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99%의 시민들은 가진게 하나도 없다. 그러나 1%는 모든 것을 가지고 있다.’
뉴욕 월가의 주코티 공원을 진원지로 하는 시위가 3주 째 계속 되는 가운데 6일 示威(시위)현장에서 ‘희망버스 김진숙 만세’의 격려문구가 등장하는가하면 할리웃 배우 팀 로빈스도 나타나 눈길을 끌고 있다.
이날 시위현장에선 한 미국 여성이 한글로 쓴 문구를 들어보이며 현재 부산한진중공업 크레인 위에서 8개월 넘게 籠城(농성)을 벌이는 김진숙 씨를 응원했다.
이 여성이 들어보인 격려문구는 종이박스 바닥에 검정색 펜으로 두껍게 한글로 쓰였으며 익명의 한국인이 쓴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주변엔 붉은 색의 작은 글씨로 ‘불합리한(absurd)’. ‘자본주의(Capitalism)’ 등의 글씨가 어지럽게 쓰여 있었다.
김진숙 씨는 노동자 정리해고의 부당함을 항의하기 위해 높이 35미터의 크레인에 올라가 현재까지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날 시위현장엔 '쇼생크 탈출'에서 인상깊은 연기를 펼친 주연배우 팀 로빈스(Tim Robbins)도 나타나 시선을 끌었다. 그는 노숙하는 곳을 돌며 사진도 찍고 시위대와 대화도 나누는 등 연예인의 모습이 아닌 평범한 뉴욕 시민의 모습을 보여 주었다.
한편 월가의 이번 시위는 뉴욕 금융계와 부의 상징인 월 가의 墮落(타락)과 貪慾(탐욕)을 규탄하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경기침체 여파로 직장과 집을 잃고 이중삼중의 고통을 받고 있는 시민들과 학자금 대출로 힘겨운 처지의 학생들이 주축이 됐다.
‘99%의 분노가 1%의 월가를 향해 분출되었다’는 슬로건이 말해주듯 사회 경제적 위기 속에서도 월가의 중역들은 상상을 초월하는 퇴직금을 받고 있다. 경제위기를 자초한 입장임에도 어떤 피해도 입지 않고 여전히 君臨(군림)하는 것에 대한 시민들의 분노가 폭발한 것이다. 이들은 월 가 뿐만이 아닌 아메리카 은행과 정부 대기업 등도 타깃으로 삼고 있다.
지난 1일엔 월가와 브루클린 교를 향한 행진에서 경찰과 수천명에 이르는 시위대가 맞부딪쳐 약 700 여 명이 현장에서 연행되기도 했다. 현재 시위대는 약 2만여 명에 이르고 있다.
이 시위가 비록 월가의 타락에 대한 분노로 시작했지만 정작 시위에 참여하는 이들의 면면을 보면 의료보험, 파업, 노조, 은행 대출, 인종 차별, 동성애 문제, 전쟁 그리고 환경 등에 이르기 까지 미국의 경제와 다양한 현실에 대한 불만이 표출되고 있다.
브루클린에서 온 나임(Naim)이라는 직장인은 "우리는 정말 많이 화가 나있다. 부도덕한 월가를 더 이상 놓아두어선 안된다”고 힘주어 말했다.
뉴욕=김진곤특파원 ckkim@newsroh.com
<꼬리뉴스>
주코티공원은 거대한 노숙공원
날이 갈수록 시위 합류 숫자가 증가하면서 주코티 공원은 거대한 露宿(노숙) 공원을 방불케 하고 있다. 이들은 자치적으로 운영을 하면서 그날그날의 계획에 따라 행진을 하거나 유인물을 나눠주기도 한다.
'아랍의 봄'에서 시작된 시위가 유럽의 재정위기와 맞물려 미국 전역으로 퍼질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