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파리 : 서울 :   시작페이지로 설정 즐겨찾기 추가하기
 
 
 
꼬리뉴스 l 뉴욕필진 l 미국필진 l 한국필진 l 세계필진 l 전문필진 l 사진필진 l 열린기자 l Kor-Eng    
 
한국필진
·강명구의 마라톤문학 (220)
·국인남의 불편한 진실 (11)
·김영기의 민족생명체 (18)
·김정권(Quentin Kim)의 음악 (6)
·김지영의 Time Surfing (25)
·김해성목사의 지구촌 사랑나누기 (62)
·노이경의 사람과 사람사이 (2)
·박기태의 세계로가는 반크 (77)
·박상건의 삶과 미디어 읽기 (5)
·서경덕의 글로벌코리아 (3)
·소곤이의 세상뒷담화 (138)
·유현희의 지구사랑이야기 (12)
·이래경의 다른백년 (34)
·이재봉의 평화세상 (75)
·이춘호의 이야기가 있는 풍경 (5)
·정진숙의 서울 to 뉴욕 (22)
·최보나의 세상속으로 (7)
·켄의 글쟁이가 키우는 물고기 (6)
·한종인의 시어골 편지 (23)
·혜문스님의 제자리찾기 (27)
·황룡의 횡설수설 (47)
·흰머리소년의 섞어찌게 세상 (10)
실시간 댓글
노이경의 사람과 사람사이
서울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상담심리학을 공부하여 석사, 박사학위를 받고 대학에 17년동안 교수로 재직하였다. 3년전, 보다 예리하고 깊이있는 상담전문가가 되고자 명예퇴직을 하고 개인 클리닉을 운영하며 대학원에서 후학들을 가르치고 있다. 한평 반의 상담실에서 매일매일 한 인간이 품고 있는 우주를 만나며 경험하는 이런 저런 단상들을 함께 나누고 싶다.

총 게시물 2건, 최근 0 건 안내 글쓰기
이전글  목록 글쓰기

로이를 보내고

글쓴이 : 노이경 날짜 : 2019-06-05 (수) 13:05:29

 

2로이(2016).jpg

 

 

지난 1월 로이가 세상을 떠났다...로이는 2011315일에 세상에 왔다가 201918일에 떠났다. 그토록 밝고 영민한 표정으로 사랑스럽게 웃던 로이가 이제 세상에 없다. 그간 숱하게 많은 伴侶犬(반려견)과의 이별이야기를 들어왔다. 그리고 나 역시 가족, 친구 등과의 사별을 겪기도 하고 다른 이들의 슬픔을 접하기도 하면서 정들었던 가족과의 사별과 상실이 어떤 것인지 잘 알고 있었다. 아니, 아는 줄 알았다...그런데 로이를 떠나보내기 전까지 나는 죽음이나 이별, 그리고 슬픔에 대해 전혀 아는 것이 없음을 깨달았다.

 

슬픔은 통증이었다. 수백개의 바늘 끝이 심장을 찌르는 듯 했다. 때로는 거칠고 무거운 돌덩이가 짓이기는 것만 같이 진짜 저릿저릿 심장이 아팠다. 슬픔은 검은 구름처럼 우울을 몰고 왔다. 감당할 길 없는 우울이었다. 사흘이면 괜찮아질 수 있다던 의사 말을 철석같이 믿고 돌아온 지 불과 8시간 후, 위독하다는 다급한 전화를 받은 시간이 새벽 4시반이었다. 불과 30여분 거리... 황급히 뛰어들어간 병원 침상위에 로이는 사체가 되어 있었다... 아직도 온 몸이 따뜻한데.... 자가면역결핍성 혈소판감소증이라 언제 떠나도 이 병으로 떠날 줄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황망히, 갑작스런 내장기 파열이 일어나며 그 피가 호흡기를 막아 세상을 떠날 줄은 정말 몰랐다. 아마 젊은 의사도 예상치 못했던 것 같다. 교통사고나 실종처럼 황망히 세상에서 사라진 거다.

 

 

4로이(2018-서초훼미리하우스).jpg

 

   

슬픔 때문에 수시로 진흙탕같은 우울에 빠져든다. 길을 가다 몸집 큰 반려견을 데리고 다니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눈물이 솟구친다. 그리고 속으로 가만히 불러본다. '로이야...'

