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역사속으로〉 9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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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날의 역사는 바다를 가르고 전세를 뒤집지만, 그 바다에는 수많은 사람의 삶과 눈물이 함께 잠겨 있습니다. 1950년 9월 15일, 유엔군과 국군은 인천에 상륙했습니다. 전쟁 초기 낙동강까지 밀렸던 전세(戰勢)를 뒤집기 위한 대담한 작전이었고, 대한민국 현대사의 거대한 분기점이 되었습니다. 같은 날 세계 곳곳에서는 전쟁의 비극과 인간이 만든 새로운 기술, 그리고 자유와 존엄을 둘러싼 선택들이 교차했습니다. 1916년에는 전쟁터에 처음으로 전차가 등장했고, 1935년 나치 독일은 유대인의 권리를 박탈하는 뉘른베르크법을 제정했습니다. 1940년에는 영국 본토항공전의 결정적 국면이 펼쳐졌습니다.
<역사 속의 주요 장면>
1916년 — 전쟁터에 처음 등장한 전차
제1차 세계대전 중인 1916년 9월 15일, 솜 전투에서 영국군이 처음으로 전차를 실전에 투입했습니다. 참호와 철조망, 기관총이 지배하던 전장의 모습을 바꾸려 했던 새로운 무기였습니다. 그러나 새로운 기술이 전쟁을 끝내기보다 더욱 파괴적인 전쟁의 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사실도 이후의 역사가 보여주었습니다.
1935년 — 뉘른베르크법, 차별을 법으로 만들다
1935년 9월 15일 나치 독일은 이른바 뉘른베르크법을 공포했습니다. 유대인의 독일 시민권을 박탈하고 유대인과 비유대인 사이의 결혼과 관계를 금지하는 등 인종을 기준으로 사람의 권리를 구분했습니다. 훗날 홀로코스트로 이어지는 박해의 제도적 기반 가운데 하나가 됐습니다. 법이 인간의 존엄을 지키는 장치가 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차별과 박해를 제도화하는 도구가 될 수도 있음을 보여주는 역사입니다.
1940년 — 영국 본토항공전의 격전
1940년 9월 15일 독일 공군은 영국에 대규모 공습을 감행했습니다. 영국에서는 이날을 ‘Battle of Britain Day’로 기억하며, 영국 본토항공전의 중요한 날로 기념해왔습니다. 하늘에서 벌어진 치열한 공방은 제2차 세계대전의 향방을 가르는 중요한 국면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1950년 — 인천상륙작전, 전세를 뒤집다
1950년 9월 15일 새벽, 유엔군과 국군은 인천에 대한 상륙작전을 시작했습니다. 월미도(月尾島)에 먼저 상륙한 뒤 인천 시가지로 진입했고, 서울을 향한 진격이 이어졌습니다. 국군과 유엔군의 협동작전으로 진행된 인천상륙작전은 전쟁 초기의 수세를 공세로 전환시키는 계기가 됐습니다. 대한민국 국가기록원도 이날을 6·25전쟁의 큰 전환점으로 기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쟁의 전환점이라는 말 뒤에는 피난민과 전사자, 부상자와 이산가족의 삶이 놓여 있습니다. 인천의 승전 기록을 기억하는 일과 함께 그 전쟁이 남긴 상처까지 기억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1997년 — 구글 검색이 시작되다
1997년 9월 15일 ‘Google.com’ 도메인이 등록됐습니다. 이후 인터넷 검색(檢索)은 인류가 정보를 찾고 공유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었습니다. 한 세대 전만 해도 도서관과 신문, 백과사전이 중심이었던 지식의 세계가 디지털 네트워크를 통해 연결되기 시작한 것입니다.
<오늘의 탄생 인물>
마르코 폴로 (Marco Polo, 1254~1324)
베네치아의 상인이자 여행가로 알려진 인물입니다. 동방을 여행한 경험을 담은 기록은 유럽인들에게 아시아에 대한 새로운 상상과 관심을 불러일으켰습니다. 1254년 9월 15일 태어난 것으로 전해집니다.
윌리엄 하워드 태프트 (William Howard Taft, 1857~1930)
미국의 제27대 대통령이자 제10대 연방대법원장이었습니다. 미국 역사에서 대통령과 대법원장을 모두 지낸 유일한 인물로 기록됩니다. 1857년 9월 15일 오하이오주 신시내티에서 태어났습니다.
신필원 (辛必元, 1883~1919)
경북 안동 출신의 독립운동가입니다. 1919년 3월 안동 임하면의 독립만세운동에 참여해 일본 경찰의 총격으로 순국했습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은 그의 출생일을 1883년 9월 15일로 기록하고 있으며, 정부는 건국훈장 애국장을 추서했습니다.
<오늘의 타계 인물>
이삼바드 킹덤 브루넬 (Isambard Kingdom Brunel, 1806~1859)
영국의 대표적인 토목·기계공학자로 철도와 교량, 증기선을 설계하며 산업혁명 시대의 기술 발전을 이끌었습니다. 그가 설계한 그레이트 웨스턴 철도와 클리프턴 현수교 등은 19세기 공학의 상징으로 남았습니다. 1859년 9월 15일 세상을 떠났습니다.
토머스 울프 (Thomas Wolfe, 1900~1938)
《천사여, 고향을 보라》 등으로 알려진 미국의 소설가입니다. 짧은 생애 동안 자신의 삶과 고향, 기억을 장대한 문학적 언어로 풀어냈습니다. 1938년 9월 15일 세상을 떠났습니다.
로버트 펜 워런 (Robert Penn Warren, 1905~1989)
미국의 소설가이자 시인, 문학비평가입니다. 대표작 《모두 왕의 사람들》로 1947년 퓰리처상을 받았으며, 1986년 미국 최초의 공식 계관시인으로 임명됐습니다. 1989년 9월 15일 세상을 떠났습니다.
<오늘의 한마디>
전쟁은 승리한 날의 함성(喊聲)만 기억해서는 안 됩니다. 그 함성 뒤에서 가족을 잃은 사람, 고향을 잃은 사람, 다시는 돌아오지 못한 사람들의 침묵도 함께 기억해야 합니다. 인간은 더 빠른 기계를 만들었고, 더 강한 무기를 만들었으며, 마침내 지구 전체의 지식을 손바닥 안에 담았습니다. 그러나 문명의 진정한 진보는 얼마나 강한 힘을 가졌느냐가 아니라, 그 힘을 무엇을 위해 사용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전쟁으로 길을 열었던 역사를 지나, 이제는 대화와 공존으로 길을 열어야 합니다. 우리가 역사를 기억하는 이유는 과거를 반복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다시는 같은 비극을 선택하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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