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LPGA의 ‘대세’는 단연 박인비(25, KB금융)다. 최고의 메이저대회로 불리는 US오픈 개막을 하루 앞둔 26일 뉴욕주 사우샘프턴 세보낵 GC(파72·6827야드)의 마지막 연습라운딩에서 가장 많은 사인 공세를 받은 것은 박인비였다.
지난 23일 아칸소 챔피언십에서 유소연(23 하나금융)에게 극적인 연장 승리를 거두고 이튿날 새벽에 뉴욕에 도착한 박인비는 26일까지 사흘 간 36홀을 돌며 코스 분석(分析)을 끝냈다.
맨해튼의 동쪽 롱아일랜드로 차를 타고 달려 2시간반이면 닿는 세보낵 GC는 거센 바닷바람과 심한 굴곡의 페어웨이와 그린으로 악명높은 곳이다. ‘컴퓨터 퍼팅’을 자랑하는 박인비이지만 “아차하면 3퍼트”라고 고개를 저을만큼 쉽지 않은 그린도 긴장감을 높인다.
입으로는 “정말 까다로운 코스”라고 되뇌이면서도 정작 박인비는 여유롭고 편안한 얼굴이다. 이날 오전 나인홀을 돈 후 박인비는 아버지 박건규씨와 어머니 김성자씨, 스윙코치이자 약혼자인 남기협씨가 지켜보는 가운데 퍼팅과 드라이버샷을 점검(點檢)했다.
박인비는 27일 오후 10번홀(파4 380야드)에서 첫 홀을 시작한다. 올들어 크라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과 웨그먼스 LPGA 챔피언십 등 메이저대회를 모두 제패했다. 지난해 에비앙 마스터스 이후 채 1년도 안되는 사이에 수확한 승리만 벌써 7승이다.
2008년 처음 짜릿한 첫 승의 기쁨을 만끽한 US오픈에서 5년만에 우승컵을 다시 안는다면 역대 한국인 시즌 최다승(6승)의 기록도 수립하게 된다. 정교한 퍼팅을 앞세워 소리없이 상대를 무너뜨린다고 해서 ‘침묵의 암살자(Silent Assassin)’ 라는 무서운 별명을 얻었지만 정작 박인비는 귀엽고 생기발랄했다.
약혼자 남기협씨와의 결혼 계획을 묻자 “아직 정하지는 않았지만 내년정도에 할 것 같다”며 수줍은 미소를 지었다.
- 요즘 페이스가 정말 좋다. 비결(秘訣)이 뭔가?
“편하게 즐기면서 치니까 부담이 갈수록 덜어지고 있다. 즐거운 마음으로 치다 보니 아무래도 좋은 에너지를 받는 것 같다. 모든 걸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자세가 골프에서도 도움이 되는것 같다.”
- 본래 성격이 어떤가?
“말이 별로 없다. 예민하지 않은 성격이다. 특히 코스에서 심플하다. 복잡하게 생각 않고 18홀이 끝나면 다 잊어버린다.”
- 지난 사흘 간 코스를 돌아본 느낌은?
“페어웨이는 넓지만 세컨샷 공략이 힘든 코스다. 그린도 크고 굴곡이 심해서 퍼팅을 미스할 경우 핀에서 많이 멀어지기 때문에 어프로치하기도 까다롭다. 퍼팅이 핀에서 멀어지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
아버지 박건규씨는 “그린에 올라가도 완전히 구겨져서(굴곡이 많아서) 3퍼터가 많을 것 같다. 버디를 못하게 만든 홀들이라 언더파를 하는 선수들이 별로 없을 것 같다. 지금까지 본 코스 중에 가장 어려운 곳”이라고 혀를 내두르는 모습이었다.
- 특별히 어려운 홀은 몇번인가?
“일단 전반 나인보다 후반 나인이 까다로운 게 많다. 17번 홀(파3 176야드)이 퍼팅이 쉽지 않고 10번 홀(파4 380야드) 11번 홀(파4 434야드)은 앞바람이 분다. 첫날 10번 홀부터 시작하게 되는데 스타팅이 어려울 것 같다.”
- 요즘 잘하고 있지만 그래도 보완할게 있다면?
“모든 부분이 보완이 되야 한다고 생각한다. 부족한 점이 아직 많다. 가장 중점적인 것은 롱게임이다. 숏게임은 많이 향상이 됐는데 롱게임은 잘 될 때와 안 될 때 차이가 있다. 그 갭을 줄이는 작업, 그게 보완이 되야 할것 같다.”
- 미국 언론이 ‘침묵의 암살자’라는 별명을 붙인걸 어떻게 생각하나?
“괜찮다. 기본적으로 카리스마가 있다는 것 아니냐. 미국에선 뉘앙스가 나쁜 건 아니니까 좋게 생각한다.”
사우샘프턴(美뉴욕주)=노창현특파원 newsroh@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