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인 미국 대선이 종료됐다. 버락 오바마와 미트 롬니의 대권 대결은 ‘흑인대통령의 재선’ 혹은 ‘몰몬교 대통령의 탄생’이라는 1호 기록을 낳는다는 점에서 관심의 대상이었다.
6일 오전 뉴욕주 웨스트체스터 전형적인 미국 중산층 타운의 한 투표현장을 찾았다. 허드슨강을 끼고 있는 인구 8천여명의 아름다운 리버타운 투표소는 기차역 부근 ‘엠버시 센터(Embassy Center)’에 있었다.
투표시간은 오전 6시에 시작돼 오후 9시까지 15시간 진행됐다. 미국은 우리나라처럼 대선이 임시공휴일이 되지는 않지만 초중고교의 경우 문을 닫는데 뉴욕 지역은 허리케인의 여파로 일주일이나 휴교를 하는 바람에 정상 수업이 진행돼 여느때와 다름없는 분위기였다.
그 대신 우편투표 등 조기투표를 신청할 수 있고 올해처럼 허리케인의 피해가 있는 경우엔 거주지 이외의 지역에서도 투표할 수 있도록 배려(配慮)하고 있다.
한인 등 이민자들이 많이 거주하는 뉴욕 퀸즈와 북부 뉴저지 일대는 2010인구조사 결과에 따라 투표소가 많이 변경돼 다소의 혼란속에 민권센터와 시민참여센터 등 한인봉사단체들이 관련정보를 안내하는 등 하루 종일 부산했다. 그러나 이곳은 이민자들이 거의 없고 백인들이 80% 이상 거주해 평온한 분위기였다.
미국 대선의 한가지 특징은 투표에 앞서 유권자 등록을 한다는 점이다. 과거 일부 지주와 부자들이 표를 매수하던 폐해를 방지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다. 유권자 등록시 민주당 공화당 혹은 무소속 등 자신의 정치적 취향을 밝혀야 하는 것도 특이하다.
또한 직접투표방식이 아닌 각주에 할당(割當)된 선거인단을 승자에게 몰아주는 승자독식제도의 간접선거라는 점도 우리와 다른 점이다. 총 538명의 선거인단중 과반수인 270명 이상을 차지하는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지난 2004년 대선에서 민주당의 엘 고어 후보가 공화당의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 분루를 삼킨 것처럼 총 득표에서 앞서고도 선거인단에서 지는 일이 왕왕 발생한다.
이같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선거인단제도를 유지하는 것은 연방제국가답게 인구가 적은 주라도 권리를 보장하고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하기 위해서다.
또한가지 다른 점은 대통령 후보 한명만을 투표하는 것이 아니라 연방정부 주정부 지방정부의 다양한 공직자들을 동시에 선출한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대선과 총선이 동시에 열리는 것인데 투표용지가 복잡하고 기표시간도 오래 걸리는 이유다.
투표소에서 일하는 이들은 주로 노인들이었는데 기자의 취재를 환한 웃음으로 반겼다. 투표소를 방문한 시간은 오전 9시 30분경. 투표 시작된지 3시간 30분 지났을 뿐인데 “투표율이 어떠냐”는 질문에 “벌써 200명 이상이 투표하고 돌아갔다”고 선관위의 니콜 리타 씨(사진)가 귀띔했다.
투표소는 유권자 여부를 확인하고 투표용지를 받는데 특이한 것은 기표소가 우리와 같은 휘장같은 가림막이 없다는 것이었다. 기표소도 투표장마다 조금씩 차이가 난다.
기자가 방문한 투표장의 기표소는 마치 독서대처럼 열십자로 나뉘어 4명이 동시에 기표할 수 있었는데 한 백인 여성이 허리를 잔뜩 구부린 채 시험지에 답안을 쓰듯 열심히 기표하는 모습이 보였다.
마침 투표를 하고 나오는 한인 남성과 마주쳤다. 인근 화이트플레인즈에서 한식당 ‘갈비하우스’를 운영하는 김성권 씨였다. 김 씨는 공화당원이었지만 오바마를 찍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다른 선출직 정치인은 공화당 후보를 선택했지만 대통령은 우리 이민자들을 좀더 이해하고 한국에 호의적인 오바마가 낫지 않겠냐”고 말했다.
물론 반대로 민주당 유권자가 롬니를 선택하는 경우도 얼마든지 발생한다. 지지 정당과 인물 선택은 무관하기 때문이다.
1호 투표를 했다는 중년의 백인 남성도 우연히 만날 수 있었다. 애견을 데리고 산책하던 스컬스태드 씨는 “아침 6시에 일착으로 가서 투표를 했다”면서 “난 롬니를 찍었다. 롬니가 대통령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나 뉴욕 뉴저지가 전통적으로 민주당의 텃밭이라는 점에서 뉴욕주는 그의 바램과는 달리 오바마에게 선거인단을 몰아주었다.
뉴욕=노창현특파원 croh@newsroh.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