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출생한 불법체류자(不法滯留者) 자녀들에게 시민권을 부여하지 못하도록 하는 정치권의 움직임에 대해 이민사회가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12일 워싱턴의 통계조사기관 퓨 히스패닉센터의 자료를 인용, 2008년 미국서 태어난 430만명의 신생아 중 34만명이 부모중 한명이 불법체류자인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공화당의 일부 정치인들이 헌법이 규정한 속지주의 시민권을 선별적으로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2009년 3월 기준 불체자 자녀들은 전체 18세 이하 중 7%를 차지한다. 가장 최근 데이터는 이들 가운데 5명 중 4명에 해당되는 79%가 출산 시민권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부모의 85%는 히스패닉 불법이민자였다고 퓨센터는 밝혔다.
미국서 태어난 자는 누구에게나 시민권을 부여하는 14차 수정헌법을 손질하자는 움직임은 공화당의 린제이 그래함 상원의원(사우스캐롤라이나)이 지난달 불체자 출생자녀의 시민권 부여를 금지하자는 제안을 공식 제기한 이후 불붙었다.
뉴욕타임스는 그래함 의원이 한 토크쇼에서 불체자 자녀들에게 자동으로 시민권을 줘야하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한 것은 많은 미국인들의 신경을 건드렸지만 이것이 실행에 옮겨질만큼 강력한 지원을 받을지는 불확실하다고 지적했다.
퓨 히스패닉센터의 가맹단체인 퓨리서치가 지난 6월 전국적인 조사에 따르면 수정헌법의 변경을 56%가 반대했고 41%가 찬성했다고 밝혔다.
퓨 히스패닉센터의 연구는 논쟁을 불러 일으킨 그래함 의원이 제기한 이슈를 들여다보게 한다. 그는 지난달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많은 불체자들이 자녀들의 시민권을 위해서 국경을 넘어오고 있다며 "그들은 아이를 놓기(drop) 위해 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불법 입국한 엄마들중 80% 이상이 1년이상 체류했으며 절반이 5년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퓨 히스패닉센터 인구학자이자 연구보고서의 공동저자인 제프리 파셀 씨는 2007년 서류미비인구와 체류일수의 증가로 지난 6-7년간 이들 자녀의 출생률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면서 "이들이 젊은 사람들이기 때문에 결혼하고 가족을 갖게 되는 것"으로 분석했다.
공화당의 지도자들과 보수주의자들은 그래함의 제안에 엇갈린 의견을 보이고 있다. 이민연구센터의 마크 크리코리안 상임이사는 “이 나라에 쳐들어와서 낳은 아이들을 미국시민으로 요구하는 사람들은 국가적 독립의 전복행위(顚覆行爲)나 마찬가지”라고 맹비난했다.
헌법 조항을 당장 수정하자는건 아니라고 전제한 그는 불법이민을 줄이기 위한 좀더 강제적인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면서 “헌법에 관한 토론 이전에 불법인구를 위축시키고 새로운 불법을 막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뉴욕=노창현특파원 croh@newsroh.com
<꼬리뉴스>
원정출산 등 임시체류자 자녀도 제한 움직임
출생시 자동 시민권 부여조항때문에 불체자들이 미국에 들어와 아이들을 낳게 만든다는 린제이 그래함 의원의 주장은 애리조나의 존 카일 의원 등 불법이민자들에 대한 강경조치를 추진하는 주들 정치인의 동조를 얻고 있다.
출생시민권 조항을 수정하려면 하원과 상원 각각 3분2 이상이 찬성해야 가능하다. 또한 전체 주의 4분의 3 이상이 찬성해야 적용할 수 있다.
1868년 통과된 14차 수정헌법의 수정 지지자들은 남북전쟁 후 노예들을 자유화하기 위해 시민권을 주게 됐다. 불체자 자녀들을 위한 게 아니라는 것이다. 그들의 제안은 공화당 유권자들을 이번 11월 중간선거에서 중심 이슈로 만들 것을 기대한다.
공화당의 반대자들은 히스패닉 유권자들의 반감을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당연히 민주당은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일부에선 임시체류자의 자녀들도 시민권 부여를 금지하는 규정도 제안하고 있다. 만일 이것이 적용되면 한국에서 원정출산(遠征出産)하는 경우가 해당이 된다.
원정출산하는 상류층과 지도층 인사들의 행태를 보면 도입해도 좋다는 생각이 들겠지만 문제는 이러한 시도 자체가 미국의 건국 정체성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당장은 이런 정도에서 끝나겠지만 백인이 소수가 될수록 시민권 제한이 합법 비자소지자로, 급기야 영주권자까지 확대된다면 어찌 할텐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