 

제일 힘든 건 퇴근하며 집 현관문을 열 때다. 현관문의 비밀번호를 누르기 시작하면 로이는 벌써 현관앞에 코를 디밀고 나의 귀가를 반겼다, '흐음 흐음' 몇마디 음절과 더불어 얼굴을 내게 밀착시킨다, 꼬리를 세차게 흔들며... 로이의 꼬리흔들기는 그의 관심과 애정, 신뢰와 친밀감, 기쁨과 환희의 신호였다. 이제 오느냐고,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른다고, 나는 엄마가 정말 보고 싶었다고, 온 몸과 마음으로 나를 활짝 안아주었다. 로이의 반가움과 환한 웃음은 하루의 피로를 녹여버리기에 충분했다. 로이가 먼저 말을 걸어올 때도 많았다. 아침이니 밥을 줘야 하지 않느냐, 함께 외출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 장난감 갖고 함께 놀자.. 등등.

 

로이는 감정표현이 섬세한 유별난 아이였다.안 먹어야 할 식탁 위 음식을 먹어치워버린 날은 세상 불행하고 염려스런 표정이었다. 어느 날 출근길엔 고개를 푸욱 숙이고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눈을 치켜뜨고 있어 발걸음을 뗄 수 없을 정도로 놀란 적도 여러 차례였다. 그만큼 로이는 섬세한 자기언어가 있고 감정표현이 분명한 견공이었다.


3현관앞에서.jpg


 

그런 로이가 이제 세상에 없다. 온 세상이 달라져 버렸다

 

나의 삶은 201918일 이전과 이후로 나뉘어버렸다. 창문을 열면 얼른 창가로 가서 세상 냄새를 온몸으로 받아들이던 로이의 뒷모습을 이제 더이상 볼 수 없다. 장난감을 던지면 한 번도 놓치지 않고 찾아오던 로이의 그 영민한 몸동작도 이제 더이상 볼 수 없다. 세 번 정도 말해주면 새로운 단어를 외우고 신발, , 리모컨, 나비, 고구마, 딸기, 바나나, 사과, , , 장난감 등의 단어를 알아차리던 로이를 이제 더 이상 볼 수 없다....

 


1.jpg

 

 

도대체 로이와의 작별이 왜 이렇게까지 슬프고 아플까 생각해보았다. 사람이 떠났을 때도 이렇지는 않았는데 말이다... 로이는 한 번도 내게 아픔을 주거나 마음에 상처를 준 적이 없다. 그저 로이는 나를 가족들을 사랑해주기만 했고, 무엇이든 찬성하고 기뻐해주기만 했다. 세상에 그런 존재는 없다. 사랑에 찬 눈길로 한결같이 바라보며 한없이 애정을 쏟아주는 존재 말이다. 로이는 나에게, 우리 가족에게 반려견도 애완견도 아니었다. 끈끈한 애정과 겹겹의 추억을 공유한 잊지 못할 내 식구, 가족이었고 앞으로도 그러하다. 그래서 이건 대체불가능한 슬픔이다. 자식이 세상을 떠났다고 쉽사리 다른 아이를 입양할 수 없듯이 로이가 떠난 자리를 누군가가 메꿔주기란 영영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든다

 

인간과 반려견...

그건 수 만년전 시작된 인간과 늑대의 우연치 않은 공존에서 비롯된 신비스런 진화의 산물이라지만 지난 8년간 나의 시간과 공간 속에 함께 한 로이는 그저 마음으로 낳은 내 자식이며, 애정을 듬뿍 안겨주고 간 천사같은 존재였음을 오래오래 기억하고 추억하며 살아갈 거 같다.

고마워, 로이야...

 

 

 

20131110_115314-1 - Copy.jpg

   

노이경 | 심리학박사(Ph D), 상담심리사 1급, 전 청강문화산업대 교수, 현 성심상담심리센터 소장, 가톨릭대 대학원 출강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노이경의 사람과 사람사이’

 

http://www.newsroh.com/bbs/board.php?bo_table=nik 


robin 2019-06-18 (화) 05:37:09
로이가 참 착하게 생겼네요..저도 옛날에 이뻐하던 강쥐와 급작스런 이별을 한 적이 있어서 너무 힘들었어요..사람이든 동물이든 정든 이와의 이별은 언제나 슬퍼요..
댓글주소
hi
이전글  목록 글쓰기


뉴스로를말한다 l 뉴스로 주인되기 l뉴스로회원약관  l광고문의 기사제보 : newsroh@gmail.com l발행인 : 洪性仁 l편집인 : 盧昌賢 l청소년보호책임자 : 閔丙玉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경기아50133(2010.08.31.) l창간일 : 2010.06.05. l한국 :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산두로 210 / 미국 : 75 Quaker Ave. Cornwall NY 12518 USA
뉴스로 세상의 창을 연다! 칼럼을 읽으면 뉴스가 보인다!
Copyright(c) 2010 www.newsroh.com All rights reserved.