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역사속으로> 9월 12일
역사는 거대한 권력만으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때로는 한 사람의 결단(決斷), 한 시대의 양심(良心), 그리고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향한 도전이 역사의 물줄기를 바꿉니다. 9월 12일은 일제의 심장부에 폭탄을 던진 독립운동가의 의거에서부터 인류의 달 착륙을 꿈꾼 도전, 그리고 분단의 벽을 넘어 대화를 시도했던 사람들의 발걸음까지 ‘멈추지 않는 인간의 의지’를 보여주는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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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의 주요 장면>
1916년 — 나철, 구월산에서 순국하다
대종교를 창시하고 민족정신을 일깨웠던 홍암 나철은 1916년 음력 8월 15일 황해도 구월산 삼성사에서 순국했습니다. 양력으로는 9월 12일입니다. 그는 일제의 탄압에 항거하며 마지막 유서인 ‘순명삼조(殉命三條))’를 남겼습니다. 그의 죽음은 단순한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국권을 잃은 시대에 민족의 정신을 지키려 했던 항거로 기억됩니다.
1921년 — 김익상, 조선총독부에 폭탄을 던지다
9월 12일은 의열단원 김익상의 이름을 특별히 기억해야 할 날입니다. 그는 전기수리공으로 변장해 당시 왜성대에 있던 조선총독부 청사에 들어가 2층 비서과와 회계과에 폭탄 두 개를 던졌습니다. 한 개는 불발됐지만 다른 한 개가 폭발해 건물 일부를 파괴했습니다. 사이토 마코토 총독을 직접 겨냥한 의거는 뜻을 이루지는 못했지만, 식민통치의 심장부가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는 사실을 일제에 각인(刻印)시켰습니다.
1814년 — 볼티모어 전투와 ‘별이 빛나는 깃발’
미영전쟁이 한창이던 1814년 9월 12일 영국군이 볼티모어를 공격했습니다. 이어 포트 매헨리에는 밤새 포격이 이어졌고, 이 모습을 지켜본 프랜시스 스콧 키는 이튿날 아침 성조기가 여전히 펄럭이는 것을 보고 시를 썼습니다. 훗날 이 시가 미국 국가 ‘The Star-Spangled Banner’가 됐습니다. 전쟁의 한 장면이 한 나라의 상징으로 남은 순간입니다.
1962년 — 케네디, 달을 선택하다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이날 텍사스 라이스대학교에서 “우리는 달에 가기로 선택한다”는 유명한 연설을 했습니다. 쉬운 일이어서가 아니라 어렵기 때문에 도전하겠다는 선언이었습니다. 7년 뒤 인류는 실제로 달에 발을 내디뎠습니다. 역사는 불가능해 보이는 꿈도 누군가가 먼저 말하고 행동할 때 현실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1972년 — 남북 적십자회담, 대화의 문을 열다
1972년 9월 12일 서울에서 제2차 남북적십자회담이 열렸습니다. 오랜 적대와 단절 속에서 남과 북이 이산가족 문제를 인도주의의 이름으로 논의하기 시작한 과정이었습니다. 정치와 군사의 벽이 아무리 높아도 가족을 찾고 서로의 아픔을 나누는 일까지 막을 수는 없다는 사실을 보여준 대화였습니다.
2016년 — 경주를 뒤흔든 지진
2016년 이날 밤 경주에서 규모 5.8의 지진(地震)이 발생했습니다. 1978년 우리나라 지진 관측이 시작된 이후 가장 큰 규모였던 이 지진은 전국을 흔들었고, 많은 사람들에게 자연재해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웠습니다. 역사에는 인간이 만든 사건뿐 아니라 자연이 던지는 경고도 함께 기록됩니다.
<오늘의 탄생 인물>
제시 오언스 (Jesse Owens, 1913~1980)
1936년 베를린올림픽에서 100m, 200m, 멀리뛰기, 400m 계주 등 4개의 금메달을 따낸 미국의 육상선수입니다. 인종차별이 극심했던 시대에 그의 질주는 인간의 능력이 피부색으로 결정되지 않는다는 강렬한 메시지가 됐습니다.
H. L. 멘켄 (H. L. Mencken, 1880~1956)
미국의 저널리스트이자 평론가로, 날카로운 풍자와 비판정신으로 20세기 미국 언론에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권력과 대중의 허위를 가차 없이 비판했던 그는 ‘저널리즘의 자유로운 정신’을 상징하는 인물 가운데 한 사람입니다.
리처드 조던 개틀링 (Richard Jordan Gatling, 1818~1903)
회전식 기관총으로 알려진 개틀링건을 발명한 미국의 발명가입니다. 기술이 인간의 삶을 바꾸는 동시에 전쟁의 양상까지 변화시킬 수 있다는 과학기술의 양면성을 보여주는 인물이기도 합니다.
<오늘의 타계 인물>
나철 (1863~1916)
을사오적 처단을 추진했던 독립운동가이자 대종교의 창시자입니다. 민족정신을 지키는 일을 독립운동의 중요한 기반으로 삼았으며, 1916년 구월산에서 순국했습니다.
스티브 비코 (Steve Biko, 1946~1977)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흑인 의식운동 지도자입니다. 인종차별정책인 아파르트헤이트에 맞서 흑인의 자존과 인간적 존엄을 강조하다 경찰에 체포됐고, 1977년 9월 12일 구금 상태에서 숨졌습니다.
노먼 볼로그 (Norman Borlaug, 1914~2009)
‘녹색혁명’의 아버지로 불리는 미국의 농학자입니다. 병충해에 강한 밀 품종과 농업기술을 발전시켜 세계 식량 생산을 크게 늘렸으며, 1970년 노벨평화상을 받았습니다.
<오늘의 한마디>
역사를 바꾸는 힘은 언제나 거대한 곳에서 시작되는 것은 아닙니다. 한 사람의 양심에서, 한 번의 용기에서, 그리고 아직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향한 작은 발걸음에서 시작됩니다. 김익상은 식민지의 벽을 향해 나아갔고, 케네디는 달을 바라보았으며, 남북의 사람들은 굳게 닫힌 대화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시대가 우리에게 요구하는 것은 어쩌면 거창한 영웅이 되는 일이 아니라, 옳다고 믿는 길에서 끝내 한 걸음 내딛는 일인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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