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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신마비 한국인교수 40일간 美대륙횡단

글쓴이 : 노창현 날짜 : 2012-07-28 (토) 12:21:23

“왜 미국 대륙횡단을 하냐구요? 지금 아니면 영원히 못하니까요.”

사고로 전신마비가 된 한국인 교수가 40일간 자동차로 미 대륙횡단을 하고 있어 큰 감동을 주고 있다. 주인공은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이상묵 교수(50).

 

▲ 이하 사진 이상묵 교수 페이스북

이 교수는 지난 6월 27일 LA를 출발, 샌프란시스코와 시애틀, 시카고, 피츠버그를 거쳐 오는 30일 뉴욕에 도착한다. 보스턴까지 40일간 진행되는 대륙횡단의 9부 稜線(능선)을 넘어선 것이다. 전동휠체어를 이용하는 그는 두명의 생활보조인과 함께 밴 차량으로 뜻깊은 대륙횡단 여행을 하고 있다.

 

그는 주마간산식의 대륙횡단을 하는 것이 아니다. 샌프란시스코에선 구글 본사에서 시각장애인으로 무인자동차를 개발한 라만 박사도 만나고 직접 시승했는가 하면 MS와 아마존 본사에도 들러 한글 음성인식 프로그램과 전자책 킨들에 대해 장애인 사용자로서 조언도 했다. 또 장애인 정보화나 재활과학기술과 관련해 위스콘신대와 시카고 RIC, 피츠버그대, 퍼듀대를 방문했다.

 

2006년 7월 2일 제자들과 미국 서부의 지질 환경 탐사 여행을 하던 중 데스밸리에서 차가 전복되는 사고로 사지마비의 중상을 당한 이상묵 교수는 LA 지역의 란초 로스 아미고스 병원에서 재활 치료를 받았다.

그는 특히 첨단 보조기술들을 바탕으로 사회 생활을 재개할 수 있도록 훈련을 받고 중증 장애에도 불구하고 서울대학교로 복직할 수 있었고 남들과 똑같인 강의하고 생활하고 있다. 사고이후 미국 여행만 6번이나 할 만큼 더 정력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

 

이 교수는 지난 해 1월, 호흡 곤란으로 사경을 헤매기도 했다. 건강에 무리가 될 수도 있다라는 주변 염려에도 불구하고 미대륙 횡단을 결행하게 된 것은 이번 여행의 주제를 “Now or Never”로 세운 것에서도 알 수 있다.

그는 죽기 전에 반드시 이뤄내고 싶은 몇가지가 있다고 한다. 올해는 사고가 난지 6년이 되는 해. 이상묵 교수는 이번 여행 기간중 7월 2일 6번째 생일을 맞이했다고 말한다. 6년만에 처음 사고 지역을 방문한 그는 당시 사고로 숨진 제자에 대한 追慕(추모)의 시간을 가졌다.

 

죽음에 이를 뻔 했던 그를 신속한 조치로 인해 살려내고 첨단 재활 기술들과 맞춤 보조기기들을 제공했던 병원도 방문에 당시 관계자들과 반가운 재회도 했다. 중증 장애에도 불구하고 낚시와 사냥과 캠핑 등 다양한 레저 및 레크리에이션을 즐길 수 있는 미국 장애인 생활을 직접 체험한 것도 그의 숙원 중 하나였다.

또한 여행 과정을 거쳐 방문하는 요세미티와 옐로스톤 등 미국의 특이 지질 현장에 대한 지질학적 연구 역시 사고 당시에는 그가 다시는 경험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소망 중 하나였다.

그는 “장애의 정도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주변 사람들의 눈치를 봐야 하기에 하고 싶은 것을 마음 먹은 대로 시도하기 어려운 것이 특히 중증 장애인들의 삶”이라며 이번 횡단을 통해 그립던 바다를 사고 이후 처음으로 가 볼 수 있었던 것도 큰 기쁨 중의 하나였다고 말했다.

뉴욕=노창현특파원 croh@newsroh.com

 

<꼬리뉴스>

엘리베이터에 50분 갇히는 사고 겪기도

이상묵 교수의 대륙 횡단 여행은 페이스북(http://www.facebook.com/accesstrip)과 트위터(https://twitter.com/sang_mook)를 통해서 함께 할 수 있다.

트위터에는 이번 여행에 임하는 각오와 전문 학자로서의 꿈과 포부 그리고 중도장애인으로서 느끼는 장애에 대한 소회 등 마치 그의 일기를 읽는 것같은 느낌을 맛볼 수 있다.

 

여행 중 예기치 못한 낭패를 겪기도 했다. 전동 휠체어가 고장나기도 하고, 이상 체온 상승으로 동행자들이 긴장하기도 했다. 또 한 방문지역에서 엘리베이터 안에 50분 이상 갇히는 사고도 있었지만 큰 문제없이 계획한 여행은 지속됐다.

이 교수는 “장애 극복을 장애인이 속한 가정이나 장애를 가진 개인에게만 책임 지우는 것보다는 장애 극복이 사회 공동 과제라는 공감 확산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이번 여행 경험을 통한 배움을 정책 제안으로 노력하는 것은 물론, 가능하다면 책을 펴내서 넓게 공감하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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