 이날 밤 10시 경 시위가 벌어졌지만 경찰의 삼엄한 경계속에 평화롭게 전개됐다. 로스앤젤레스에서는 흑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레이머트 파크에 시위대들이 모여 시위를 벌였다.
지역언론인 시티뉴스서비스는 일부 시위대가 한때 엑스포 라인의 기차운행을 중단시켰다고 보도했으나 사실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로스앤젤레스 경찰국의 앤디 니먼 경관은 “50명에서 100명의 시위대가 자정무렵까지 시위를 벌였다”면서 “시위대들이 자동차들 사이로 뛰어다니며 시위를 벌였지만 경찰이 이를 저지했다”고 밝혔다.
새크라멘토에서는 약 40명의 시위대가 시청 앞에 모여 “우리는 정의(正義)를 원한다. 지금이 정의가 필요한 때다 트레이번 마틴을 위한 정의다. 그러나 정의도 평화도 사라졌다”는 구호를 외쳤다.
뉴욕타임스는 14일 애틀랜타와 워싱턴 DC, 뉴욕에서도 소규모 시위가 벌어졌다고 보도했다. 타임스는 웹사이트 전면에 브롱스의 한 대로에서 흑인 청년이 무죄평결을 비난하는 대자보를 들고 1인 시위를 벌이는 사진을 싣기도 했다.
뉴욕=노창현특파원 newsroh@gmail.com
<꼬리뉴스>
배심원 6명 전원 여성, 백인 5명 히스패닉 1명
백인과 히스패닉 혼혈인 조지 짐머맨은 지난해 2월 플로리다 샌포드에서 물건을 사고 귀가하는 흑인소년 트레이본 마틴을 불심검문(不審檢問)하는 과정에서 총을 발사, 사망케 했다.
경찰은 짐머맨의 상처를 들어 정당방위라고 주장했으나 흑인커뮤니티의 항의시위가 확산되자 사건 발생 44일이 지난후에야 뒤늦게 검찰이 2급살해혐의로 기소한 바 있다.
이날 6명 전원이 여성(백인 5명 히스패닉 1명)으로 이뤄진 배심원 평결에서 무죄가 나오자 짐머맨은 바로 풀려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