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은 북한에 메시지를 보냈다. 그런데 북한이 받은 메시지는 엉뚱했다.”
월스트릿저널(WSJ)이 북한이 구글의 에릭 슈미트 회장과 빌 리처드슨 주지사의 방북을 체제유지를 위한 홍보수단으로 삼는데 적극 활용했다고 혹평(酷評)했다.
WSJ는 11일 ‘북한은 슈미트의 방문을 어떻게 보도했나?’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슈미트 회장이 북한에게 경제를 살리려면 인터넷을 개방하라는 “아주 아주 확실한 메시지를 주었다”고 했지만 “북한이 받은 메시지는 아주 아주 달랐다”고 빈정댔다.

빌 리차드슨 전 주지사 www.en.wikipedia.org
북한의 매체는 이들이 김씨 일가에 대한 경의를 어떻게 표했는지 초점을 맞췄다고 전했다. 조선중앙통신은 ‘구글대표단’이 9일 북한의 창설자인 김일성과 그의 아들 김정일의 시신이 안치된 묘(금수산태양궁전)를 방문한 것을 놓고 ‘구글회사대표단이 위대한 김일성 동지와 김정일 동지를 경모(敬慕)하여 삼가 인사를 올리였다’고 보도했다.
또한 인민대학습당 방문은 “손님들은 전민학습의 대전당에서 우리 근로자들과 청년학생들이 현대과학기술지식을 습득하고 문화적 소양을 높이고 있는데 대한 해설을 들으면서 여러 열람실, 강의실을 돌아보았다”고 전했다.
북한 최대의 신문 노동신문 웹사이트와 국영TV 등 다른 매체도 같은 내용의 보도로 일관했다.
저널은 “물론 우리는 체제선전을 위한 홍보도구인 북한의 미디어에 대한 기대를 하지 않았다”면서 인터넷에 관한 슈미트 회장의 말은 전혀 언급이 없었고 리차드슨 전 주지사가 로켓발사와 핵무기, 북한에 억류된 미국시민에 관해 말한 것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신문은 “일부에선 방문 자체가 북한주민들에게 국제사회의 자유에 대한 온오프라인의 메시지를 준다고 주장하지만 메시지의 효과는 그것이 누구한테 주어지느냐에 달려 있다고 지적했다. 리차드슨/슈미트 대표단은 이번 방북에서 북한의 현 독재자 김정은은 물론, 핵프로그램을 움직일 수 있는 정권의 실세(實勢)중 누구도 만나지 못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로켓발사에 대한 UN안보리의 제재가 논의되는 시점에 이뤄진 이들의 방문의 가치와 동기를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반면 북한은 김정은이 자신의 영도하에 신기술을 강조한 신년연설의 메시지를 구글 일행 더욱 강조할 수 있게 됐다.
동국대 북한학과 김용현 교수는 “김정은이 정보기술에 대해 흥미를 갖고 있으며 고집스런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홍보하려는 북한의 목적이 달성됐다”고 평가했다.
뉴욕=임지환특파원 jhlim@newsroh.com
<꼬리뉴스>
"슈미트 회장등 방북단 北정권 이롭게해" NYT
전날 슈미트 회장의 방북을 순진한 행동이었다고 비판한 뉴욕타임스는 이날도 이들의 방문이 결과적으로 북한 정권을 이롭게 했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들이 세계에서 가장 잔혹한 전체주의 국가를 방문해서 김일성종합대학과 인민대학습당, 조선컴퓨터센터 등을 방문한 사진과 뉴스를 주민들한테 전화면서 체제 선전의 효율적인 도구로 삼았다고 강조했다.
대북강경파인 존 볼턴 전 유엔대사는 슈미트 회장 일행이 김정은 체제의 홍보에 전력투구(全力投球)하는 북한의 선전술의 먹이감이 되었다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