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상대 수비수들이 막기엔 너무 빠르다. NBA의 마케팅이 나서기에도 너무 빠르다. 게다가 블랙마켓의 위조상품이 대처하기에도 너무 빠르다.”
NBA의 깜짝스타 제레미 린(24 191cm) 돌풍이 스포츠용품 암시장(暗市場)에까지 파란(波瀾)을 몰고 왔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9일 인터넷판 속보로 무명의 아시안 선수 제레미 린이 뉴욕 닉스의 포인트가드로 연일 놀랄만한 활약을 보이는 가운데 그의 이름이 써있는 유니폼을 구입하기 위한 팬들이 몰려들고 있지만 제작된 상품이 없어 안타까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계 2세로 하버드대 출신 최초의 NBA 선수인 린은 2010년 드래프트에 나왔으니 지명되지 못하고 서머리그를 통해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와 계약했으나 1년만에 방출됐고 휴스턴 로케츠를 거쳐 지난해 12월 뉴욕 닉스 2군에 둥지를 틀었다.
포인트가드인 그는 빠른 스피드와 영민한 게임센스로 감독의 신뢰를 얻은 끝에 최근 3게임에서 연속 20점대 득점을 하는 대활약을 펼치며 팀의 3연승을 이끌었다. 더구나 닉스는 주포 카멜로 앤소니와 아마리 스타우더마이어 등이 부상으로 결장한 가운데 올린 것이어서 더욱 주목을 받았다.
특히 린은 8일 워싱턴 위저즈전에서 23점 10도움의 더블더블 활약을 펼치고 4쿼터 초반에는 2010드래프트 전체1순위였던 워싱턴의 존 월의 패스를 가로채 NBA 첫 덩크슛을 터뜨리는 등 특급스타를 방불케 하는 활약을 펼쳤다.
지금까지 NBA에 데뷔한 아시아계 선수는 야오밍을 비롯, 소수의 장신선수만이 활약했지만 단신선수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것은 린이 처음이다. 이 때문에 아시아계 팬들은 더욱 열광하고 닉스 경기엔 평소 볼 수 없었던 대만과 중국 기자들이 취재경쟁을 벌이는 등 달라진 풍경을 보이고 있다.
팬들은 린의 넘버 17번과 그의 이름이 새겨진 유니폼을 원하고 있지만 린의 깜짝 활약을 미처 예상치 못한 닉스는 아직 팬 유니폼 제작을 하지 못한 상태이다. 조급한 팬들은 맨해튼의 캐널 스트릿 등 짝퉁상품을 파는 거리에 갔지만 이곳 역시 린의 유니폼을 구할 수 없었다. 그야말로 신데렐라처럼 단 며칠사이에 스타가 되었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는 린의 황색돌풍을 ‘린새너티(Linsanity)’라는 신조어로 부르며 “그의 활약은 아시아계에 큰 자부심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뉴욕의 유명요리사인 모모후쿠의 한인주방장 데이빗 장은 “린이 닉스의 포인트가드로 선발출장한 것은 아시아계의 스포츠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이라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뉴욕=노창현특파원 croh@newsroh.com
<꼬리뉴스>
매디슨스퀘어가든 10일 LA전 린 유니폼 첫 판매
5번가에 있는 NBA 공식상품샵은 많은 팬들이 린의 유니폼을 찾지 못해 아쉬운 발길을 돌리고 있는 상황이다. NBA의 공식스폰서인 아디다스는 린이 불과 수주전에 닉스로 이적한데다 이같은 활약을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에 미처 대비(對備)할 수가 없었다.
닉스의 홈구장인 매디슨 스퀘어가든 인근의 스포츠용품샵인 게리 코스비&캄퍼니측은 “린의 팬유니폼이 도착하려면 2주일은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닉스의 온라인 스토어에는 린의 저지가 54.95달러에, 티셔츠는 19.95달러에 판매되고 있으나 이것이 도착하려면 2월 20일은 되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10일 뉴욕 닉스와 LA 레이커스전이 열리는 매디슨 스퀘어가든에는 우선적으로 200벌의 린 유니폼을 특별주문 판매할 예정이다.
차이나타운에서 일하는 중국계 벤 찬은 “17번 유니폼을 찾기 위해 인터넷을 샅샅이 누비다 이베이에서 150달러에 하나를 구할 수 있었다. 보통 일이 아니다”라며 안도(安堵)의 한숨을 내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