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역사속으로〉 9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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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0년 9월 14일, 의열단원(義烈團員) 박재혁 의사는 부산경찰서에 폭탄을 던져 일제의 식민통치에 맞섰습니다. 체포된 뒤에는 혹독한 고문과 상처 속에서도 끝까지 뜻을 굽히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98년 뒤인 2018년 같은 날, 개성에서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문을 열었습니다. 총과 폭탄이 아니라 전화와 대화로 서로의 뜻을 전달하기 위한 공간이었습니다. 남북이 24시간 상시 소통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입니다. 한 세기 가까운 시간 사이에 역사는 참으로 다른 풍경을 보여줍니다. 한 사람은 빼앗긴 나라를 되찾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걸었고, 또 다른 시대의 사람들은 끊어진 민족의 길을 잇기 위해 마주 앉았습니다. 그리고 같은 날 인류는 우주에서 보내온 미세한 신호를 포착해 새로운 세계의 문을 열기도 했습니다. 9월 14일은 그렇게 저항과 소통, 그리고 인간의 끝없는 탐구가 함께 기록된 날입니다.
<역사 속의 주요 장면>
1920년 — 박재혁 의사, 부산경찰서에 폭탄을 던지다
1920년 9월 14일 의열단원 박재혁 의사가 중국인 고서상으로 위장해 부산경찰서를 찾아가 서장 하시모토 슈헤이에게 폭탄을 던졌습니다. 의열단이 일제의 식민통치 기관을 직접 공격한 대표적인 의거였습니다. 박재혁 의사는 현장에서 중상을 입고 체포됐으며, 이후 혹독한 고문과 투병 속에서도 뜻을 굽히지 않았습니다. 그는 사형이 확정된 뒤에도 일제의 손에 굴욕을 당하지 않겠다며 단식했고, 1921년 5월 11일 대구형무소에서 순국(殉國)했습니다. 정부는 1962년 건국훈장 독립장을 추서했습니다.
1959년 — 소련의 루나 2호, 인류 최초로 달에 도달하다
1959년 9월 14일 소련의 무인 우주선 루나 2호가 달 표면에 도달했습니다. 인류가 만든 물체가 처음으로 지구 밖 천체에 도달한 역사적 사건이었습니다. 인간의 시선이 지구를 넘어 우주로 확장되는 우주탐사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습니다.
2015년 — 중력파를 처음 직접 포착하다
2015년 9월 14일, 미국의 LIGO 두 관측소가 약 13억 광년 떨어진 곳에서 두 블랙홀이 충돌하며 만들어낸 중력파를 동시에 검출했습니다. 아인슈타인이 일반상대성이론에서 예측한 중력파가 처음으로 직접 관측된 순간이었습니다. 인류는 그동안 빛으로만 바라보던 우주를 ‘중력의 파동’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됐습니다.
2018년 — 개성에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문을 열다
2018년 9월 14일 개성공단에서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소식이 열렸습니다. 남북 당국자가 상주하며 24시간 상시 소통할 수 있는 공식적인 연락 채널이 마련된 것입니다. 판문점선언의 합의에 따라 만들어진 연락사무소는 남북 간 연락과 회담·협의, 민간교류 지원 등의 역할을 맡았습니다. 비록 2020년 북한의 폭파로 사라졌지만, 분단의 벽에 대화의 문 하나를 냈던 상징적인 공간으로 기억됩니다.
<오늘의 탄생 인물>
마거릿 생어 (Margaret Sanger, 1879~1966)
미국의 간호사이자 사회개혁가로 여성의 피임과 출산에 관한 자기결정권을 주장했습니다. 당시 금기시되던 산아제한 문제를 공론의 장으로 끌어내며 미국의 여성 건강과 가족계획 운동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에이미 와인하우스 (Amy Winehouse, 1983~2011)
영국의 싱어송라이터로 소울과 재즈, R&B를 자신만의 독특한 목소리로 표현했습니다. 짧은 생애였지만 《Back to Black》 등의 작품을 통해 21세기 대중음악에 강렬한 흔적을 남겼습니다.
나스 (Nas, 1973~ )
미국의 래퍼이자 작곡가로 도시의 삶과 빈곤, 인종 문제 등 현실을 날카로운 언어로 표현해 힙합의 중요한 인물로 자리 잡았습니다.
<오늘의 타계 인물>
황순원 (黃順元, 1915~2000)
《소나기》, 《학》, 《나무들 비탈에 서다》 등으로 한국 현대문학의 한 봉우리를 이룬 소설가입니다. 식민지와 분단, 전쟁과 독재의 격변을 지나면서도 “작가는 작품으로 말한다”는 원칙을 지키며 문학의 길을 걸었습니다.
단테 알리기에리 (Dante Alighieri, 1265~1321)
《신곡》을 남긴 이탈리아의 시인이자 사상가입니다. 중세의 세계관과 인간의 내면을 거대한 서사로 담아내며 서양 문학사에 불멸의 이름을 남겼습니다. 이탈리아 북부 라벤나에서 생을 마쳤습니다.
이사도라 덩컨 (Isadora Duncan, 1877~1927)
발레의 정형화된 틀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몸짓과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추구한 미국의 무용가입니다. 현대무용의 선구자로 평가받으며 춤을 인간의 자유로운 표현으로 확장했습니다.
<오늘의 한마디>
1920년 박재혁 의사는 빼앗긴 나라를 되찾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걸었습니다. 2018년 남북은 같은 땅에서 총성이 아닌 대화로 서로에게 다가가기 위해 연락사무소의 문을 열었습니다. 한 사람은 벽에 맞서 길을 만들었고, 한 시대는 벽 사이에 대화의 문을 내려고 했습니다. 역사는 우리에게 묻습니다. 싸워야 할 때는 무엇을 위해 싸울 것인가. 그리고 싸움이 끝난 뒤에는 무엇을 위해 다시 손을 내밀 것인가. 박재혁 의사의 뜨거운 용기와 남북이 대화하려 했던 순간은 서로 다른 모습처럼 보이지만, 근저(根底)에는 하나의 마음이 흐릅니다. 더 나은 세상을 향한 인간의 의지입니다. 벽은 사람을 갈라놓지만, 뜻을 가진 사람은 언제나 그 벽 너머로 길을 찾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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