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 승효를 기리며’

내님 불멸의 남자 현승효(59)

시인의 감성 철학자의 이성 군인의 행동을 갖춘 사람

승효는 긴 역사의 한 순간에 존재하면서 거창한 사회적 힘 속에 매몰된 가냘픈 한 개인으로서 잊혀지고 있었는데 그의 일기가 그의 애인에 의해 간직되어 있다가 그녀에 의해 출판된다.

그의 애인은 책 중에서 ‘노야’라고 불리운다. 우리 가족들은 ‘노양’이라고 불렀다. 본명은 노천희.

노야는 승효와 동갑내기로 둘이는 1970년 재수시절에 사귀기 시작했는데 이것이 그들의 운명의 시작이었다. 승효의 일기는 입대 후부터 세상을 떠나기 이틀 전까지의 기록이다. 두사람의 편지도 들어있다. 작은 수첩에 깨알같은 글씨로 졸병으로 사역하면서 어떻게 이런 일기를 쓸 수 있었는지 놀라울 뿐이다. 그가 요절한 것은 애통하다.

그는 아주 어릴 때부터 감성적이며 사변적이며 실천적이었다. 그는 시인의 감성과 철학자의 이성과 군인의 행동을 갖춘 사람이었다. 바꿀 수만 있었다면 부족한 큰형이 죽고 승효가 살았으면 이 세상을 위해 더 좋았을 것이다.

승효는 지금 천국에 있다. 그의 아버님 어머님과 함께. 승효가 사랑했던 노야와 스승님들 친구들과 형들과 누이들도 남아있다. 우리는 천국에서 승효를 만날 것을 믿고 있다. 이것이 우리의 천국소망이다.

이 책을 읽으면 전율을 느낀다. 내 몸속의 추악함을 씻어주는 폭포수의 세척을 느낀다. 승효가 지녔던 불멸의 영혼은 보통사람이 가질 수는 없는 것이지만 보통사람도 그의 영혼은 느낄 수는 있다.

노야는 승효의 생명이었다. 그가 죽은 goad goad 지 29년만에 그 노야가 승효의 생명을거꾸로 우리 가까이로 데려왔다. 노양! 고맙습니다. 우린 모두 노양을 사랑했습니다. 노양에 대한 우리의 사랑엔 변함이 없습니다. 노양, 제발 건강하십시오. 큰형 현승일

<어느 날 통한의 일대사건이>

****다음은 주강선생님 정년퇴임기념문집에 들어있는 글입니다

학점이 가장 많은 해부학의 선생이라서인지 어찌어찌하다 H학생을 알게된 후 고구마 넝쿨당기듯 비슷한 학생이 줄줄이 연걸어 어느듯 나의 방은 와글와글 salon 같이 되어 버립니다. 이 덕에 나는 어느듯 요주의 교수의 한사람으로 출세합니다.

그리하여 크고 작은 사건이 터질 때마다 정보계 분들이 찾아오시게 되는 데 내가 주의주장이 뚜렷해서 학생들과 어울리는 것도 아니고 끝까지 보호해 줄 힘도 없을 것 같고 불안한 나날이 지나갑니다.

그런 어느 날 통한의 일대사건이 터집니다.

현승효라는 학생이 본과 2학년을 끝으로 제명된다는 것입니다. 일벌백계의 희생양이라 했습니다. 뚜렷한 활동을 한 것도 아니고 또 했다하여도 복교의 길이 없는 제명이 무엇입니까? 해가 저문데도 격론이 계속되는 교수회의, 암담한 시간입니다. 평소에는 말씀이 없던 중진교수님들의 질문과 힐책이 봇물 터지듯 했습니다.

궁지에 몰린 학장님과 학생과장이 그만 실토합니다. 이미 제명되었다는 것입니다. 학생소요가 줄줄이 크게크게 유신정부를 흔드니까 몇개 학교를 골라서 희생양을 만든 것입니다. 교수회의는 사후보고 모양새 내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구제의 길이 있다고 말씀한 학장과 이를 믿고 온갖 방법을 궁리하던 교수님들의 노여움은 하늘을 찌릅니다. 거짓말장이, 이것 무엇하는 짓이요, 이보다 심한 말도 있었으나 글로 쓸 수는 없습니다.

결국 닉슨 대통령 경우처럼 교수를 속였다 하여 학장을 인책하였습니다. 이것으로 사건이 끝인 것이 아닙니다. 현군은 군에 입대하게 됩니다. 그리고 제대 한달을 앞두고 찌는 듯한 날에 유격훈련을 받다가 죽습니다. sun stroke라 합니다. 이런 죽음이 그 시절에는 자주 있었습니다.

그런다고 어딴 권력이 무궁해지는 것도 아닌데 힘있는 사람들이 예나 지금이나 더럽게 놀아보는 것입니다. 20년이 흐른 오늘에도 저는 이 일을 잊지 못합니다. 그의 친구들도 가끔 생각할 것입니다. 가족의 한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앞으로 우리나라엔 이런 일이 없을 것으로 믿습니다. 그리하여 아픈 가슴을 달래야 합니다. 그리고 좋은 나라를 위해서 무엇인가를 해야 할 것입니다.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노천희, 내님 불멸의 남자 현승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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